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녀? 그거 우리 엄마 이야기야?
11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는 재혼을 하신 상태였다. 그때 배우자분이 나이가 꽤 많았다. 편의상 지금부터 아저씨라고 부르겠다.
어머니는 지인 소개로 아저씨를 만나게 됐다고 하셨다. 아저씨는 어머니의 모든 빚을 대신 갚아주셔 신용불량자의 늪에서 어머니를 구해주셨다. 나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또 이혼을 하셨다. 어머니는 별 핑계와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으셨다. 아저씨가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렸다, 생활비를 안 준다, 어머니의 친자식인 우리에게 돈 쓰는 걸 아까워한다... 등등
어이없는 건 이혼의 이유를 우리에게 돌렸다는 것이다. 우리한테 잘해주고 싶은데 아저씨가 그렇게 못하게 하신다나. 동생들 핑계를 댔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돈 때문이라는 걸.
어머니가 직접 이야기하셨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어머니가 놀 때 쓰라고 돈을 100~200만 원 정도 툭툭 던져주는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나와 여동생에게도 무조건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야 한다고 하셨다. 최저 연봉 5000만 원 이상이어야 하고 능력이 출중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남자. 돈 없는 남자에게 시집갈 거면 어머니와 인연을 끊자고 하셨다.
그렇게 이혼소송이 시작되었고 어머니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며 이겨서 위자료를 받으면 뭐 할지 행복한 상상을 하셨다. 나는 말을 아꼈다. 어머니가 질 것 같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완패하셨다. 오히려 8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줘야 한다고 판결이 났다. 어머니는 이 금액이 아까워 그냥 평생 안 주고 버티려고 하셨단다. 하지만 큰 이모의 설득에 돈을 주기로 하셨다. 어머니와 큰외삼촌의 공동 명의로 된 땅이 있었다. 이 땅이 팔리면 주려고 했는데 땅이 팔리지 않았다. 결국 큰외삼촌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돈을 물어줬다. 이제 어머니는 매달 대출이자를 갚아야 한다.
지금 어머니는 또 남자친구를 사귀고 계신다. 이젠 결혼에 진절머리가 나서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동거만 하고 계신다. 은퇴한 공무원이신데 매달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100만 원씩 주고 계신다.
어머니 연세가 50이시다. 아무리 어머니가 예쁘고 매력적인 들 나이 앞에서는 소용없다. 어머니는 건강을 핑계로 일을 하지 않으신다. 지금도 돈 많은 남자를 잡아서 편하게 살 생각만 하신다. 당장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도 일을 하지 않으신다. 큰 이모네 식당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정도 하고 계신다.
어머니야 어떻게 사시든 나와 상관없다. 웃긴 건 남자친구와의 동거에 대해 참견하실 때다. 남자친구가 청약에 당첨되어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나는 그 집에 들어갔다. 나도 돈을 벌고 있으니 당연히 집에 들어갈 식탁이며 가구를 내가 살 생각이었고 생활비도 반반 부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결사반대를 하셨다. 어이가 없었다. 카톡을 캡처해서 첨부한다.
어머니는 내가 생활비를 내야 할 정도로 남자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교제를 허락 못한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오빠에게 어머니 이야길 하고 거짓말에 맞춰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오빠는 당황했지만 이해해 주었다.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맙다ㅠㅠ 생활비는 반반 부담하지만 어머니에겐 비밀로 하고 오빠가 혼자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위의 카톡처럼 좋아하셨다. 생활비를 안 내서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웃긴다. 헛웃음만 나온다.
그래놓고 올해 7월에 LH아파트 신청 결과를 발표한다며 최소 입주 비용인 600~700만 원을 내게 빌려달라고 하셨다. 나는 내 결혼생활에 생활비를 보태지 않고 그 돈 모아서 어머니 아파트 입주 비용으로 드려야 하나? 이게 맞는 건가?
나는 지금 요양보호사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곳에 예순이 넘으셔도 일을 하셔서 한 달 월급 200만 원씩 버시는 분들이 빼곡하다. 어머니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시다. 그럼 일을 해서 월급과 아저씨에게 받는 100만 원 모아서 열심히 생활하면 충분히 입주 가능할 텐데?
어머니의 태도에 혼란스러웠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부모의 도리란 뭘까. 하물며 자식의 도리란 뭘까.
너무 어려운 문제다.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