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왜 공무원 해요?

내일의 내 일을 생각하다 1편

by 예일맨

“수의사가 왜 공무원 해요?”


내가 지난 1년간 수의직이 나 한 명뿐인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조금 속 좁게 생각하자면 방향을 정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례한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는 된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거나 직급이 높은 분들 중에는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가는 분도 몇 있었다.


“나 같으면 공무원 안 해. 동물병원 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 텐데 이걸 왜 하고 있어?”

“부럽다. 당장 그만둬도 여기서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벌 거 아냐?”


‘당신이 공무원을 하고 있는 이유와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내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질문을 했고, 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그저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 또는 뭔가 특별히 동물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겼다.


늘 수의사들이 다수인 집단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식의 질문은 낯설고 때론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내가 왜 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하게 해 주었다.

내가 입사한 2012년만 해도 공무원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당시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공무원이요’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예전에는 ‘대통령’이나 ‘천체 물리학자’ 같이 보다 아이다운 이상적인 꿈을 꾸었는데 현재는 아이들도 현실적으로 안정만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는 내용으로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높은 인기와 경쟁률 때문에 남들은 몇 년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는 공무원을 수의사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고 9급이 아닌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 또한, 당시 동물병원 인턴 초봉과 공무원 초임 급여는 지금과 같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으니, 동물병원 임상수의사로 살아갈 마음이 별로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 공무원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그리고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예민하고 까다로운 보호자를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막연한 걱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임상을 하면 최종적으로 내 병원을 개업해서 운영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최대의 장점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여 당시의 높은 “인기”와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급여”, 그리고 “다른 진로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가지 관련된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따지고 따져서 공무원이란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공무원 수의사라는 진로를 선택하고 어느덧 1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당시 선택한 원인들 중 “안정성”을 제외한 여러 가지가 현재는 바뀌어 있다. 공무원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고 상대적으로 임상 수의사, 특히 소동물 임상 수의사의 인기는 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반려동물 수와 관련 산업의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10년 전만 해도 월 200만 원도 감지덕지였던 동물병원 인턴 수의사 급여가 현재 월 300만 원 이상은 기본일 정도로 많이 상승했고 결과적으로 수의대생 대다수가 자신의 진로로 “소동물 임상”을 선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무원 수의사의 입지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급여는 적은데 임상 수의사에 비해 근무 여건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HP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나 FMD(구제역), 그리고 ASF(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국가재난형 전염병의 지속적이고 예고 없는 발생으로 주말 근무나 비상 출동 업무가 잦아 더 힘든 부분도 많다. 결과적으로 공직을 떠나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왜 수의사가 공무원을 하냐고 물었던 그분들도 이 상황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의 인기도 급여도 근무환경도 달라진 이 상황에 내가 당시 신중하게 선택한 그 결정이 왜 틀리다고 말하냐고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나도 다시 한번 내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해 볼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단순히 돈과 인기를 따라가서는 안된다. 현재의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공무원의 인기가 현재는 낮지만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은 셈이다. 또한,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에 비해 보상이 약해 공직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성과제 개편이나 여러 정책을 통해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우는 지금보다 분명히 더 개선될 것이다.


또한, 단지 안정적인 길이라고 해서 도전을 피해 가는 것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안전"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두고두고 마음을 괴롭게 할 것이다. 두려움은 사실 그 자체가 가진 어려움보다 훨씬 더 크게 마련이다. 미리 걱정하며 더 성장할 수 있는 나 자신을 좁은 틀 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가치 판단과 나를 잘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수의사로서 어떤 삶이 더 수의사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더 많은 사람과 동물과 생명들에게 더 큰 이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환경과 일을 더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가 무엇을 하기 원하시는지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을 하는 지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하나님은 내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기도해야 한다. 더 치열하게...


10년 뒤? 아니, 너무 먼 미래이다. 1년 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날의 나는, 누군가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자신 있게 답하고 있지 않을까?


그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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