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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01 ]

- 어머니와 함께 한 제주도 여행 -

by 올제

먼저 안타까운 시청역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나의 제주도 한 달 살기 중 11일(06.30.~07.10.) 동안은 어머니와 부인과 셋이서 하는 여행이다.

어머니가 계시는 아파트에 한 달 동안 엘리베이터 교체공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여행이기도 하거니와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장거리 여행의 기회가 더 없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아내에게 부탁하여 어려운 결정을 하였다.


아마도 이번 생에는 어머니와 장거리여행은 마지막인 것 같다.


요즘은 몸이 점점 쇠약해져서 10~20미터도 잘 걷지 못한다. 항상 휠체어를 이용하신다.


인공관절 수술한 곳이 수명이 다되어 통증이 심해진 데다가 얼마 전부터 협착증이 심해 고관절과 허리까지 아프다고 하신다. 하루에 3번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여행을 다닌다.


처음부터 무리한 여행이라고 아내는 끝까지 걱정하였다.


가는 곳마다

"니 혼자 갔다 오라 나는 여기서 쉬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하신다.

때로는 통증이 심해서 짜증도 많이 내신다.


그래도 살살 달래가면서 휠체어 태워서 다녀본다. 몸이 아프니 길을 나서려고 마음먹는 것이 제일 어렵다.


<이번 여행은 휠체어가 없이는 불가능한 여행이었다. 카멜리아 힐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우리가 말하고 걷고 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혼자서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나이는 적어도 4~5년 걸린다.


나이 들어 죽음에 다가서면 자립이 점점 힘들어진다. 어린 시절 받은 혜택은 돌려주어야 해야 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되신 지 만 8년이다.

이번 여행을 끝으로 요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나도 어머니도 요양원에 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마음 편한 집을 두고 요양원 가는 것은 정말 힘든 선택이다. 어머니와 나를 위해 서로 좋은 일인 것 같다. 제주 여행동안 계속 설득을 해본다. 대신 매달 한 번은 아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닌다는 약조를 해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자가 제일 하기 싫은 선택 중의 하나는 군대 가는 일이다.

군대에 가는 일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요양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무릎과 고관절의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와의 여행은 매일 극과 극의 감정이 교체한다. 여행이라기보다는 극한 체험이다.


고생스럽게 휠체어를 타고 멋진 경치를 보면 환한 미소가 얼굴에 번지나, 점심 먹기 위해 식당으로 걸어가는 일이 생기면 몹시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머니께서는 오전에 갔던 아쿠아 플레넷을 점심 먹고 나면 어디 가셨는지 모르신다.>

94세에 ‘36세 체내 연령’ 자랑하는 사토 히데시 할머니의 건강 비결 중 하나는 삶의 고귀함을 항상 감사하는 긍정적인 태도이라고 한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일지 모른다.

이 시간은 불편한 몸이지만 삶의 고귀함을 항상 고맙게 여겨야 할 소중한 시간이다.

누구나 다 경험하게 될 ‘생로병사’이지만 생로사로만 이어질 수 있도록 평소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과 꾸준한 운동으로 자신을 잘 관리해야겠다.


퇴직 후에 특별한 직업이나 봉사활동 없이 여행 다니는 일과 취미활동에 열중했는데 이런 일들은 삶의 의미를 찾는데 부족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어려운 결정이었고 힘든 여행이지만 가장 의미 있는 여행인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여행인 것 같다.

<어머니를 위해 마음을 내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머니께서는 아직 요양원을 가고 싶지 않아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머니께 말씀드린다.

"어머니, 요양원도 하늘나라도 먼저 가 계시면 저도 곧 따라갈 것이니 먼저 가셔서 자리 잡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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