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 쉬워질까요?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마음이다. [디카시 49]

by 올제

삶은
의자에 앉아 쉬게 두지 않습니다.


시간이 많아지자
마음이 질문을 꺼냅니다.


이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손 안의 작은 화면 속에서

마음은 더 바빠지고,


형편이 나아질수록
잃지 않으려는 걱정이
조용히 따라옵니다.


고요한 호수에
누가 돌을 던진 것도 아닌데
문득 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작은 돌 하나씩을
마음속에 던지며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삶은
끝내 쉬워지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살아 있는 한


인생은 늘 조금 어렵고

그래서 또
조금은 깊어집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면 한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촌장 엄홍도는 한양의 고관대작이 자기 마을로 유배 오기를 은근히 기다린다. 그가 내려오면 쌀밥과 고기를 넉넉히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풍족한 밥상은 삶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오늘, 우리는 쌀밥과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건강을 걱정한다. 부족함이 문제이던 시대에서 넘침이 또 다른 문제가 되었다.


나 역시 퇴직을 하면 연금만으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욕심을 줄이고 검소하게 살면 삶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막상 그 길 위에 서 보니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바쁜 직장을 떠나면 편안한 시간이 찾아올 줄 알았지만, 대신 다른 생각들이 찾아왔다.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간의 마음은 빈자리를 오래 두지 않는다. 편리함이 늘어날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바빠진다.


세상이 잠잠해지면 우리는 스스로 작은 돌을 들어 올려 고요한 물 위에 던진다.


어쩌면 삶이 완전히 쉬워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한, 인생은 언제나 어렵다. 바로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의미를 찾고,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대문사진설명: 2월 초 제주 가족여행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카멜리아힐에 갔었다. 딸아이의 임용고사 합격소식으로 즐거운 여행길이었는데 수반 위에 떨어진 동백꽃이 너무 아름답게 띄워져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플라타나스 나무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