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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세모 Feb 02. 2024

밤영화

2024.02.01


각자의 일을 마치고 우리는 밤 9시 나의 올드오크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하고 싶은 말을 꽤 직설적으로 했네요.

그렇게 밖에 다룰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코가 빨갛네요. 많이 울었나 봐요.

… 추워서요.


마라가 죽었을 때 소라씨한테 안겨서 펑펑 울뻔했어요.

우정님, 영화에서 개가 죽는 건 연출적으로 꼭 필요했나요?

주인공을 혼자 남겨둬야 하니까…?

그래요.


영화에서 “함께 먹을   단단해진다라는 대사를 듣고

고쌤이 어제 파스타를 만들어 왔던 게 생각났어요. 그것과 비슷한 건가? 싶었어요.

- 마늘과 바질 가득한 나폴리탄 같은 파스타였죠’


! 저는 “마라가 매일 아침 살아있게 해주는 존재였다..”... 무슨 말을 하려다 끝맺지 않았다.


그들(거장감독..)이 연대과 희망에 대해 말한다는 건

정말 희망이 한 줌도 안 남은 암울한 세상이 돼버린 건 아닐까요.

야라가 희망을 믿는 건 그것이 존재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인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며 사무실 문을 여니,

메밀이와 살구가 온몸으로 반겨주었다.

마지막에 꺼낸 소린 믿고 싶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란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살구와 집에 돌아오는 길,

아, 우정씨에게 우정씨는 엔딩크레딧이 끝난 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냐고 묻고 싶었는 데 못 물었고, 묻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궁금하지 않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기도 하니까.


나는 오늘의 대화가 단편적이었지만 단편적이어서 좋았다.

말했지만 말하지 않은 것들도 있어서, 말하면서 말하지 않은 것도 내뱉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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