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늘 그렇게 믿어왔다.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는, 온 힘과 혼(魂)을 다해 도전해야 한다고.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잠을 자며 공부했고,
교사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학교장으로서도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 마라톤 풀코스 완주, 지리산 종주.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늘 아쉬움이 남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이었다.
교사로 살아가는 동안, 경제적 여유는 늘 부족했다.
매달 받는 월급으로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부모님 생활비를 주고 나면 내 통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2001년 1월 1일 일출을 보던 새벽 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
그 해 나는 서울동아마라톤과 춘천마라톤에서 42.195km를 달리고 싶었다.
둘째, 내 통장에 잔고를 쌓아 경제적 여유를 느껴보는 것.
“통장에 잔고가 1000만 원이 늘 쌓여,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낼 때 손이 떨리지 않으면 좋겠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며, 나는 그 생각을 되뇌었다.
결국 마라톤 풀코스는 모두 완주했지만,
퇴직 전까지 통장 잔고에 1000만 원을 쌓는 일은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 신포도 이론을 믿어왔다>
나는 오래도록 ‘신포도 이론’을 믿었다.
“행복은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다.”
“그래도 건강이 최고다.”
“마음의 평안이 진짜지.”
이솝 우화 속 여우가 높은 나무의 포도를 따려다 실패하고,
“어차피 저 포도는 시어서 맛도 없을 거야”라며 돌아서던 모습.
그건 바로 나였다.
부모님은 한때 큰 부를 누렸으나,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노후조차 준비하지 않으셨다.
아들은 서울에서 한번 그리고 지방에서 한번 10년 넘게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우리의 노후 자원은 다 빠져나갔다.
부유한 삶을 얻지 못했기에, 나는 부(富)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알았다.
그 ‘신포도’가 사실은 삶을 한층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건 위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만든 ‘자존의 미학’이었다.
< 달콤한 레몬을 맛보려 한다 >
이제 나는, “내가 선택한 것이 최고다”라는 마음으로
달콤한 레몬을 맛보려 한다.
세 달 전, 처음 투자한 주식이 수익을 내고 익절을 실현했다.
그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
직접 투자하는 것이 불안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긍정으로 바꾸고,
오히려 그것이 좋다고 스스로 설득하는 심리—
그것이 ‘달콤한 레몬 이론’이다.
“주식을 하면 몰입이 되어 이명(耳鳴)도 잊을 수 있고, 시간이 잘 가겠지”
“수익도 나니 마음이 여유롭겠지.”
나는 나만의 주식투자 원칙을 세워보았다.
저평가 우량주 찾기 (장기투자)
1.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견고한 시장지위
2. 우수한 경영진과 지배구조
3. 장기 성장 가능성을 찾아보기
단타 매매 원칙 (단기투자)
1. 소수 종목 선정, 매수가 기준을 세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
2. 적은 수익에도 감사하며 만족하기
3. 2가지 원칙을 반드시 기억하기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1억이라는 목표 수익이 쌓이면, 서귀포에 원룸을 사고 1인 출판사를 열겠다.
그곳에서 나의 역사관을 만들고, ‘나’라는 자존감을 더욱 단단히 세울 것이다.
두 이론 모두, 현실을 견디기 위한 마음의 전략이다.
부를 향한 길이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든,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섬세하고도 기민한 변주(邊柱)를 만들어낸다.
표지사진 이야기: 아침 이른 시간, 잠에서 깨어 청곡사에 들렀다. 천년 고찰 청곡사는 조선 초기 초대 신덕왕후의 원찰이라 전해진다.
대웅전에 들어 부처님께 조용히, 긴급하고도 중요한 소원 하나를 빌었다.문득, 제주도에서 자주 찾았던 약천사가 떠올랐다.
나는 특정 종교가 없다.
가끔 절에 들러 마음속 고민과 희망을 털어놓고, 스스로 답을 찾는 시간이 나에게는 곧 종교다.
오늘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부처님, 제가 주식에 직접 투자해보려 합니다. 과연 합당한 일일까요?”
내 마음속 부처님이 답하신다.
“지금은 국내외 상황이 혼란스러우니 잠시 멈추는 것이 좋겠지만, 정말 원한다면 후회할 각오를 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며 마음이 향하는 대로 하라.”
2001년의 그날 밤처럼 오늘 밤 나는 고민하리라.
신포도를 선택할지, 달콤한 레몬을 선택할지,
광복절의 밤, 잠을 설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