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을 가르며
며칠 동안 한파가 몰아쳤다. 제주가 이렇다면 육지는 더욱 추울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렇다 해도 내 몸이 느껴지는 체감 온도는 남을 먼저 생각하게 두지는 않았다.
몹시도 춥다.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이 지속될 때는, 앞으로 추울 일은 없을 거라며 겨울옷 광고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휘몰아치는 눈발에 뺨을 맞으면서 얼얼한 얼굴로 걸었다.
바다는 밀려오는 높은 파도가 부서지면서 하얀 거품을 일으켜 세제를 풀어놓은 것 같았다.
누비바지가 생각나는 날이다.
어렸을 때 여름날 태풍이 지나간 바다에는 소라며 보말이며 기절한 생선 등을 소쿠리 한가득 담아왔었다. 어른들은 바다가 청소 중이라고 말했다.
그 여름날 저녁에는 집집마다 바다 냄새가 났다.
'삼다'라고 하면 제주를 지칭한다. 돌 많기 여자 많고 바람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성인이 되도록 따뜻한 서귀포에서 자랐다.
돌과 여자가 많다는 것은 억지로 이해한다 쳐도, 바람이 많다는 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삼다'에 무엇을 넣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한림을 끼고 한경면 판포리에 살면서 겨울만 되면 바람 소리를 듣는다.
역대급이다.
나는 이곳이 제주인가 아닌가 자주 의심한다.
겨울바람이,거친 숨을 몰아쉬는 바람을 가르며 걸을때.
제주에 살고 있어도 오늘 같은 날은 그저 누비바지 한 벌만 있었으면 좋겠다.
바다는 겨울에도 대청소가 필요한 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