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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제 Sep 10. 2024

소유보다 경험을...

- 올제 부부의 우당탕탕 유럽 한달여행기 (하편)  -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가 10가지이라면

떠나지 못할 이유가 100가지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올해는 어머니의 요양원 입소로 한 가지 더 늘어나서 101가지가 되었다.  

막상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언제나 '굳이 애써서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떠나야 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탈리아는 패키지여행으로>     


매일매일 놀라운 역사와 문화의 서프리이즈이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의 65%는 이탈리아에 있다고 하니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먼저 보고 나면 나머지 유럽의 성당과 교회, 중세도시들이 시시하게 보인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맨 마지막에 보라'고 한다.   


이탈리아사람들은 정말 낙관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패션감각이 뛰어나고 에스프레소와 크로와상만 있으면 3시간씩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여름에도 정장에 긴팔을 입고 다닌다. 특히 남부지방의 사람들이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여행은 이탈리아 일주여행이었는데 남부지방 나폴리, 로마, 쏘렌토에서 중부 피렌체, 시에나, 산지미냐노, 피사 그리고 북부 밀라노, 베네치아까지 일주하는 여행이어서 이동시간도 많고 무척 강행군이었다.


패키지여행의 이**가이드는 전 세계에서 한 달 살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는 피렌체라고 한다.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대성당뿐만 아니라 인근 1시간이면 접근성 좋은 중세도시들이 밀집해 있어 다양한 문화와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제주도가 아니라 외국에서 딱 한도시에서 한 달 살기 한다면 3곳으로 정해보려고 한다. 피렌체, 포르토, 세비야가 그 후보이다.

< 왼쪽 위 새벽 콜로세움에서, 오른쪽 위 베네치아 종탑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왼쪽 아래 트레비 분수, 오른쪽 아래 바티칸 성당에 새로이 모신 김대건 신부상>

매일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출발하고 저녁 8시에 호텔에 도착하는 강행군인데 이러다가 이탈리아패키지 끝나고 몸살 할까 걱정이다. 힘들어도 매일 만나는 새로운 서프라이즈에 힘든 줄도 모르고 10여 일이 금방 지나갔다. 패키지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행친구들이 부럽다. 그들은 한 달이나 유럽에 사는 우리를 부러워한다.


자유여행? 패키지여행?

모든 여행자들의 고민이다. 나이가 많고 정보력이 부족한 퇴직자라면 자유여행이란 선택지는 망설여지게 된다. 그렇지만 짧은 기간에 강도 높은 패키지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특히 유럽 같은 장거리 비행은 오며 가며 2일씩 소비하고 시차적응에도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을 골고루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가는 곳마다 너무나 많은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유명관광지에는 주차난이 심각하며 현지인들 아니면 아예 차량 진입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렌터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10일 동안은 이탈리아 여행, 그리고 20일은 자유여행으로 선택하였다. 처음에는 패키지와 패키지를 묶어 여행지 선택에 대한 고민 없이 다니려고 했지만 느긋하게 다니는 자유여행의 장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패키지가 주는 마음의 편안함은 접어두고 긴장해서 길 찾기부터 일정 맞추기까지 나선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도보 자유여행>   

  

자유여행의 첫 미션은 길 찾기, 숙소 찾기이다. 솔광장 근처 숙소 찾는 미션이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데 버스를 타고 갈까 택시를 타고 갈까?

부부의 의견의 대립과 다툼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발생한다.


 여행 중에 처음 사소한 갈등이 생긴다.

나는 비용보다는 시간의 문제이고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자는 생각이고

우리 집사람은 시간도 충분한데 불필요한 곳에 비용을 들이지 말자는 생각이다.

우버를 이용하여 숙소 근처까지 편하게 이동하였지만 우리 부부의 생각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였다.   

   

스페인은 1년 내내 축제 중이란 말이 있다. 10월 초는 마드리드는 히스패닉 축제 중이다.

알고 보니 이번 주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념 주간으로 히스패닉 축제라고 한다.     

솔 광장의 곰 뒤다리를 만지면 부자 된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 갑자기 부자 되면 뭘 하지?  

< 왼쪽 위 솔 광장에서 곰 동상, 오른쪽 위 세고비아성에서, 왼쪽 아래 가우디 성당, 오른쪽 아래 프라도 미술관 앞 >

코로나가 스페인어를 닥쳤을 때 약 20,000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솔 광장이 시체로 뒤덮였다고 한다. 제때 처리하지 못한 시신들에서 솔광장 근처에서 악취를 풍겼고 스페인 정부에서는 솔 광장을 전면적으로 새로 정비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중세시대 흑사병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4~5년 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이다.

이후 스페인 정부가 5월 말까지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하여 최근 다시 완공 한 광장이라고 한다.   

   

코로나와 솔광장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고 짧은 인생에 '소유(所有)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소유했다고 생각했던 것들 조차 아주 잠시만 내 것이었던 경험이라고 판단한다면 삶은 확실히 소유보단 경험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소유하려는 욕심, 소유했다는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무소유는 가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진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스페인의 3대 성당 톨레도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 가우디 대성당도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충분히 경험하고 돌아가자.         

