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부세모 Aug 18. 2024

제목 없음

아무튼, 살구

친구들을 만났다. 

왜 강아지 유치원 이야기가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지, 아 사회성이야기를 하다가 - 사회성을 기르려고 유치원에 보내는 건가?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친구가 아니 그래도 강아지는 강아지고 고양이는 고양이고 사람은 사람이지라고 했다. 내 입장에서 보내고 싶은 이유는 그냥 어린이들 어린이유치원 보내듯, 개인시간을 얻기 위해서가 좀 더 클 것 같다.라고 정도 대답하고 말았지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목이 까끌해졌지만 하지 않았다. 

이미 인간 중심으로 발달된 도시에서 사는 동물의 삶은 자연에서 혹은 시골에서 사는 동물의 삶과는 또 다르게 재인식돼야 하지 않을까. 무심코 던진 말 '강아지가 강아지답게 산다는 것'에는 저런 곳을 보내는 것에 대한 과잉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들어있겠고 친구뿐 아니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넘친고 당연히 생기는 의심이기도 하다. 

나도 더 생각해 볼 문제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시간에만 맞춰 집에 하루종일 둬야 하는 삶이 강아지의 삶은 절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제때 밥은 챙겨주어도 별개로 밤늦게 들어와서 잠깐 이뻐해 주고 주말에 내 할 일 전부하며 또 잠깐 귀여워해주는 정도는 못할 것 같으니, 다들 강아지가 더 강아지답게 살길 바라며 보내는 건 아닐까? 나도 회사 출퇴근할 때 하루에 10시간 이상 혼자 두는 것이 걸려 결국엔 살구를 데리고 다닐 수 있도록 내 사무실을 만들어버렸다. 근데 이건 엄청 나이스한 케이스이고.. 


그럼 결국 애도 강아지도 돈 많고 시간 많은 보호자가 최고인가!?라는 이런 결론으론 흘러선 안되니 

그냥 모두가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강아지는 강아지답게 살 수 있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살구를 입양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상했던 동물과 함께하는 내 삶은 고양이와 지내는 매끄러운 삶이었지(이 또한 안 겪어본 자의 말입니다. 물론 상상이니까요!), 강아지와 아등바등 뒤뚱뒤뚱 이리저리 울퉁불퉁한 삶은 절대 아니었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튼, 살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