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어머니 [디카시 031]
겨울 햇살 아래
주홍빛 작은 몸을 흔들며
곶감들이
바람에게 속살을 내어준다.
추위를 견디며
그 안에서만 익어가는
은밀한 단맛이 있다.
지루하고 외로운
기다림의 시간이다.
수척해 보이는 살 속에
가장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다.
사람도 그렇다.
상처 난 날들을 말리고
슬픔을 조용히 매달아 두면
언젠가 저 곶감처럼
더 깊어지고, 더 부드러워진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그 하나가
내게 속삭인다.
견디는 동안,
너의 마음도 익어가고 있다고.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던 간식은 곶감이다.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면회길에 오르고, 짧은 면회시간 동안 어머니는 곶감을 드시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피우셨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자식과 곶감이 한자리에 있으니 그 얼굴에 머금은 행복은 겨울 햇살처럼 따스하게 번져갔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사유는 불씨처럼 타오른다”고 말했다.
이는 고통과 좌절을 지나오며 자신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순간들 속에서, 삶의 지혜와 깨달음이 서서히 피어난다는 뜻일 것이다.
곶감이 시간과 바람에 스스로를 말리며 더 깊은 맛을 품어가듯, 우리의 생각도 고요 속에 오래 걸려 있을 때 비로소 본질만 남는다. 슬픔을 달빛 아래 조용히 매달아 두면 마음의 결이 부드러워지듯, 사유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더욱 깊고 단단한 향기를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