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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반하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라오스야~ 콥차이"

by 올제

전) 직장동료인 益者三友와 함께 10년 동안 적립금을 모아 5년간 연금형식으로 받은 금액으로 올해부터 5년간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 첫 여행지가 라오스였다. 10년간 적립금이지만 실수령액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곳이었다. 라오스에서 만난 가이드는 고객으로 온 여행객들이 어찌하여 이곳 라오스로 여행하러 왔는지가 궁금한지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다.


“라오스에 오시는 분들은 두 부류예요.” “동남아시아의 다른 곳은 다 가봤지만, 아직 안 가본 곳이 라오스여서 오시는 분과 라오스를 한번 와 본 분들이 좋아서 다시 찾는 곳이 라오스입니다.”



< 왼쪽_아침산책길에서 맨발의 탁발 스님과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공양을 드리는 여인, 오른쪽_아침에 맨발로 거리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밝게 인사를 나눔 >


< 라오스는 어떤 나라일까? >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5개국 사이에 끼어 있어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한 내륙국이다. 인구는 약 7,606,807명이고 국토 면적은 237,955 km²로 남북한 면적의 1.1배라고 한다. 국민소득은 1인당 GDP 1,976달러 (2024년 IMF 통계 기준)이다. 내가 태어난 1960년 초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와 현재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인 라오스는 비슷한 모습이 많은 국가이다.


전체적인 라오스의 이미지는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지만, 아주 적은 인구가 육지 속에 갇혀 사는 가난한 은둔의 나라였다. 그리고 짧은 일정동안 비엔티엔과 방비엥의 여행에서 아주 인상적인 것이 3가지였다.


첫째는 오토바이와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경적을 울리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대체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운전자가 보행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후진국일수록 자동차 위주의 교통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라오스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경적 울리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내가 예전 북유럽을 여행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사람이 건널목을 지나가면 50m 앞에서부터 서서히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 라오스에는 놀라울 정도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경적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둘째는 Beer Lao라는 맥주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대체로 술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이 찾는 곳도 라오스라고 한다. 라오스의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회사가 맥주회사라는 것이었다. Beer Lao라는 맥주회사가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7백만이 조금 넘는 라오스 사람들이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오토바이 사망사고가 전체 사망률 1위라고 한다.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정부에서는 어떤 사유인지는 몰라도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 운전하여 일어나는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셋째는 한국 사람들의 라오스 사랑이었다.

이재숙 통상대사는 2010년 한국정부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 시내 중심에 공원을 건설해 주는 가교역할을 하였다. 라오스 수도의 중심에 공원을 만들어 기증하기로 하여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여 라오스 국민과 라오스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어 추진하였다고 한다. 매일 저녁에는 야시장이 열렸다. 야시장은 먹거리가 아니라 신발과 옷 그리고 잡화들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혹서의 날씨에 보호장비 하나 없이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잘못하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마을버스 700대를 기부하였다고 한다. 분명 라오스는 동남아의 다른 국가보다는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과 같은 나라였다.


우리 가이드는 최고의 야구 감독에서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로 이만수 감독 이야기를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이만수 감독을 무척 존경한다. 베트남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면 라오스에 이만수 감독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홈런타자이자 한국인 지도자 최초로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를 수상한 '헐크' 이만수 감독. 지난 2014년, 그는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감독 시절 늘 꿈꿔온 '야구 선교'를 위해 돌연 라오스로 떠났다.


그로부터 10년이 된 2024년. 그는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동남아시아 야구전파에 힘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라오스 야구협회가 창립되고 현지 국가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였으며, 자국 내 최초 야구장이 건설되는 등 많은 기적 같은 일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동남아시아 최초로 야구대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 자전거, 집라인, 버기카, 카약, 열기구, 트레킹 등 방비엥은 액티비티가 활성화된 은퇴자들의 매력적인 놀이터였다. >


< 행복해지기 위해 라오스 오신 것 맞죠? >


가이드는 이렇게 질문을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라오스에 여행 오신 것 맞죠?" 그러면서 라오스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고 한다. 한국은 짧은 기간 기적적으로 잘살게 되었으면서도 왜 그렇게 자살률이 높은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한국은 2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국이란 나라는 개인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낙오자에게는 가혹한 오징어 게임 같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인격적 비난에 취약한 연예인들의 경우 자살의 비율이 더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사회는 개인의 능력치 가용 한도의 80% 정도로 굴러가고 20%의 여유 공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라면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가용 한도를 120% 이상으로 요구하는 것 같다.


