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살아남는 법을 혼자서 깨우치다

외동아들과 외동견

by 예일맨

아이는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얼굴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많이 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저처럼 축구를 아주 좋아합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도 종종 하곤 합니다. 유전자의 힘이 참 무섭고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저와 확연히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 유독 다른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넉살이 좋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며칠 전 공원에 나갔을 때 일입니다. 아빠와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나와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우리 아들은 여지없이 그쪽으로 향합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아들이 뭐라고 중얼중얼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 '나도 배드민턴 잘 치는데…' '저도 한 번 해보면 안돼요?' '아저씨 저랑 이 친구랑 시합해 볼게요' 이런 말을 했을 것입니다. 자주 쓰는 정해진 패턴이 있습니다.


그분은 몇 번을 더 하다가 결국 울 아들에게 라켓을 빼앗깁니다.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 아빠의 얼굴에서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이 보이지만 앉아서 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아들은 그때부터 집에 들어갈 때까지 약 30분 동안 실컷 배드민턴을 칩니다.


이것은 하나의 일화일 뿐 이와 비슷한 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축구하는 3~4학년 형들 사이에 끼어들어가 같이 축구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한 번은 야구하는 고학년 형들에게 잘 보이려고 뒤로 빠지는 공을 주워다 주는 볼보이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엔 외동들이 많아서 아이 한 명과 부모 중 한 명, 이렇게 둘이서 나와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조합은 울 아들의 타깃이 됩니다. 부모는 아이와 놀아주는 게 힘들고 아이는 부모보다는 또래와 노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에 아들이 가서 놀자고 하면 어른은 적극적으로 '그래, 둘이 같이 놀아' 하면서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듭니다. 웃으면서…


외동인 아들이 형제가 없어도 재밌게 놀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기술인지, 원체 타고난 넉살이 좋은 건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쪽으로는 정말 타에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 덕에 저는 주말이 점점 편해지고 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이 잘되어있고, 데이터만 부족하지 않다면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가족이 서로 닮아간다고 했던가요? 오늘 땅콩이와 개 놀이터에 갔는데, 정말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없었는데 몇 분 지나자 뽕이와 톰이가 왔습니다. 둘은 서로 품종도 크기도 심지어는 활발한 성격도 비슷한 친구들입니다. 하도 짓궂게 놀아서 기억에 남는 녀석들이었는데 보호자 두 분도 좀 친하게 지내시는지 함께 오셨습니다.


그 둘은 들어오자마자 함께 뒤엉켜서 들고뜁니다. 그런데 몸집도 좀 작고 낯선 땅콩이는 같이 놀고 싶어서 다가가는데 좀처럼 끼워주질 않습니다. 둘이서만 까불면서 신나게 놉니다. 약간 소외된 기분이 들었는지 땅콩이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질 못합니다. 둘만 신나게 노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안쓰럽습니다.


그 뒤에도 여러 강아지들이 들어옵니다. 톰이와 뽕이는 그들을 보느라 서로에게서 잠시 멀어집니다. 그런데 그때! 그 틈을 타서 땅콩이가 톰이에게 들이댑니다. 더 놀고 싶었던 톰이는 딴 데 정신 팔린 뽕이 대신 땅콩이와 놀기 시작합니다. 아까 뽕이와 놀았던 것처럼 서로의 옷을 물어재끼며 레슬링 하듯 몸을 섞어 질펀하게 놉니다.


뽕이는 친구를 뺏길 수 없다는 듯 금세 돌아와 둘 사이에 끼려 합니다. 이젠 셋이서 부대낍니다. 이게 싸우는 건지 노는 건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장난을 치며 놉니다. 첨에 소외됐던 땅콩이는 온데간데없고, 제가 있는지 갔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온몸과 옷에 흙이 묻을 정도로 흥겹게 노는 땅콩이만 있습니다. 저는 편안하게 앉아서 브런치에 접속합니다.


아이와 땅콩이의 비슷한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혼자라 서글픈 두 똥강아지가 혼자여도 살아남는 법을 혼자서 깨우친 것 같다고…'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또, 알아서들 노니 편해서 좋다고 생각했던 속없는 제가 참 한심합니다. 반성하게 됩니다.


앞으론 그들이 외롭다 느끼지 않도록 많이 노력해야겠습니다. 집에 있을 때, 그리고 비가 와서 나가지 못할 때… 무엇을 같이 할지 많이 고민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