"덥다고 다 안 나오면 63은 누가 지키냐?"
요즘 같은 폭염 속에서도 매주 토요일이면 나는 63FC 운동장으로 향한다.
그냥 에어컨 켜놓고 시원한 방에서 TV나 보며 누워 있는 것이 행복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원한 집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무더운 날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뛰고 웃는 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나는 오른쪽 눈 망막에 변형이 생겨 강한 햇빛은 피해야 하지만,
그래도 토요일 오후 63 친구들을 만나는 건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다.
은퇴하고 나니 직장은 사라졌지만,
이제 나에겐 63FC가 새로운 직장이자 삶의 활력소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30여 명의 친구들은
직장동료만큼 든든하고 반가운 사람들이다.
물론, 세월 앞엔 장사 없다.
우리 팀은 해가 갈수록 평균 연령이 올라가고,
기량은 예전 같지 않다.
다른 팀들은 젊은 피를 수혈받으며 전력을 강화하지만,
우린 점점 ‘노련한 피’로 채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팀이 우리 팀을 종종 얕보이기도 한다.
우린 갈수록 연식이 더해지는 빈티지 군단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 팀이 좋다.
< 에피소드_대형 사고 1 >
이따금씩 나타나 대형사고(?)를 치는 친구들도 있다.
지난주엔 오랜만에 나온 김*인 친구가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아찔한 일이 있었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머리에 열기가 남아 있다 하니,
김*인 친구의 빠른 회복을 함께 기원한다.
제주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일어나
서귀포 의료원에 응급차로 실려간 친구가 떠올랐다.
다행히 열사병으로 인한 증상이어서 응급실까지는 가는 일은 없었지만
한 여름 더위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작은 무리에도 큰 위험이 따르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 에피소드_대형사고 2>
그리고 어제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
우리 팀의 오른쪽 풀백만 전문인 20년 차, 일명 개발(?) 허*복 전 회장이
골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평소 축구공보다는 공격해도는 사람만 막겠다는 신념으로 20년 동안
축구실력이 변함없는 그 친구가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골이 장난 아니다.
사천 21세기 팀과의 경기에서 2:1로 밀리고 있던 상황.
공중볼이 흐르자 허*복 친구가 왼발 발리슛을 날렸다.
20미터 이상을 날아간 그 공은
크루즈 미사일처럼 날아가
골키퍼가 손도 못 대는 골대 왼쪽 상단 구석을 꿰뚫었다.
그 장면은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아마도 이번 생애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사업하다 1,000만 원 손해 봤다는 그의 '한'이
그 한 방에 날아간 듯했다.
덕분에 우리는 축하의 의미로
냉면 한 그릇씩 사치스럽게 먹고 헤어졌다.
우리가 축구 잘해서 모입니까?
우리 63팀은, 경기에서 이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매주 토요일, 함께 모여 웃고 땀 흘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부디 다치지 말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63FC에서 함께 축구합시다.
늘 반갑고 고마운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1절]
토요일 두 시면 전화도 안 봐
집 앞에 가방 딱 메고 나가
아내가 묻지 “또 가냐” 하면서 웃지
이젠 다 아는 길 운동장 향한 발길
[2절]
스무 살 풋풋한 얼굴도 있었지
머리칼 까맣던 시절도 있었지
무릎엔 흉터가 주름처럼 늘었어도
경적 같은 웃음 그때 그대로야
[합창]
토요일 두 시 우리들 경기 시작이다
하나둘 모이면 청춘이 다시 온다
골망을 흔드는 건 공이 아니라
25년 버틴 우리 우정이다
토요일 두 시 우리들 약속 지킨다
조금은 숨 차도 마음은 날아간다
넘어져도 괜찮아 손 내미는 니가 있다
이 맛에 뛴다 이 맛에 산다 친구야 (헤이!)
[3절]
누군는 회사장 누군는 할아버지
직함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라
이 라인 안에서는 그냥 동네 친구
“야!” 하고 부르면 다 고개 돌린다
[브리지]
비 오던 날에도 눈 오던 날에도 우린 줄 안 섰지
운동장 지켰지 경기장 불 꺼진 날 술집이 이어받아
밤새 떠들다가 또 약속했었지
[합창]
토요일 두 시 우리들 경기 시작이다
하나둘 모이면 청춘이 다시 온다
골망을 흔드는 건 공이 아니라
25년 버틴 우리 우정이다
토요일 두 시 나이가 뭐가 대수냐
하얗게 샤워해 근심을 씻어낸다
지지 않아도 된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
이 맛에 뛴다 이 맛에 산다 친구야 (좋다!)
[합창]
토요일 두 시 우리들 노래 불러보자
발자국 소리로 박자를 맞춰보자
골대는 저 멀리도 마음은 하나다
끝까지 달려온 우리 이야기다
토요일 두 시 약속해 다음 주에도
조금 더 천천히 그래도 같이 뛰자
세월이 뭐라 해도 여기 모이면 된다
이 맛에 뛴다 이 맛에 산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