나는 라오스라는 나라는 왜 이렇게 가난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정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개혁과 개방에 뒤처져져 일본에 굴욕적인 경술국치를 경험하기도 하였고 한국전쟁으로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이 된 적이 있었다. 라오스는 몽골처럼 지리적인 한계인 내륙국가이어서 분명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라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민족 지도자의 혜안과 청렴한 지도력이 필수적이며 민주적인 정치구조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다. 언젠 가는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길 바라면서 스위스처럼 관광대국으로서의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라오스 사람들에게 불행의 그림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내면은 알 수 없었지만 늘 평화롭고 웃는 얼굴로 각자의 위치에서 생활하고 있어 보였다.


독일 노부부의 생일파티는 애교인가 민폐일까?

아침 호텔 레스토랑에서 작은 생일파티가 열렸다. 6~70대의 독일인 단체 관광객 20여 명 중 한 분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파티가 열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 큰 소리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아침 식사 중이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식사 중인 관광객 중 일부는 박수로 축하를 보내주었다.


益者三友 중 한 분이 말씀을 꺼냈다.


“올제님은 공공장소에서 이런 생일파티를 여는 모습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이벤트로서 '애교'로 보아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분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행복을 위해 만든 이벤트로서 타인에 대한 '민폐'로 보아야 할까요?”


잠시 생각을 한 뒤 나는 한 마디 하였다.


“세상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서양인이고 독일인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좀 관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갈 때면 언제나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선택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답은 없고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동양인이든 서양인 이든 민폐가 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의 생일파티를 라오스에서만큼은 애교로 인정하고 싶다. 타인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준다 할지라도???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라오스에 온 것이다.


우리 益者三友는 은퇴 후 살아가는 이야기로 수영장 테이블에서 챗지피티, 밤하늘 별자리 관찰, 그리고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 알. 쓸. 신. 잡을 이야기 하면서 라오스의 여름밤을 즐겼다. 益者三友에게는 라오스의 국화인 덮참파 꽃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것 같다. 益者三友라 호칭을 하지만 사실은 존경하는 형님들이다.


라오스야~~ 컵차이 (고맙다)

내 인생아~~ 컵차이 라이라이 (매우 고맙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우리를 안내해 주신 이우림가이드님 감사드립니다.


< 라오스 빠뚜사이 독립기념문 광장에서 인증샷과 라오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블루라군의 물놀이와 다이빙이다. >


< 이만수 감독님께 드리는 짧은 편지 >


존경하는 이만수 감독님 ~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제가 **중학교에서 퇴임하고 감독님과의 인연도 마무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던 소규모 시골 중학교에 와 주셔서 어린 야구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저에게는 운동선수로서 그리고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대성한 선수와 훌륭한 감독의 모습보다 은퇴하시고 하신 일들이 더욱 깊은 감명을 심어주어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소규모 시골 학교의 야구부에 관심을 가지고 물품을 기부하고 나눔을 하셨듯이 야구의 불모지 가난한 나라 라오스에서 야구의 전도사로서 큰 위업을 이루신 감독님의 소식을 알고 잘 있었지만 이번에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가이드에게 감독님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어 감개무량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과의 인연을 다시 연결하게 하는 의미로 '헐크 파운데이션'에 SNS로 정기기부를 신청하였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에서 남자라면 큰 뜻을 품어 반드시 이루어야 하고, 이룬 큰 뜻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펼쳐준다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칭송을 받겠지요. 저는 그런 큰 뜻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정기기부로 감독님의 뜻을 지지합니다. 저의 아들도 저에게 배운 학생들도 모두 감독님과 같은 그런 꿈을 꾸었으면 합니다.
예전 저와 같이 운동장에서 야구 배팅 놀이를 한 추억의 영상을 올려보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감독님의 훌륭한 나눔의 정신을 아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헐크 파운데이션'도 소개해봅니다.

언제가 건강하시고 소원하시는 일 잘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시골의 소규모 ** 중학교 야구부 학생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와주신 이만수 감독님과 함께 배팅연습을 한 기억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이다. >

표지사진 설명: 여행지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 산책시간이다. 라오스의 아침 해 뜨는 시간은 고요하고 상쾌한 기분을 가지게 해 주어 하루를 기대하게 만든다. "올제야~ 오늘도 잘할 수 있다. 나는 절대로 잘 될 것이다."를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방비엥의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풍광을 표지사진으로 정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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