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꿈 - 현정원

by 옥희

우리 동네에 작가님이 살고 있었다.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인사는 하고 지냈지만 한동안 작가님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무심함이 부끄럽고 죄송했다. 어느 날 작가님 댁에서 차 한잔하자고 나를 불렀다. 가게는 점심시간이 지나 여유가 있어 애들에게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 자리를 비웠다.

작가님 댁은 우리 집에서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가끔 마당의 풀을 뽑거나 가게 일이 끝난 후 뒷정리를 한다고 리어카를 끌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오갈 때는 작가님 댁이 보인다. 작가님 댁은 검은색 벽으로 둘러싸여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나는 아들이 하는 메밀 집 식당 일을 돕고 있다. 꽃무늬 몸뻬 바지와 밭일할 때 쓰는 모자를 눌러쓴 모습으로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리어카에 싣고 작가님 댁 앞을 지나다닌다. 이러한 모습이 작가님 눈에 자주 띄다 보니 나를 항상 바쁜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처음으로 작가님 댁을 찾았다. 작가님 집에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쓸 수 있도록 작업실이 별도의 공간으로 현관 입구에 있었다. 아직 작업 중인 그림과 혹은 완성된 그림들이 벽면에 가득했다. 쿠키를 담은 접시와 함께 차를 우려내느라 머그잔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주로 책과 글에 대한 얘기였다.

나는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야 하는 두려움, 신중하지 못한 글쓰기 자세가 고민이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작가님은 의외로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관심을 보이는 내게 읽어보라며 책을 한 권 내주셨는데 작가님의 수필집이다. 작가에게 직접 책을 받으니 근사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 새로웠다.

집에 돌아와 천천히 한편씩 읽으면서 내가 쓴 다고 하는 글이 얼마나 날림인지 알 것 같았다. 글 쓰는 습관을 들인다고 마구잡이로 써놓고는 퇴고를 전혀 하지 않아 발행을 눌렀던 생각을 하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작가님은 글 쓰는 데 있어 퇴고가 중요하다고 한다.

작가님의 에세이를 한편씩 읽을 때마다 성실한 심성이 느껴진다. 나도 제주에 살고 있고 작가님이 써 내려간 이곳저곳에 분명 다녀온 적이 있건만 내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이 작가님의 눈에만 보였다는 것에 묘한 질투가 생긴다. '따라 비 오름에서 다람쥐를 걱정하다'에서는 오름의 분화구를 바구니라고 표현했다. 참 예쁘게 지어낸 이름이다. 나는 제주에서 다람쥐를 본 적이 없었기에 작가님이 어떤 다람쥐를 보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상상 속 다람쥐란다.

계절이 바뀌어도 무심하게 지나 보냈던 제주의 자연 풍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일상의 일들을 세심하게 살펴 작은 일에도 감동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제주의 하늘 아래 살며 오고 가는 길목에서도 자주 보게 되는 이웃으로 있음이 말할 수없이 뿌듯하다.

리어카를 끌고 다니고 우리 집 촌스러운 마당 개인 '포리'를 산책시킬 때, 날이면 날마다에도 새로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나도 글쓰기 작업을 시작해야지.

성실한 폼생폼사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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