    


< 포르투갈은 렌터카로 자유여행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는 포르투이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이며 도루강과 동 루이스다리가 환상적인 야경을 제공한다. 중세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포르투에서 한달살기 하고 싶은 이유는 또 있다. 편안하고 안락한 한인민박과 인근에 있는 한인마트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산책할 수 있는 동 루이스 다리가 있다. 또한 해 질 녘에는 일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 맛있는 해산물요리는 가격이 싸고 다양하다. 꿈꾸면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에 '포르토 한달살기 후기'를 쓸 날을 기대해 본다.  


포르투갈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하여 다닌다. 연료를 넣는 방식을 몰라 헤매다가 친절한 포르투갈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는다. 주유소에 가서 먼저 계산을 하고 나면 연료를 넣을 수 있다고 한다.   

   

< 왼쪽 위 포르투 시청사 앞,  오른쪽 위 렐루 서점, 왼쪽 아래 도루강 야경, 오른쪽 아래 스페인 렌터카 주유소>


여행 중 두 번째 갈등이 생긴다.

우리 여행의 최대 고비는 리스본이었다. 포르투갈에서 오랜 시간 렌터카를 이용하여 다니니 예민한 성격의 우리 집사람은 내가 운전하는 동안 내내 좌우를 살피며 불안해하더니 마침내 급한 비명의 소리를 낸다.


“ 차, 차, 옆에서 차가 와요” 나도 한 마디 대응을 한 것이 결국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
“사고가 날까 봐 미리 소리를 지르면 항상 소리를 질러야 하니 가급적이면 자제해 주세요.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여행 중에 필요 없는 감정소모가 이루어지면 해결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다.

리스본이란 도시에 대한 평가도 나와 부인은 아주 달랐다. 나는 리스본이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라고 여겨졌지만 부인은 부실한 숙소와 렌터카의 말씨름이 자꾸 머릿속에 남아 리스본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 다시 스페인 세비야로>     


젊은 친구들은 둘, 셋 팀을 이루어 또는 홀로 자유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마이리얼투어 플랫폼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다닌다. 그러다가 동선이 겹쳐 이전에 만난 팀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우리 딸과 아들도 저렇게 멋진 계획을 세우고 젊은 시절에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는데 어쩐 일인지 항상 바쁘다고 한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국내 여행만 다닌다. 그리고 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시작하겠다.’ 그러면 나는 묻고 싶다.

그때가 언제일까? 몇 년이 지나야, 어느 정도 액수가 모여야 이젠 떠나야 할 때가 왔다고 느낄까? 아마 그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작은 사고에는 사소한 말다툼이 있어도 대형 사고는 대처가 우선이다.

장기간의 일정을 준비하다 보면 숙박과 항공일정이 다소 꼬이기도 하는데 리스본에서 세비야로 넘어가는 비행기 티켓팅을 실수하여 하루 늦은 날짜로 부킹을 하고 말았다. 리스본의 젊은 흑인 부부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너무 늦은 대처라 어쩔 수 없이 비싼 항공권을 포기하고  새로 구입하여 빌바오를 거쳐서 세비야로 힘겹게 입성하였다. 다행스럽게 무사히 입성하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큰 태풍이 와서 세비야에는 비행기로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말 불행 중에 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그라나다에서 플라멩코, 공연 중에는 동영상 촬영이 금지되었으나 갈라쇼에는 촬영 가능하다고 하였음 >

세비야 공항에서도 우버를 이용하여 시내 숙소로 간다. 좁디좁은 골목길을 우버 타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16.73유로이다. 고마워서 1유로 팁으로 줬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바가지가 없는 우버가 최고 좋은 교통수단인 것 같다.


세비야에서 론다를 거쳐 그라나다 가는 일정은 마이리얼투어에서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그라나다에서는 참 여유로운 일정이었고 아침저녁으로 니콜라스 언덕에서 알람브라궁전을 만났다.

이 멋진 한 장면을 보기 위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알람브라 궁전의 모습이 아마 세상에서 가장 핫한 야경 중 하나일 것이다.


<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알람브라 궁전으로 모습, 숙소에서 약 20분 거리라 3번은 본 듯하다.>

바르셀로나에서도 한인민박집에 숙박을 하면서 가우디의 흔적을 찾아 구엘공원과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다녔다. 막상 유럽에 있어보니 유럽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단체로 마치 동남아 여행 다니듯이 같이 함께 다닌다. 퇴직 후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다. 우리의 노후도 유럽처럼 풍족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준비 과정도 쉽진 않았고

여행 중 부부간의 몇 번의 사소한 갈등상황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누구나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한달살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심리적인 이유가 더 많은 것 같다.


우리의 삶이란 소유의 과정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P.S.: 사진 설명_상 프란시크쿠 성당에서 바라본 클레리구스 성당과 포르토 구 시가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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