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과 부채, 옥수만 있으면 그곳이 곧 법당
신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갈비탕과 고등어구이, 김치찜을 차려주셨다. 그날 먹은 것이 없던 나는 두 그릇을 뚝딱 비웠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는 비린내가 나는 음식을 못 먹는데 그것까지 신할머니께서 아셨다. 억지로 먹지 말라고 하시며 내가 잘 먹을 수 있게 신경 써주셨다.
그날은 별 날이 아니라 하셨는데도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가족과 친척들까지 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물어보면 그냥 지나가다 들렀다, 생각나서 들렀다, 이렇게 대답하셨다.
밥을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나니 신어머니와 함께 방울을 보러 갔다. 방자방울이었는데 여러 개 중 내가 흔들어보고 고르도록 하셨다. 나는 방울을 들고 흔들어보았다. 신기하게 방울이 하나하나 다 다른 소리가 났다. 근데 소리가 좀 많이 컸다. 머릿속이 쩌렁쩌렁 울리는 느낌. 소리가 뇌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중 나는 가장 내 머리에 쏙 꽂히는 소리가 난 방울을 골랐다. 그리고 애기방울도 하나 고르라 하셨다. 애기방울은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소리도 귀여웠다. 여러 가지 색깔이 있었지만 나는 가장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방울을 골랐다. 신어머니는 엄~청나게 긴 하얀 천도 챙기셨다. 이 천의 역할은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계산을 하러 가니 방울이 하나에 8만 원! 와우. 비쌌다. 거기다 애기방울도 엄청 비쌌다. 같은 물건이라도 앞에 '의료', '웨딩'이 붙으면 가격이 배로 뛴다는데 이것도 그런 걸까. 어머니는 바로 계산하시고 곱게 포장된 방울을 내게 주셨다. 다시 법당으로 돌아가서 내게 기도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방법이라고 딱히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절을 아홉 번 하라고 하셨다. 정면에 3번,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3번씩 해서 총 9번인 것이다. 그리고 내 생년월일을 음력으로 말하고 이름과 사는 곳의 주소를 말하고 이제 삼산맞이를 갈 테니 신령님들께 하강하시라고 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이후 기차 시간 때문에 나는 역에 가야 했고 신어머니는 택시를 불러 서울역까지 편하게 갈 수 있게 해 주셨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가벼운 몸으로 기차에 올랐다.
한동안 나는 이렇게 몸이 좋았나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그렇게나 매일 아프던 몸이 신기하게 나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해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 했다.
너무 아파서 뭐라도 붙잡고 싶던 간절함이 몸이 나으니 붕 뜨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괜찮으면 나 신을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건 아닐까? 솔직히 삼산맞이랑 굿까지 한두 푼도 아니고...'
이런 생각이 한 번 들기 시작하더니 기도도 열심히 하지 않고 내가 편한 삶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랬더니 다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