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
김영하. 단 한 번의 삶을 읽고
김영하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일을 좋아한다.
p50 모두가 말한다고 진실은 아니다.
p76 '사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노력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테세우스의 배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던 테세우스의 배는 아테네 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썩은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지들 사이에서 '끝없이 변화하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테세우스의 배'는 조금씩 변했지만, 법과 권위, 대중의 동의가 그 배가 테세우스 배임을 인증해 주었기에 계속 테세우스의 배로 남을 수 있었다.
p100 가족과 함께 지내던 이가 혼자 살게 되면 냄새부터 달라진다. 냄새를 맡고 용감하게 말해주는 타인이 부재하는 상태. 후각은 쉽게 무뎌지고 인간은 자기 몸에서 풍기는 냄새로부터 '보호'된다. 학창 시절의 어느 봄날, 햇빛이 그대로 섬유 속으로 스며든 것 같은 셔츠를 입고 교단에 서던 선생님을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은 그대로 그를 통과하여 그의 냄새를 맡아주었을, 얼굴도 모를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반대로 차므로 열성적으로 가르치지만 언제나 팥죽같이 땀을 많이 흐리던, 그런데도 후줄근해진 셔츠를 며칠이고 입는 선생님 가까이 다가오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엔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p102 돌아보면 나라는 존재가 저지른 일, 풍기는 냄새, 보이는 모습은 타인을 통해서만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p137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 밖에 없어서 괴롭다.
p172 사람의 참된 모습을 보려면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첫인상은 전부가 아니며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최선과 최악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후기
작가의 단 한 번의 삶은 어떤 특별한 것을 말함일까 궁금했다.
p76 '사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노력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
대목에서 나의 심금을 울렸다. 나는 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많이 변했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만 변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서로 변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어떤 이는 더욱 바람직하게, 어떤 이는 나잇값을 못 하게 변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조금씩 알아차리지 못하게 변해가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앞으로 좋은 인사를 나눌 멘트를 생각해둬야 할 참이다.
"음~, 어딘지 모르지만 좋아 보여요."
p100 가족과 함께 지내던 이가 혼자 살게 되면 냄새부터 달라진다.
남자가 혼자 살면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홀아비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만 있는 곳에서는 노인 냄새가 난다. 부부가 같이 있으면 홀아비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화장품 냄새와 같은 같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섞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노인들과는 젊은 사람들이 같이 섞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도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노인이 될 것을 생각하면 서글프다.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늙은이로 살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미리 알고 싶다.
비록 내세울 것이 없는 나의 삶이라 해도 한 번 뿐이라서 소중하다. 무심히 스쳐 지나는 시간이 한 번뿐인 귀중한 내 삶이라고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