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같이 야구 보러 가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by 올제

<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


부드럽고 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때로는 큰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천 냥 빚’은 삶 속의 부담과 고단함, 사람 사이의 서먹함 같은 무형의 어려움을 말한다.
그리고 ‘말 한마디’는 다정하고 따뜻한 표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다.


말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다.
좋은 말 한마디는 돈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나는 결혼한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기 위해 이름을 부른다.

그런데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이름보다는 "공 선생"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며느리도 동의하였다.

"공 선생"이란 용어는 며느리를 존중해 주겠다는 나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들 부부와의 통화는 주로 수요일 오전 10시쯤 이뤄진다.
아들이 병원 근무를 하지 않는 날이고, 그 시간쯤이면 아들 부부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는 시간이다.


그러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결혼한 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는 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과연 다정하게 받아줄까?”


아버지와 결혼한 아들 사이엔 누구나 약간의 거리감이 있는 법이다. 나 역시 내 부모님께 그랬다.


어머니보다는 아내를 더 챙기게 되었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이라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은 가족 단톡방에 우리 부부의 근황을 올린 일이 있었다.
그에 대한 답장이 왔고, 자연스럽게 통화로 이어졌다.


마침 쉬는 날이라며 아들은 오늘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전해주었다.
우리 부부는 축하의 인사를 전했고, 앞으로는 가끔씩 얼굴도 보고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야기 도중 며느리와 짧은 통화가 이어졌다.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 저희도 시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마음 편하고 좋아요.
다음에 진주로 내려가면 같이 야구 보러 가요~”


이 한마디에 담긴 뜻은 참으로 크고 깊다.


며느리는 나의 브런치 스토리 글을 꾸준히 읽는 구독자이다.
그래서 내가 리틀야구 선수 출신이었고, 야구부가 있는 학교의 교장을 지내며 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스스로도 야구경기를 좋아한다고 했던 그녀가 건넨 이 말은,
단순한 제안을 넘어 가족을 하나로 묶는 따뜻한 끈과도 같았다.


실제로 야구경기장을 함께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나는 생각해 본다.
이 한마디는 과연 얼마의 가치를 지닌 말일까?
아마도 어떤 고가의 선물보다 오래 기억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말 한마디일 것이다.


< 용머리 해안에 갔는데 파도가 높아 출입이 금지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해녀 포토존 판넬과 함께 재미난 사진을 찍었다. >


< 부모가 될 아들 부부에게, 아버지가 보내는 조언 >


나는 사범대학 시절, 존 듀이의 경험주의 교육철학을 깊이 신봉했다.

삶에서 무언가를 직접 경험해 보면,
우리가 미리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 우리 부부는 ‘시부모’라는 새로운 삶의 장을 경험하고 있으며,
아들 부부는 이제 막 ‘부부’의 세계를 시작했고, 곧 ‘부모’로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신의 존재에 대해 토론을 나눈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듀이의 경험주의에 근거해 이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겪을 때,
예상과 현실은 종종 빗나가거나 전혀 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곤 해"
"그렇다면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죽음 이후의 세계’를 두고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는 건, 허구가 아닌가?”


그리고 나는 이런 물음을 친구에게 던졌을 때,
그의 한마디에 머리가 번쩍 뜨이고, 마음이 확 열리는 통찰의 순간을 경험했다.


“죽음을 경험한 이는 없으나, 죽음을 둘러싼 믿음은 살아 있는 자의 삶에 작용한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지금도 내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경험 없는 세계를 믿는 것은 신념의 자유이지만,
그 신념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가,
바로 그것이 진짜 문제야.”


이제 나는 부모가 되어,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 경험이 긍정적일수록 아이는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부모는 작지만 성공적인 경험을 쌓을 기회를 아이에게 제공해야 한다.



< 경험으로 성장하는 아이를 위한 추천 활동들 >


어린 자녀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은 마치 씨앗이 흙을 뚫고 햇살을 향해 자라는 과정처럼 자연스럽고 신비롭다.

존 듀이의 철학에 비추어, 아이는 지식을 '외워서'가 아니라,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느끼며 세상을 배워간다.


첫째, 함께 요리하기 – 수학과 과학, 협력의 경험
재료를 계량하고, 반죽을 하고, 익히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수학 개념과 과학의 원리를 체험한다.
함께 무언가를 완성하는 과정은 정서적 유대감도 키워준다.


둘째, 텃밭 가꾸기 – 생명의 순환과 책임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기다리는 과정에서
아이는 기다림의 미덕, 생명의 신비, 책임감을 배운다.
세상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돌봄 속에서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셋째, 갈등 해결하기 – 사회성의 첫걸음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민주적인 관계 맺기를 몸으로 배운다.


넷째, 여행이나 야외 체험 – 세상은 교과서보다 넓다
비 오는 날 숲길을 걷고,
해변에서 게를 잡다 놓쳐버리는 순간에도
아이는 세상이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세계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이에게 가장 깊은 가르침은 말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경험은 가르치지 않지만, 배우게 만든다. 교육이란, 아이가 직접 경험하며 삶 속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P.S: 표지사진설명_ 제주도 2달 살이하는 동안 신혼부부인 아들내외가 제주도를 방문하여 1박 2일 짧은 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며느리는 우리가 머무는 숙소에 함께 지내도 괜찮다고 하였다. 그러나 불편하여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보다 마음편안하게 잘 지내서 좋은 기억을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아주었다. 며느리인 공 선생의 마음씨가 참 고마웠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