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by 옥희


에드바르트 베르거 연출, 레이프 파인스,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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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콘클라베 첫째 날)에 등장한 토마스 로렌스(레이프 파인스)의 강론이 영화 전반의 핵심을 꿰뚫는다. ‘확신’과 ‘의심’으로 대비되는 구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어느 날, 돌연 교황이 선종한다. 보즈니아크 사도 궁내 원장이 교황의 손에서 어부의 반지를 빼낸 뒤 바티칸 사도 궁무 처장을 맡은 트랑블레 추기경이 반지에 흠집을 내고, 교황청의 최고위가 공석이 되었음을 선포한다.


바티칸 내 직원과 아그네스 수녀가 이끄는 수녀 일동은 추기경들이 머무를 성 마르타의 집 게스트하우스 시설을 점검하고, 이후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화물 검사를 마친 후 격리전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스마트폰으로 소식을 보내는 등 시간을 보내고 입장한다.


103명의 추기경들이 도착하고 로렌스는 연설문을 집필하지만 성 마르타의 집의 방음 상태가 안 좋은 탓에 온갖 소음이 들려오면서 집중이 흐트러지고, 화장실에서 어매니티 봉투를 뜯다가 잘 열리지 않자 찢어버리는 등 심란한 마음을 표출하면서도 교황이 생전에 자신에게 맡긴 책무를 되새기면서 마음을 바로잡는다.


콘클라베 첫째 날


콘클라베 첫째 날, 로렌스는 추기경들이 모인 시스티나 경당에서 강론을 시작한다. 평범하게 강론을 시작하던 로렌스는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을 바라보다 돌연 충동적으로 진심을 담은 연설을 시작한다.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복종하여라"라는 말을 시작으로 로렌스는 사도 바울로의 일화를 언급하며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고,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의심 없는 확신은 관용의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라는 말을 이어나가고 '함께 하기 위해서 우리는 관용이 필요하며, 어떤 개인이나 세력도 다른 이를 지배하려 하서는 아니 됩니다', '죄를 범하고 용서를 구하는, 다시 나아가는 교황을 허락해 주십시오'라는 강변을 하게 된다.


로렌스는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수(3분의 2)에 해당하는 72표를 얻은 자가 아무도 없어 다음날 아침 투표가 계속될 것을 선포하고, 투표용지를 태운 뒤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검은 연기를 피워 성 베드로 광장의 사람들에게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알린다.


콘클라베 둘째 날


콘클라베 둘째 날 아침, 두 번째 투표가 시행되고 이번에도 과반수가 이루어지지 않자 교황청 법에 따라 즉시 세 번째 투표가 시작된다. 세 번째 투표 결과에서 벨리니 추기경의 표를 발표하려던 도중, 시스티나 경당 내에서 지진과도 같은 진동이 울리자 추기경들이 동요하는 일이 발생하나 투표 발표자가 정숙을 요구해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이어 다섯 번째 투표 현장으로 화면은 바뀌고, 아데 혜미는 투표함에 용지를 집어넣기 전 기도문을 올리고 용지를 집어넣으며 로렌스는 변함없이 벨리니의 이름을 적는 모습이 비추어진다.


'저의 주님이시며 심판자이신 그리스도님, 이 표가 하느님 뜻을 헤아려 제가 뽑혀 마땅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행사되나이다.'


다섯 번째 투표 결과, 로렌스의 말대로 유력 후보 1순위였던 아데예미는 급격하게 몰락해버리고 3-4위를 유지하던 트랑블레 추기경이 유력 후보 1순위로 올라서며 테데스코 추기경과 경합하게 된다.


콘클라베 셋째 날


여섯 번째 투표, 시스티나 경당 내에서 투표용지에 적을 이름을 주저하던 로렌스는 고개를 들다가 건너편에서 투표용지를 든 채 도발하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테데스코를 보게 되고, 처음으로 용지에 벨리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적게 된다. 투표함 앞에 선 로렌스는 투표용지를 든 채 기도문을 읊고, 고개를 들어 천장에 있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의 최후의 심판 벽화를 바라본다. 그리고 투표함에 용지를 집어넣는 순간, 천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추기경들을 덮친다.


