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이후의 단상

by. 아픈 이들을 위한 위로의 편지

by 단지

어느덧 간이식을 한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일 년 전 상당한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루던 밤들을 아직 기억한다.

일 년 전쯤 나는 말그대로 간과 쓸개를 모두 빼준 20대 여성이 되었다.


내 안에는 삐죽한 마음이 솟았다.

나도 내 인생이 있는데.. 내 멀쩡한 간(그리고 쓸개는 덤)이 내가 살아있을 때 필요하다니..

물론 내 아빠, 가족이기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 그래야지..라는 '당위성'만 제시할 뿐,

내 마음 속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해서는 만져주지 못했다.

젊고 새파란 내 청춘에 누가 그들을 드리우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입원한 서울의 메이저 대형 병원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뿐 아니라 각기의 주삿바늘을 꼽고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리고 난 역설적으로 그곳에서 가장 치열한 생명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몸과 마음의 딱지를 안고 퇴원해 발버둥치며 살아가던 어느 날부터

유투브에서는 투병하는 젊은 유투버들이 피드에 떴다.

그리고 몇 달 전, 내가 당시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한 생명이 바스러져갔다는 것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치 알고 지내던 언니처럼 울음이 났다.

열심히 생명의 걸음을 떼려 했던 내 옆 병실 언니 같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흔히들 말한다

"운명의 장난이네.'

냉소적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에나 쓰기 적합한 말일 터이다.

정말 아픈 이들에게는 뼈아프게 다가오는 진실이기에.


운명의 룰렛에 쉼없이 날라오는 화살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오던 이들에게도,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을 쏘고 이들의 눈시울과 마음을 젖게한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을 풍화시킨다.


하릴없이 돌아가는 운명의 룰렛 가운데

우리 모두는 그저 그 위에서 춤추는 위태로운 인생들일까.

이렇게 마음이 시린 이들이 생각나 글을 써본다.


온갖 고통스러운 치료와 수술 후 회복에 힘쓰는 이들에게

그리고 어찌 엮인 인연으로

자신의 일부를 떼어주고 살아가는 모든 기증자들에게 작은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병실 복도에서 회복의 발걸음을 힘겹게 떼고 있는 이들이게,

박힌 바늘을 빼고 밖에 나와 주먹 쥐고 바삐 다니는 당신들에게,

생명의 연쇄가 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내가 안다고 말해주고 싶다.


들어올린 발이 내려오는 소리,

코로 들이쉬는 그 한 숨을 내가 들었으니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고, 잘 싸웠다고 손 잡아주고 싶다.

오늘만큼은 당신을 생각해주는 저편 어디 누군가가 있다고 옆에 가 알리고 싶다.


당신에게

과한 동정보다도,

감당할 수 없는 낙관적인 말보다도,

진심이 묻어있는 손의 온도와 한 줌의 따뜻한 눈빛을 담아

작은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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