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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창백한 푸른 점

- 자이가르닉효과와 함께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를... -

by 올제

어머니의 평화로웠던 요양원 생활에 다소 동요가 생긴 것 같다.


서울에서 온 작은 아들과의 외출 그리고 긴 설 연휴의 시간이 어머니의 요양원 생활의 평화를 깨뜨렸다. 어머니가 계속 전화하신다.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곧 끊어진다. 그러기를 하루에 수십 차례 반복된다. 새벽이고 한밤중을 가리지 않는다. 휴대전화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이지만 전화를 자주 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심리상태를 말해주는 것이다.


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새벽시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참 얼마만인가? 마음먹고 별을 보는 일이 거의 없는 일상이었는데 나도 몰래 별을 찾아서 보았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강해서 불어서인지 유난히 별이 반짝인다. 저 별 하나가 하나의 태양계를 나타낸다고 할 만큼 광활한 우주이고 지구는 하나의 먼지만큼의 점인데 우리가 코스모스의 중심일리가 없고 우리 지구가 창조주의 유일한 관심사일리가 없다. 머나먼 우주에서 본다면 저기에 보이는 점 하나가 어딘가가 내가 사는 지구일 것이다.

< 아파트의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본 밤하늘에도 수많은 별들이 있음을 알고 소소한 감동을 느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래알의 수보다 더 많다는 별들 우주란 경이롭다. >
‘자이가르닉 효과’란 말은 교육학 용어이다. 과거의 일 중 완성하지 못한 일을 기억하게 되어 마음속에 계속 떠오른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업을 완결 짓지 않고 학생들에게 계속 떠오르게 해서 과제를 풀도록 하는 것으로 적용한다고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 늘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하여 빈칸을 남겨보고자 한다. 한번 풀어보셔도 좋을 듯하다.


-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궁금증이 생겼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구입했다. 40년 전의 책이라 용어가 다소 어렵고 인문계인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를 다시 선택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공식 후속작이라고 하는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독자들이 접근하게 쉽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우주의 생성과 인류의 과학발전에 기여한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다소 편하게 읽힌다.


설날 연휴 동안 열심히 책을 읽었다. 하늘의 별이 되었을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과학자의 신념에 경외심과 존경심을 보낸다. 한편으로 인간이 이기심과 본능을 거스르면서 죽음의 그림자 처럼 다가오는 6차 대종말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근시안적 사고와 욕심으로 우리 문영을 깡그리 무너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결과를 피하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변할 수 있을까? 우리 종에게는 스스를 바꿀 능력이 있을까? 아니면 우리의 (**)에는 어쩔 수 없이 자기 파괴로 내모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이 것이 칼 세이건과 나를 괴롭힌 질문이다. (77 page)


앤 드루얀은 특별히 한국독자를 위한 서평을 썼다. 그만큼 한국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혁신적인 사고의 선봉에 서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앤 드루얀은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측면에서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민족으로 보고, 이 세상의 변화를 기대할 혁신적인 나라로 보았을까? 우리의 사고는 가히 혁신적일까? 과학자가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충격을 우려해 울리기 시작 한 경고를 알려야 하는다는 사명감을 한국독자가 가장 잘 실천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40여년전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완성하던 1980년대의 한국과 2020년의 한국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 인류는 바빌로프와 그의 연구자들에게 빚지고 있다. -


≪바빌로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한 Chapter를 할애하고 있다. 바빌로프는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처음 인식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중국, 일본, 한국, 스페인, 브라질 자바,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등에서 총 25만 종이 넘는 씨앗을 수집했다. 세계 종자은행이란 개념을 만들어 후대에 안전하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인류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의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하여 1941년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4,000명이 굶어 죽었다. 도시는 히틀러의 군대에 100일 넘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위한 종자들을 지켜냈다.

