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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의 집 Jul 24. 2022

귀여움 공화국 대한민국, 영화 [외계인 1부] 리뷰

귀여움 신드롬이 영화 [외계인 1부]를 잠식했다.


이번 주 목요일 외계인 1부가 개봉했다.

예고편을 몇 개월 전에 본 후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 다짐했던 내가 떠올랐다.


예고편을 보고 나는

외계인 1부가 재미있고 없음을 떠나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라고 느꼈다.


등장 인물도 매우 다양하고

세계관도 정당히,

마블 수준은 아니지만,

대서사시를 담아내기에 충분히 넓어 보였다.


그리고 요즘 핫한 배우인 김태리 주연에

류준열, 그리고 소지섭, 이하니,

그 외에도 수많은 유명 배우가 등장한다.



영화 외계인 포스터, 라인업이 굉장히 화려하다.



하지만 개봉 후,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몇몇 영화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하였다.


몇몇의 영화 평론가들 또한

이 영화가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지만,

부분 부분마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뚝 뚝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고

전체적으로 보아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하였다.






그러나 오늘 영화를 보고 온 나로서

이 영화는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외계인 1부의 경우는

보통 일반적인 영화처럼 주인공 1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단일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블 영화와 같이 다양한 캐릭터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주가 되는 영화이다.


그러한 점에서 '외계인 1부'에 대한

흐름이 끊긴다는 평은 나에게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평가이다.


다양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를 다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므로

이야기가 계속 전환이 되지만,

막상 보니 그렇게 끊어지는 느낌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각자의 이야기가 한 점을 향해 모이듯

한 곳으로 응집이 된다.


이 또한 오히려 흥미의 한 포인트로 작용하였지,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가중시킬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다만 나 또한 이 영화에 대해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디자인 등이 필요 이상으로 귀엽게 디자인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계인 1부'는 세계관도 넓고 심오해서

굳이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필요했을까 싶다.


외계인 1부와 같은 전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현재, 과거, 미래까지 배경으로 둔

'대서사시'와 같은 영화에 '귀여움'이 침투한 것일까?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자신의 죄수들을

인간의 몸에 가두는데,

이 죄수들이 인간의 몸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

김우빈은 다시 죄수를 다른 곳으로 가두는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몸 밖으로 탈옥하는 죄수들을 제압하여

다시 가두는 죄수들의 "저승사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영화에서 김우빈이 맡은 인물의 이름은

'가드'와 '썬더'이다.


나는 영화 극초반에 김우빈이 맡은 인물과

그를 보조하는 인공지능 기계의 이름을

'가드'와 '썬더'라 소개했을 때

다소 난처한 감정이 들었다.


요즘 어린이 애니메이션도

'가드'와 '썬더' 이렇게 간단하게(?)

짓지는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좀 많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이름이 사실

김우빈이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

만나게 되는 한 아이(최유리 아역 배우)가 지어준 이름이라 쳐도,


캐릭터 이름 자체가 가드와 썬더는

많~이 선을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외계인 또한 많이 등장하지만,

김우빈과 함께 지내는 아이의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왜 아이를 이 대서사시의 중점에 둘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를 중점에 두는 것은 솔직히 인정을 해도

왜 이 영화에는 계속해서

"귀여움"이라는 감정 코드가

군데군데 배치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은 모든 게 다 귀여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 내게 서울의 한 풍경을 상상해보라 하면,


넓은 도로와 분주한 자동차와 버스, 높은 빌딩들과 함께

커다랗고 귀여운 캐릭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카카오 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부터

뽀로로, 팽수까지

'귀여운 캐릭터'는 2020년대 서울을 상징하는 한 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창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귀엽다"라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쓴다.

어떠한 사람에 대한 인상을 논할 때에도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귀엽다"라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귀엽게" 말을 하는 대사가 정말 많다.


귀여운 내용을 말하거나

말하는 톤이 귀엽던지 등.

"귀여움"이 일종의 전제로 깔려 있는 느낌이다.


굳이 귀엽게 말하지 않아도 될 상황,

굳이 귀엽게 전달하지 않아도 될 생각이나 감정들도

귀엽게, 귀여운 말투로 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또한

이 "귀여움 코드"를 자폐 설정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용한 드라마이지 않나 싶다.


드라마 제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지만,

사실 "귀여운 변호사 우영우" 아닌가.


드라마 속 우영우라는 인물이

"이상함"을 주된 이미지로 갖기보다는

"귀여움"을 주된 이미지로 갖는다.


우영우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자폐증' 또한 이 캐릭터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에서 몇 년 전부터 퍼져온

이 "귀여움 신드롬"은 도대체 왜 발생하였고

왜 이 영화 "외계인 1부"에까지도 스며들어

나의 아쉬움을 자아내는 걸까?


언제부터인가 "귀여움"이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모범 답안"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귀여움 신드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볼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논해보고 싶다.



영화 [외계인 1부]에 대한 한 마디 총평은


귀여움에 잠식당한 우주 대서사시


이다.



그리고 나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귀여움'이 많이 등장하고, 다소 몰입을 방해하더라도

충분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고

시각적인 효과가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김태리 배우가

등장해서인지

승리호 2 느낌도 살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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