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이갈이
"아직 유치가 남아있네요. 알고 계시죠?"
스케일링을 하러 치과에 가거나 치아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항상 듣는 질문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의 아래턱 송곳니 옆옆에 위치한 작은 어금니는 아가 때부터 함께 하고 있는 유치입니다. 분명 뿌리가 깊지 않을 텐데 용케 잘 버티고 있습니다.
다만, 주위의 이빨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양 옆의 이빨들이 비어있는 그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덕분에 치열도 고르지 않고 발음도 좀 샙니다. 작은 음식물들이 잘 끼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서른이 다 되어서야 비슷한 녀석들로 갈아 넣어볼까 상담도 받았지만 아프지 않다면 굳이 뽑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런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오복 중 하나라는 치아 건강을 유지하며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 둘째 새 식구 땅콩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하러 동물병원에 갑니다. 초진이기도 하고 유기견이라고 하니 수의사 선생님께서 전반적으로 잘 봐주십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어디서 많이 듣던 질문을 하십니다.
"아직 유치가 남아있네요. 알고 계시죠?"
"그래요? 몰랐어요"
"오른쪽 상악 송곳니가 아직 남아있어요. 자연적으로 빠지지 않으면 발치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 보호자님 알고 계시고 한 번씩 관찰해 주세요"
다시 한번 땅콩이의 이빨을 들여다보니 주위의 다른 이빨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 하나 보입니다. 뾰족하고 길기는 한데 튼튼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힘을 주면 곧 빠질 것 같은데 아직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일부러 발치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개의 유치는 28개인데 생후 10주 정도가 되면 다 자란다고 합니다. 그리고 4개월 정도가 되면 앞니, 어금니, 송곳니 순으로 유치가 빠지고, 42개의 영구치가 새로 나는 "이갈이"를 시작하는데 이것도 약 8~10개월 정도가 되면 다 마친다고 합니다.
개의 치아와 이갈이에 대해서 찾아보니 땅콩이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아직 유치가 남아있고 영구치가 자라고 있는 땅콩이는 대략 5~7개월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땅콩이의 모든 유치가 잘 빠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입을 열어 치아를 또다시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새로 구입한 치약 뚜껑을 엽니다. 치약은 치즈 향입니다. 땅콩이를 안아 품에 앉히고 치약을 손에 짜면 벌써부터 그는 흥분합니다. 이빨과 입 주변에 발라주면 더 달라는 듯 입을 쩝쩝거립니다.
칫솔에도 치약을 묻힙니다. 아직 칫솔질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향기가 나는 물체가 입 안을 왔다 갔다 하니 싫지는 않은 가 봅니다. 입 안에 있는 어금니는 잘 보이지 않으니 쓱싹쓱싹 감으로 부드럽게 닦아 줍니다. 그리고 유치에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싣습니다.
유치의 단단함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흔들림이 심해졌습니다. 살짝 피도 보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영구치로 완벽히 거듭난, 건치 미소를 띤 아이가 보입니다. 이빨 흔들거릴 때 피 맛이 난다고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첫 유치는 치과에서 뺐는데 나중에는 혼자서 다 해결한 자랑스런 아들입니다. 땅콩이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땅콩이 양치 시간입니다. 잘 보이던 유치가 없습니다. 실에 매달아 방문고리에 걸 새도 없이 빠져 버렸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방바닥을 샅샅이 뒤집니다. 혹시나 삼킨 것은 아닐지, 산책 나갔을 때 빠진 것은 아닐지... 거실을 열심히 찾아다닙니다. 마침내 배변 패드 옆에 작고 하얀 것이 눈에 띕니다. 네. 그것이 맞습니다.
"찾았다! 땅콩이 이빨!"
"아빠 어디?! 나 좀 보여줘!"
"그러네. 땅콩이 수고했구나. 아빠! 버리지 말고 내 이빨 모은 곳에다 같이 잘 보관해 줘!"
이제 어린 이빨이 있던 자리에는 평생 쓸 수 있는 튼튼한 이빨이 자라날 것입니다. 몸의 일부였던 이빨이 몸 밖으로 떨어져 나가 이제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못내 아쉬울 수 있지만, 더 좋은 것을 채우기 위한 비움이 아닐까...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흔들림과 아픔을 이겨내고 나면, 앞으로 더 나은 삶으로 성장하는 것이 또한 우리 인생이 아닐까... 땅콩이의 피 묻은 이빨을 작은 나무 서랍에 넣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