“왜 2년 넘게 매일 굶어 죽어 나가고 있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에게 씨앗과 견과를 나눠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여러분들이 오늘 무언가를 먹었는가? 만약 먹었다면, 그 음식 중에는 아마 그 식물학자들이 죽음으로 지켜냈던 (**)에서 유래한 음식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171 page)


- 프리슈의 꿀벌 이야기와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 -


꿀벌의 기호 언어를 풀어낸 암호 해독가 독일의 생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벌은 춤 언어로 말하고 있다. 1초 동안의 씰룩거림은 1km의 거리를 말하고 벌이 위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태양을 향해 날아가라는 뜻이며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라는 뜻이다. 벌들의 정교한 메시지는 수학, 천문학, 그리고 시간을 정확한 단위로 측정할 줄 아는 지적인 생명체라는 증거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현재, 세계의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지구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곳에서는 모든 개체가 제 목소리를 낸다. 부패란 없다. 공동체는 일단 토론으로 모든 합의를 끌어내면 반드시 그 (**)대로 행동한다. 꿀벌들이 모인 곳은 늘 그렇다. (256 page)”


나라가 극단적으로 둘로 나누어져 있으니 불안하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이 시대의 가장 큰 정의는 공동체의 선에 기초하며 공동체의 선은 도덕적 참여 정치로 완성된다고 하였다. 도덕적 정치 참여가 이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의 중의 하나 임에 분명한 것 같다.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2030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현상이 두드려진다. 꿀벌처럼 모든 개체가 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합의를 끌어내면 반드시 그 결정대로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니 당연히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듯이 합의를 이끌어 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앤 드루얀의 기대와 지적인 생명체인 꿀벌들처럼...


<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나는 최근에 읽어본 '사피엔스', '코스모스', '정의란 무엇인가'를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


- '외계에 생명체가 있을까?'라는 의문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질문이다. -


우주에서 지구에 사는 우리만 홀로세(Holocene)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홀로세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하는데, "완전히 새로운(entirely new)"이란 의미이다. 대빙하가 물러나면서부터 기후가 안정화되기 시작된 시기로, 약 11,7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 시대를 말한다. 이 넓은 우주에서 진정으로 축복받은 기후이다.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이 넓은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홀로세 환경을 가진 행성이 존재하고 지적인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한 것이며 어쩌면 우리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에서 위치하고 있어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3차원이란 아늑한 공간에 산다. 0차원의 세계는 점이다. 1차원은 모든 것이 선(線) 뿐인 세계다. 2차원 세계는 플랫랜드다. 3차원은 우리가 사는 세계이다. 우리는 2차원의 존재가 3차원 세계를 미처 상상하지 못하고 오리무중에 빠지는 모습에 웃는다. 하지만 (ㅇㅈ) 현실로 오면, 우리가 바로 그 꼴이 된다. 차원이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317 page)


-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다. -


우리는 자연과 함께 자연의 섭리에 어울리게 우주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1974년 화학자 ≪셔우드 롤런드≫와 연구원 마리오 몰리나는 염화불화탄소가 대기층을 훼손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처음에 기업계와 정부는 그들의 주장을 비웃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이 올바르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하였다.

“우리가 예측력을 발휘하는 과학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손 놓고 앉아서 그 예측이 현실로 실현되길 기다리기만 할 거라면 다 무슨 소용인가?”(409 page)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더 잘 반영하는 이름을 새로이 붙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우리 시대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고 본다. 그리스어로 '(**)'을 뜻하는 anthrops에 '최근'을 뜻하는 cens을 합한 이 단어는 인류가 자연환경과 그 속에 생명체들에게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이름이다. (399 page)”


우주의 1초는 438년이고 1분은 2만 6294년이다. 우주력으로 계산하면 우주의 나이는 138.2억 살이다. 우주가 탄생한 시간은 영겁의 시간이다.


우주력으로 8월 31일에야 지구가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최초의 포유류는 12월 6일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12월 31일 저녁 7시경에 인간이 보노보와 침팬지로 진화의 길을 갈라서게 되고 12월 31일 밤 11시 52분경에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 등장하였다. 우주력으로 따지면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살았던 시기는 약 8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농업혁명이 일어난 시기는 19초 전이고 과학이란 문명이 시작된 시간은 불과 1초 전이다.


모래 알 수보다 많은 우주의 별들 중 한 곳인 지구에서 8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우주의 섭리를 거슬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법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면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적으로 우리 자신이 마음속에, 뇌속에 존재할 뿐이다.



*표지사진 설명: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172page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사람의 뇌를 위에서 본모습이다.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책에서 수많은 놀라운 사진 중에서 딱 한 장을 고르면 인간의 뇌 촬영 사진이다. 색깔로 강조된 부분은 신경섬유가 지나는 길이다. 이 섬유들은 뇌 속에서 그리고 척수로 신경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뇌는 하늘이요, 우주이다. 인간은 스스로 우리의 재앙을 이겨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P.S. :자이가르닉 효과 (괄호) 정답

1. 내면 2. 종자 3. 결정 4. 양자 5.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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