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챌린지 실험을 아시나요?
아쉬움으로 남은 나의 버킷리스트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이루는 것이다.
2016년, 진로 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살아가며 반드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수업이었다.
나는 그때 버킷리스트를 여섯 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각 항목마다 15가지씩 적어 내려갔다.
‘1년 살아보고 싶은 곳 15곳, 가지고 싶은 것 15가지, 꼭 해보고 싶은 일 15가지, 여행하고 싶은 장소 15곳, 도전해보고 싶은 일 15가지, 직접 관람하고 싶은 운동경기 15가지’—
이렇게 모두 약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세월은 어느덧 아홉 해가 흘렀다. 그 사이 몇몇은 이미 이뤄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이를테면, ‘1년간 금주해 보기’는 성공했고, ‘미국 서부에서 캠핑 여행하기’도 경험했다.
또 다른 목록인 ‘제주 올레길 완주’는 지금 현재 진행형이며, 내년에는 ‘월드컵 한국 원정 1승 경기 관람’도 계획하고 있다.
< 토레스 델 파이네, 존무어, 산티아고 >
KBS 영상앨범 ‘산’이 20주년을 맞아 특집 방송을 한다.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편이었다. 퇴직 후 꼭 가보고 싶었던 남미 파타고니아의 꿈이 다시 살아나 TV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력도, 건강도, 열정도 한풀 꺾여 이번 생에 남미를 갈 수는 없겠구나 싶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4년 전 막 퇴직했을 무렵, 함께 어울릴 동료가 없어 밴드를 만들어 먼저 퇴직한 선배들과 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다닌 적이 있다. 그때 만난 분들 가운데 여송(如松)님은 70대, 먼저 퇴직한 교장 선배이시고, 마로니에님은 60대 후반, 교사 선배로 한동안 산행을 함께했다. 레반은 지금도 함께 산에 다니는 동료이자 고정 멤버다.
미술 전공이신 여송님은 퇴직 후 제일 한 일은 남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 기억을 그림에 담아 전시회를 열었고, 최근에는 한 달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머물며 미술 유학을 다녀와 또다시 전시회를 여셨다.
마로니에님은 오는 8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 달간 미국의 존 무어 트레일 340km를 걷는다고 한다. 한국산악연맹 경남지부장을 맡고 계신 그는 금요 걷기 모임에 게스트로 가끔 함께하신다. 존 무어 트레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시작해 킹스캐니언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지나, 미국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 산(4,421m) 정상 부근에서 끝나는 길이다. 해발 2,000~4,000m의 고산 지대를 종단하며 시에라 네바다의 장엄한 산세, 수정처럼 맑은 호수와 깊은 계곡, 알프스풍 초원을 마주하게 된다. 체력과 철저한 준비가 없이는 도전하기 힘든 고난도 트레일이지만, 미국 하이커들에게는 성지로 불리는 길이다.
레반은 내년 10월, 한 달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전거로 완주할 계획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생 장 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따라 약 800km를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에 이른다. 정년퇴직하는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여행으로, 세 명의 친구와 함께 떠난다 한다. 나 역시 함께 하고 싶었지만, 자전거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열정도 사그라들었다. 무엇보다 자전거만 타면 고관절 통증이 찾아와 동행에게 짐이 될까 싶어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 ‘마시멜로 챌린지(Marshmallow Challenge)’ 실험을 아시나요? >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파게티 면과 테이프, 그리고 작고 달콤한 마시멜로 하나를 앞에 두었다. 과제는 단순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이 재료만으로 탑을 세우고, 맨 꼭대기에 마시멜로를 올려놓는 것.
어른들은 신중했다.
“삼각형 구조가 튼튼할까, 아니면 사각형이 나을까?”
논리적 계산과 설계가 이어지고, 서로의 의견이 부딪혔다. 마치 회의실의 풍경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손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시멜로를 올리는 순간, 그토록 정교하게 세운 탑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반면 아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렇게 해보자!”
“어, 쓰러졌네. 다시 세우면 되지.”
웃으며, 쓰러지면 또 세우고, 또 무너지면 다른 방식으로 시도했다. 실패조차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그들의 손길은 빠르고 가벼웠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들의 앞에는 의외로 튼튼한 탑이 서 있었다.
이 작은 실험은 조용히 속삭이다.
아이들의 탑은 완벽한 설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에서 태어났다고.
어른의 조심스러움은 때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망설임과 무너짐의 씨앗이 된다고.
삶의 많은 순간은 오히려 아이처럼 두려움보다 도전을 먼저 선택할 때 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 삶은 선택의 문제이다. >
꿈을 말로만 남길 것인가, 아니면 기록하고 실천할 것인가. 말로만 하는 아쉬움은 결국 바람처럼 흩어지지만, 작은 실천은 삶의 결을 바꾸어놓는다.
세계에는 이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한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존 고다드(John Goddard).
그는 불과 15살 때,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공책에 인생의 127가지 목표를 적었다.
나일강 탐험
아마존 강 원정
에베레스트와 킬리만자로 등반
비행기 조종
외국어 습득
성경 암송
수백 권의 고전 읽기
세계의 유명인과 만나기….
한 소년의 공책에는 그야말로 불가능해 보이는 꿈들이 빼곡했다.
놀라운 것은, 그는 이 모든 것을 실제로 이루어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탐험가이자 인류학자로 세계를 누볐고, 모험가이자 연설가로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세상은 그를 두고 “가장 많은 꿈을 실현한 남자”라고 불렀다.
그의 삶은 단순한 모험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꿈을 말만 하지 않고, 기록하고, 실행으로 옮긴 삶의 증거였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아이의 눈처럼 단순하고, 또렷했다. “나는 이걸 하고 싶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 아들과 딸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 >
마시멜로 위에 탑을 세우는 아이들,
그리고 127개의 꿈을 적은 소년 존 고다드.
“머뭇거리지 말아라. 지금 시작해라. 꿈은 두려움이 아니라 실행 속에서만 살아난다.”
삶은 결국 무너졌다가 다시 세우는 탑과 같다.
마시멜로가 조금 기울어져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는 탑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세우는 의지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만의 삶의 높이를 만들어낸다.
“나는 내 마시멜로 탑을 끝까지 세워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꿈을 포기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