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기 전에 딱 한 곳만 가야 한다면 그랜드캐니언으로 가라 -
<인생에 ‘만약에’라는 단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에게 이번 생애에는 딱 한 번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있고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나는 망설임 없이 ‘그랜드캐니언 종주’를 선택할 것이다.
내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장엄한 경험을 하였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1919년 미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BBC가 지정한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 1위로도 지정되었다.
왜 BBC에서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 1위로 선정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랜드캐니언의 압도적인 풍광 때문만은 아니다.
20억 년의 나이테를 켜켜이 간직한 대자연의 위용에 100년도 못살고 한 줌의 흙으로, 한 톨의 돌로 돌아갈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미약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멋진 장관을 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랜드캐니언에 가면 죽기 전에 반드시 해보아야 할 또 하나의 일이 있다.
그랜드캐니언 아래의 콜로라도강을 거쳐 그랜드캐니언을 종주하는 것이다. 그랜드캐니언 관광이 진수성찬의 음식 냄새를 맡는 것이라면 그랜드캐니언을 종주하는 것은 그 진수성찬을 직접 맛보는 것이다. 자신의 두 발로 그랜드캐니언의 속살을 걸어보는 그랜드캐니언의 숨겨진 또 다른 비경을 맛보게 된다.
잘 훈련된 건장한 남자가 13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며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산행을 통한 훈련이 필요한 곳이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내려가고 자신의 힘으로만 올라와야 한다.
나는 당시 환갑을 바라보는 적잖은 나이였지만 6개월 동안 걷기 여행을 위한 산행과 둘레길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랜드캐니언 종주를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 같은 여행지를 갔는데 왜 사람들은 느낌이 다를까? -
여행의 준비 과정이 다르고 여행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이다.
어떤 일이든지 기대치가 높으면 늘 실망하는 것은 사람들의 높은 기대심리(욕망)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코로나가 끝 무렵이던 2022년 4월이라 어려운 고민 끝에 결정한 여행이라 출발하기도 쉽지 않았고 동호회에서 가는 여행이라 캠핑카를 이용하여 여행 기대치도 낮아서 serendipity(뜻밖의 발견)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나는 뜻밖의 행운을 발견한 사람(sereddipper)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상상이상이었다.
<그랜드캐니언 종주 후기>
그랜드캐니언을 관광해 본 사람은 많아도 그랜드캐니언을 종주한 사람은 많지 않다.
깊이 1.6km, 너비 29km, 동서길이 445km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으로, 비바람이 7억 년 동안 빚은 '그랜드캐니언'은 시종일관 탄성을 자아내게 하여 29km의 종주 길에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스타트 지점인 사우스케이밥(South Kaibab Trail)에서 협곡 가장 아래로 내려가 콜로라도강을 건너 브라이트엔젤(Bright Angel Trail) 트레일로 다시 협곡 위로 올라오게 되는데 총 여정 약 30km 12~14시간 이상 트레킹은 평생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지도상으로는 개념 잡기가 어렵지만 스타트 지점인 사우스케이밥에는 계속 내리막길, 그리고 콜로라도강을 거슬러 평지, 나머지 구간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로 계속 오르막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한라산 정상에서 출발하여 성판악으로 내려와서 평지로 관음사로 가서 다시 한라산으로 올라오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캠핑카에서 전날 저녁에 김밥을 만들고 새벽 3:30에 출발하니 아침과 점심을 모두 김밥으로 해결해야 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10명이 그랜드캐니언 종주에 나섰다.
그랜드캐니언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감동은 남달랐다. 살면서 이런 일출을 맞이할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동의 일출, 사우스케이이밥 트레일 트레킹을 시작하며 대자연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대협곡은 위대함을 넘어서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랜드캐니언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약 2,192m의 고지에서 콜로라도강이 있는 곳 최저 766m까지 약 12km 정도 지속적인 내리막길이다. 해가 뜨자 드러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내리막길,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계속 내려간다. 이번 그랜드캐니언이 4번째라면서 우리 팀을 인솔한 팀장은 노련하게 인솔하였고 우리의 안전을 위해 맨 후미에서 길을 걸었다.
경사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길은 지그재그로 만들어 무릎에 큰 무리는 가지 않았다. 사막기후 인지라 선인장이 자주 보였고 비가 온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협곡 아래 콜로라도강을 만나러 계속 내려간다. 걷기에만 집중한다. 내려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실크로드 같은 느낌이 나는 장관도 만난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콜로라도 강물...
이때 만나는 또 다른 멋진 장면에 감동하게 된다.
당나귀가 화물을 가득 싣고 길을 따라 오른다.
최하단인 콜로라도강을 지난다. 케이 밥 트레일 서스펜스 브리지이다. 이제는 대안이 없다. 돌아갈 수도 없고 로지나 산장에서 1박을 할 수도 없다. 오로지 선택지는 두 가지, 완주하거나 헬기를 불러 구조요청을 하거나….
점심을 먹고 일정 구간 강을 따라간 뒤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하는 힘든 일정이다. 오르막길에는 같은 풍광이 이어지고 지쳐있는 상황이라 걷기 완주만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언젠가 다시 와 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콜로라도강과 다리를 멀리하고 이제 힘을 내서 다시 등산을 시작한다.
- 초인적인 힘은 역경에서 발휘되는 것이었다. -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일행 10명 중 2명이 더위와 체력 소모로 탈진하여 오르막에 무척 힘들어하였다. 체력과 나이를 고려하여 남자 2명이 배낭의 짐을 나누어 들어주었다. 나도 30km가 나의 한계라고 생각하였는데 10km나 되는 거리를 남의 배낭까지 메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2개의 배낭을 메고 남은 10km를 마무리하여 완주에 성공하였고 체력이 고갈되었던 2명의 중년의 여성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예상보다 빨리 도착점에 왔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탈진 직전의 여성은 어떻게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을까? 우리 일행 10명 모두 그랜드캐니언 종주를 해내었다.
이 완주의 희열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가 없는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30km의 그랜드 캐니언을 완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멋진 경관과 같이 종주하는 사람들과의 공유하는 에너지인 것 같다.
- 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감동적인 사연들-
76세의 나이로 그랜드캐니언을 걷는 미국 할아버지,
하나의 휠체어를 끌고 가는 여러 명의 미국 청년들의 모습,
장애를 가지고 끝까지 종주하는 젊은 미국 여성의 모습,
눈인사하면서 웃으면서 "morning, morning"하고 인사하는 밝은 모습들
궁금하다. 그랜드캐니언을 종주한 사람이 전 세계의 몇 % 나 될까?
잠시 왔다가는 삶의 소풍에서 소중한 추억을 하나 만들고 왔다.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장엄한 대자연의 위용.
20억 년 지질학 역사의 산증인.
계곡을 관통하며 힘차게 굽이치는 콜로라도강.
유네스코 세계 자연 문화유산,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과 콜로라도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랜드캐니언 종주를 마치고, 경이로운 대자연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본다.
대자연은 인간들에게 더욱 겸손해지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지고 있다.
"Courage is being scared to death but saddling up anyway."
용기란 죽을 만큼 두려워도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이다. - 존 웨인 -
P.S.: 그랜드캐니언 완주를 꿈꾸는 도전자이시라면 개별여행보다는 가격적인 부담은 있지만 혜초여행사의 상품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