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 “멋지게 져서 뭐 하냐”
2025년 8월 16일 토요일, 코리아 인비테이셔널 국제여자배구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이 열렸다. 진주는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역사적인 무게까지 더해져 모두가 한국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
경기장은 뜨거운 응원으로 들끓었고, 경기장을 찾은 나 역시 손에 땀을 쥐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경기는 치열하게 이어졌다. 한쪽이 앞서가면 다른 쪽이 따라붙고, 다시 역전이 이루어졌다.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 속에서 결국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이 3:2로 승리했다. 4년 만에 일본을 꺾은 첫 경기라니, 그 순간의 전율과 통쾌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감격 뒤에는 오심 논란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순간적으로는 승리의 환호가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씁쓸함이 몰려왔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얻은 승리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겼으니 된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솔직히
‘오심으로 이길 바에는 차라리 졌더라도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심판의 오심이 없었더라도 우리 팀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 줄여서 ‘졌잘싸’라 부른다. 반대로 “멋지게 져서 뭐 하냐?”, “결국 진 건 진 거다”, “멋져봤자 헛일이다”라는 냉소도 있다. 소위 ‘멋져뭐’다. 이 두 표현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떤 이는 결과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지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투혼과 진심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 ‘졌잘싸’라는 평가는 단순히 패배를 미화하는 말이 아니다. >
나는 '졌잘싸'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그 안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흔적, 결과를 넘어서는 인간적인 존엄이 담겨 있다. 그 존엄은 단순히 승패의 기록보다 더 오래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우리가 수많은 감동의 순간을 떠올리는 것도, 언제나 금메달의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 선수들의 눈빛, 지쳐 쓰러지면서도 공을 향해 몸을 던지던 장면, 그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이번 한일전 역시 그러했다. 심판의 오심은 선수들의 투지를 가릴 수 없다. 마지막 한 점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오르던 선수들의 모습, 승패와 상관없이 그 순간 최선을 다한 몸짓은 이미 우리에게 값진 울림을 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오심으로 인한 씁쓸함보다, 끝까지 싸워낸 우리 선수들의 땀과 투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 인생에서도 누구나 예기치 못한 오심 같은 불운에 휘말리기도 한다. >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다했는가이다. 설령 결과는 패배로 남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보여준 노력과 태도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존경을 남긴다.
나는 이번 경기를 보며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가 밝다는 믿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승패를 넘어,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인생의 진정한 승리는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 속에 깃들어 있다. 멋지게 져 보았자 아무 소용없다는 냉소는 순간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좁은 시각일 뿐이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표지사진 설명: 2025.08.12.~17. 까지 5일 동안 6개국이 경남 진주에서 국제여자배구대회를 가졌다. 한국, 일본, 프랑스, 아르헨티나, 체코, 스웨덴이 참가했다. 작은 도시 진주에서 멋진 국제경기를 관람할 기회가 있어 무척 흥미로웠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대회를 개최해 준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