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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희 Dec 17. 2023

보고 싶은 사람







얼마 후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기일입니다.

내가 지금의 나이가 되어 아버지를 생각하니 많이 애석합니다.

아버지도 집안의 장남이고 가장이다 보니 어깨가 무거웠을 거라는 걸 그때는 잘 몰랐어요.

항상 엄격하고 무섭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죠.

할아버지가 20대 후반에 돌아가셔서 아버지는 일찍부터 집안의 가장 으로써의 무게를 감당했을 겁니다.

아버지는 공부도 잘해서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기도 했어요. 

동네 어른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아버지의 후일담을 전설처럼 얘기합니다.

그런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가져 보지 못했어요.


어느 할아버지 제삿날,

청년의 얼굴을 한 할아버지 사진을 앞에 놓고 늙은 아버지는 슬프게 읊조렸지요.

 "아버지가 계셨으면 날 이대로 두지 않으셨을 거다."라고요.

아버지가 죽고 싶도록 힘들 때,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어 무척이나 외롭고 무서웠을 겁니다.

지금 내 모습을 아버지가 볼 수 있다면 참 좋아했을 거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셔요.

그러나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어머니도 이제 아버지 곁으로 갈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남아있는 시간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아내에게, 내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해서 같이 할게요.

철이 없던 나도 이제 부모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께 받은 그 명예는, 내가 살아가는 백이 되기도 하지만 힘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몹시 슬픕니다.

나도 우리 애들에게 유산을 물려줘야 하는데, 무엇을 물려줘야 할까요?

내가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 애들에게도 명예를 유산으로 남기겠습니다.

힘이 있는 명예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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