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친구에게 쓰는 편지
2025 설날이라 멀리 사는 죽마고우(竹馬故友)들과 만남을 주선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 4명의 단톡방에서 내 친구로부터 짤막한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를 겪고 난 뒤 대인기피증이 생겨 사람을 만나는 일은 자신이 없어 일에만 집중하고 있네, 그래서 가급적 모임은 자제하고 있으니 이해해 주시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 친구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있는지, 도무지 정답을 찾을 수가 없어 내가 겪었던 어려운 사정을 편지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위로의 말을 잘못 전달하였다가 오히려 간섭으로 들릴 수 있고 친구가 훈수로 받아들인다면 그냥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나을 듯해서 내가 겪은 어려움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철수(가명) 친구 읽어보시게...
작년 2024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에는 나의 소망을 빌기 위해 해맞이 길을 나선다. 작년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 뒤 작은 언덕에 올라갔었지. 그리고는 소원을 빌었다. "올해는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대게 소원은 건강하게 올 한 해 잘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서 나오는 소리는 이런 것이었다.
"자는 잠에 나도 모르게 죽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해도 약간 소름이 끼쳤다. 왜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새어 나왔을까??
남들은 내가 퇴직하고 너무 편하게 잘 지내고 있어 부럽다고 한다.
나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혜택과 장점은 까마득히 잊고 자신의 불행한 처지만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부러운 내가 그런 극단적인 마음이 들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람의 행복은 '돈', '건강' 그리고 '결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건강문제와 어머니 문제였다. 특히 눈건강이 나빠서 중학교 3학년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한 나는 고도 근시이며 평생 안경을 쓰고 다닌다. 안경은 생활에 다소 불편하긴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망막에 주름이 생겨 오른쪽 눈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충격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도 오른쪽 시력으로 보는 사물은 크게 보이고 굴곡져 보인다. 회복이 되는 병이 아니고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처음에는 침실에서 잠들기 전에 나의 아내의 얼굴을 빤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시력을 잃게 되면 우리 아내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1년 2년이 지나고 나니 한쪽 눈이 실명되면 나에게는 또 다른 왼쪽 눈이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안정이 되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이명이 문제가 되었다. 6년 전부터 생긴 이명은 점점 소리가 심해져서 참을 수 있는 한계치를 넘겼다. 특히 저녁에는 이명소리가 심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녁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우울증도 함께 왔다.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라 여기면서 방치해 왔던 이명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울의 유명하다는 대학병원에 진료를 갔다. 난청으로 인한 이명이라고 하면서 보청기를 권유하였다. 아주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보청기를 양쪽귀에 하고 다녀야 했다. 또한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복용약을 먹어야만 했다. 1년을 복용해도 딱히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보청기를 하면서 내 귀에는 안경과 보청기 그리고 요양원을 방문하거나 병원을 방문할 때면 마스크까지 3가지를 귀에 걸고 다녀야 했다.
‘눈이 안 보이면 사물과 멀어지고 귀가 안 들리면 사람과 멀어진다’라는 헬렌켈러의 말이 있다. 난청과 우울증이 서로 관계가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한 젊은 시절에 즐겼던 음주 그리고 과식의 습관이 나이가 들면서 위장을 약하게 하여 위염증상이 심해졌다. 새벽마다 잠을 깨어 새벽에 물을 한 컵 먹고서야 안정이 되어 다시 잠이 들었다. 내과에 진료를 받아 조금 안정은 되었지만 일시적이다. 한번 나빠진 위가 좋아지기는 힘들다.
건강상황이 이쯤 되니 삶의 의욕도 떨어지고 어차피 인생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인데 '죽을 시간만을 기다린다'는 자괴감이 들어 나도 모르게 자는 잠에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당시에는 내가 살아야 할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무릎과 난청으로 장애등급을 가진 어머니의 건강은 날로 나빠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르신 유치원에 다니는 일이 무척 어려웠고 수시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저기 아프다고 병원에 가자고 하신다. 더구나 어머니는 난청이 심해 대화가 아주 어렵다. 가까이에서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말을 해야 겨우 알아들으신다. 대화를 할 때면 너무너무 답답하다. 이런 힘든 상황이 얼마나 지속돼야 할지 생각하면 너무 암울했다.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 집에 CCTV를 달아 하루 종일 어머니를 감시하듯이 살펴본다. 그리고 밤에는 악몽을 꾸는 일도 많아졌다. 형제자매가 같이 분담하면 위안도 되고 마음속의 답답한 심정도 나눌 수 있을 터인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형제자매는 모두 서울로 미국으로 떠나 어머니를 돌보는 사람은 나 혼자이다. 도무지 이런 환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내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고 굴곡이 있다. 힘든 골짜기가 있다면 높은 희망의 봉우리도 있기 마련이다. 작년 4월 어머니와 함께 했던 제주도 여행이 퇴직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바꾸는 변곡점이 되었다. 휠체어를 이용해서 내 인생에서 어머니와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떠난 제주도여행에서 내가 느낀 생각을 글로 적어 브런치 스토리에 보냈고 이 글로 인해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 이야기, 나의 인생 이야기, 나의 여행 이야기, 나의 교직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하였고 브런치의 독자인 회원님들의 격려에 큰 위로를 받았다. 때론 가족보다 모르는 사람들의 위로가 더 큰 힐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어머니는 건강관리 공단에서 장기요양등급 4등급 시설급여등급을 받아 요양원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나쁜 건강도 나의 어머니와의 애틋한 감정도 솔직한 심정으로 글로 남기고 많은 브런치 독자에게 '라이킷' 응원과 격려를 받아 나라는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글을 모으고 정리하여 연말에는 나의 자전적 에세이 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브런치 글을 쓰기 위한 독서에 대한 동기와 욕구가 강해져서 독서에 더 관심이 생겼으며 서점도 자주 방문하곤 한다.
내 친구 철수에게
사람들이 나의 어려운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세상을 멀리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지다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쉽게 접근하기 못할 수 있지만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타인은 모두 천국을 걷고 있는데 나만 지옥을 걷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알고 보면 타인도 당신과 같이 지옥을 걷고 있는데 겉으로는 상처받는 적이 없는 듯이 표현을 안 할 뿐이다.
친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생각해 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친구는 장거리 버스 운전을 하고 버스 속에서 혼자 고객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독서를 하고 독서한 내용을 독후감으로 쓰보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에 도전하여 글쓰기로 세상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타인에게서 치유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추천한다.
네가 좋아하는 악기 연주에 관심을 가져서 나중에 봉사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머릿속에 잡생각을 지워버리기에 악기만큼이나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는 혼자서 단시간에 배우기에 좋은 악기이고 유튜브를 통해서 익히면 예능에 소질이 있는 친구는 금방 익힐 것 같다.
나의 건강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기를 써서 병을 없애려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기만 하면 자연스러운 건강 상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몸이 스스로 치유할 것이다.” - 론다 번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고 긍정적인 말과 실천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 웃는 자이다.
나는 믿는다.
철수 친구가 우리 모두를 하늘나라 천국으로 보내주고, 지구라는 천국에서 끝까지 잘 지낼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2025년 을사년에는 혼자 힘으로 잘 극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편지글을 적었다.
2025년 1월 28일 설날이브에 만나자. 너의 소중한 친구로부터
P.S.: 사진설명_ 지리산 바래봉 산행에서 얼음 속에 갇힌 빨간 '노박덩굴' 열매가 보는 이에게는 아름답게 보였지만 노박덩굴에게 얼마나 차갑고 힘든 시간이 되었을까 하면서 사진속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