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보고 싶어 10편
집값이 한창 가파르기 오르기 시작한 2018년 즈음, 나는 전세를 살고 있었다. 집을 사기는 해야 하는데 돈은 없고 가격은 자꾸 멀리 도망가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 많았다. “청약”이라는 유일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봤지만 그것도 역시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차를 운전해서 가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아파트만 보였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아내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렇게나 아파트가 많은데 우리 거는 왜 없을까? 대체 우리 집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나라에서 모든 사람에게 집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도 아닌데 다들 살 집 하나는 가지고 태어난 것 마냥,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 차에서 어린애 같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도시에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가 그랬던 것처럼 얼마 전부터 나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 바로 책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책을 보러)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길을 뚝 끊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영상보다는 책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독서를 통해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여주고자 꽤나 자주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다행히도 아이는 도서관에 넣어놓으면 아빠를 찾는 일이 없다. 7살 때만 해도 물 달라고 찾고, 화장실 같이 가자고 찾았는데 초등학생이 되니 혼자 알아서 다 한다. 그러니 내 자유를 위해서라도 도서관에 더 자주 가게 되었다.
속박을 풀어낸 나는 책이 있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경제에 관한 책, 기독교 신앙에 관한 책, 전공인 수의학이나 자연과학에 관한 책,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많은 책들을 읽었다.
갖가지 종류의 책들을 읽다 보니 책 쓰기에 관한 책도 읽게 되었다. 전부터도 책을 쓰는 것에 관심이 좀 있었지만 시작을 해보려다가도 직장이나 가정 일이 조금 바빠지면 금세 멈추고 더 나아가지 못했었다. 그런데 '휴직 중이니 이젠 시간이 있다! 게다가 많은 저자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책 쓰는 방법과 책을 써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해 준다. 나도 이제는 진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며든다.
도서관에 가면 새로 나온 책들이 별도로 진열된다. 예전에는 그런 가 보다 했지만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진다. '책장은 한계가 있는데, 새로 책이 입고된다는 것은 곧 잘 안 읽히거나 너무 오래된 책은 책장에서 빠진다는 것을 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책장에 책이 저렇게도 많은데 또 누가 그렇게 책을 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책을 낸 지도 몰랐는데 내가 실제로 아는 사람이 쓴 책이 도서관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지는 않지만 서로 만나 대화하고 통화했던 사람이 쓴 책이 떡하니 책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더불어 수많은 책장에 빼곡하게도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내 책도 한 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는데 왜 내 책은 없어? 왜 나는 못해?’ 하는 불만 아닌 불만과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고 나도 한다’는 일종의 도전정신이 생긴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남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14년간 공무원 수의사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가칭이지만 제목을 일단 정하고 세부적으로 목차를 세운 뒤에 하나하나 글을 써서 채워가는 중이다. 가급적 올해 안에 "출판 계약"과 "종이책 출간”을 목표로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끝까지 써서 출판사에 보내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잘 되어서 출판이 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터이니 글을 써서 갖고만 있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평가를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브런치스토리에 즉각 즉각 올려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한 번은 책을 내는데 도움을 받고자 수 백 명이 자기 책을 출간하도록 이끌어주었다는 유명한 글쓰기 코칭 강사와 어렵게 만났다. 선불이었다. 그런데 이미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몇 마디 나누고 돌아온 적이 있다(환불받았다). 잠깐이었지만 그분이 말하기를 그래도 누군가에게 배워야 빨리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책을 낼 만큼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에 대해 따로 배워본 적도 없다. 그분 말처럼 결국 누군가에게 코치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배운다고 해서 당장 내 실력을 확 끌어올릴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내 삶과 생각에 대해서는 나만 제대로 쓸 수 있다.
앞으로의 어려움은 그때 가서 생각하련다. 내 이야기가 지닌, 작지만 큰 힘을 믿고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끝도 없이 줄 맞춰, 꼿꼿하게 서있는 책들 속에 수줍게 자리 잡은 "내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