잠시 후 폭발의 충격에서 몸을 추스른 로렌스는 레이먼드 부단장으로부터 추기경들은 성 마르타의 집에 전부 피신하였으며 다들 찰과상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아무도 없다는 보고를 듣는다. 시가지의 피해는 어떠냐는 로렌스의 물음에 레이먼드는 보고서를 보여주고, 보고서를 본 로렌스는 경악한다.


잠시 후 투표가 재개된다. 용지에 이름을 적을 준비를 하던 추기경들은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폭발로 인해 유리가 날아간 창문을 바라본 후 용지에 이름을 적기 시작한다. 드디어 누군가가 과반수를 넘는 투표를 받아 선출되었음을 보여준다.


박수소리를 받으며 로렌스 추기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당 가운데로 나서고, 베니테즈 추기경에게 교황직을 수락할 것인지를 묻는다. 두 번의 침묵 끝에 베니테즈 추기경은 교황직을 수락하고, 로렌스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시느냐 묻자 인노첸시우스라 답한다. 베니테즈의 답변을 들은 로렌스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그를 환영한다.


로렌스가 병원에서 받았다는 시술이 무엇이냐고 묻자 베니테즈는 복강경 자궁절제술이었다고 답하며 자신이 인터섹스임을 밝힌다. 로렌스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베니테즈는 로렌스와 마주 앉아 손을 잡아주며 '어떤 이들은 염색체만으로 자신을 여성이라 정의하겠으나 자신은 로렌스 추기경이 보고 있는 지금 이 모습이기도 하다'는 말을 한다.


베니테즈는 처음엔 자신도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고 사제가 된 상황이라 죄의식이 생겨 선대 교황께 모든 것을 고하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교황이 이를 거부했었고, 오히려 여성적 부분을 제거하는 것도 선대 교황이 함께 논의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은 늘 자신이었을 뿐인데, 하느님께서 주신 육체에 손을 대는 것이 오히려 죄를 짓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수술 또한 받지 않았음을 밝힌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멀리서 들려온다. 로렌스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함성소리와 함께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성 마르타의 집 침대에 앉아있던 로렌스는 격리가 끝나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을 목격하고, 로렌스가 창문을 열어 수녀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콘클라베 셋째 날까지 이어진 여섯 번째 투표 행사를 겪는 동안 추기경들이 각자 지닌 성향대로 가진 확신이 '폭력성'으로 드러나는 인간적인 권력욕을 보여준다. 자기 확신으로 상대는 전쟁의 적으로 간주하여 콘클라베임을 잊기도 한다. 성스러움 속에 가려진 욕심과 의심이 양보할 수 없는 자기 확신을 더욱 강하게 한다.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고,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의심 없는 확신은 관용의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라고 한 로렌스의 강변은 긴 시간 투표의 과정에서 각자 지닌 확신이 의심, 폭력, 상대의 죄와 치부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내려놓지 못하는 '확신'의 굴레에 사로잡혀 판단과 비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 볼 일이다.


최근 로마교황의 선종으로 인해 곧 콘클라베가 행해질 적절한 시기가 맞물려져 영화관에서 봤던 장면이 생각났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차기 교황으로 '교황청 성직자 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교세가 확장하는 아시아 출신인 데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적임자라는 평가와 유 추기경이 '역대 최초 아시아 출신 교황' '첫 한국인 출신 교황' 이변을 만들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황이 선출된다면 세계가 우러러보는 국가적인 경사가 되는 셈이다.


'마귀가 또 그를 데리고 지극히 높은 산으로 가서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보여주여 이르되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 이에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마 4:8~10)'


강론할 때는 이 말씀을 수고 없이 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권력의 욕심 앞에 허물어지는 추기경들의 모습을, 인터 섹스인 추기경이 교황이 되는, 보수적인 종교가 갖는 확신의 벽을 깨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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