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제와 AI의 시적동행 [ 디카시 005 ]
< 80 >
길을 달리다 보면
‘80km 과속 금지’
붉은 표지판과 단속카메라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본다.
80, 가장 알맞다 하건만
정작 80으로 달리는 차는 드물다.
지키다 보면 금세 추월당하고,
옆으로 스쳐가며 비웃는다.
"저 차주 초보운전인가 봐~"
살아가는 일도 그렇지 않은가.
균형 맞춘 속도로 달리고 싶지만
누군가는 앞서 달리고,
누군가는 내 등을 떠민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80, 그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앞으로 맞이할 내 삶의 나이이고
내가 기대하는 건강수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100을 넘겨 달려온 듯하다.
바람은 세고, 풍경은 놓치고,
연료 게이지는 빠르게 줄어든다.
이제는 속도를 늦출 때다.
창문 열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치는 들꽃에게 손 한번 흔들어주자.
‘80’이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미소 지으며, 조금 느긋하게 살아가고 싶다.
아내와 함께 함양 상림에 다녀왔다. 함양을 가는 국도에 눈에 띄는 80Km 과속금지 표지판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지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80'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 보았다. 나의 건강수명이라는 느낌이다.
함양 상림은 나에게는 맨발 걷기의 성지 같은 곳이다. 한때 맨발 걷기 열풍이 불던 시절에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걸음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가을 상림에 단풍이 물들고 꽃무릇이 대지를 뚫고 나올 때, 다시 한번 찾겠노라 마음속으로 약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