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을 걷다

작별 선물

by 옥희

푸른 들판을 걷다 를 읽고


클레어 키건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2007년에 출판된 클레어 키건의 두 번째 단편집으로, 2008년에 영국 제도에서 출판된 가장 우수한 단편 집에 수여하는 에지힐상을 수상했으며 3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옮긴이의 말/허진


이 책을 끝냈을 때 무엇보다도 마음에 남는 것은 아마 황량하고 신미로운 아일랜드 이미지일 것이다. 바람이 거세고 어둠은 파랗고 늘 축축한 나라, 땅에 매여 스스로와 사랑하는 이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 뒤에서 수군거리는 이웃, 우유부단하고 연약한 사제, 우리는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받는 작품들을 통해 분명 현대적인 배경인데도 예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의 아일랜드에서 파란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그중 《작별 선물》의 내용으로 후기를 썼다.


작별 선물


아버지는 평소 어린 딸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아내는 묵인한다. 아내의 묵인은 어쩌면 암묵적인 동조를 나타내기도 한다. 장남과 장녀를 기숙학교에 보내면서 교육을 시켜 장녀는 교사가 되었지만 남은 자식들은 교육시키길 포기한다. 딸이 뉴욕으로 떠나는 날에는 작별 인사를 받는 자리에서도 침대에 누워 딸을 희롱한다. 딸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몰래 팔아 가족의 그늘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난다. 공항까지 배웅하는 오빠인 유진은 자기도 땅을 포기하고 떠날 거라고 하지만 동생은 오빠가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빠는 동생을 다정하게 끌어안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후기


키건의 작품들에서 아일랜드는 거센 바람과 축축하고 황량한 이미지를 그린다. 앞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클레어 키건의 작품들은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였다. 『맡겨진 소녀』의 배경에서는 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면 『푸른 들판을 걷다』에서는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황량하고 암울한 아일랜드를 그렸다. 7편의 작품 중 『작별 선물』의 느낌을 써 보았다.


『작별 선물』에서의 인물 중 몰지각한 아버지는 가족 구성원들을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주어진 환경에 길들여지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박차고 나간다.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지만 주인공은 주어진 고통과 환경을 당연시하기를 거부했다.


지속되는 폭력에 대부분 저항 없이 주저앉는 경우를 볼 때 부모형제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다. 어디 가족 간의 일뿐일까?

제목을 접할 때는 시골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을 예상했다가 한방 맞은 기분이다.


짧은 소설로 강하게 마음을 때렸다.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하신 분께 권해드립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