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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자 Apr 05. 2024

반으로 나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0. 왜 말 안 했어?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상처는 월미도 주차장에서 넘어지면서 왼 무릎에 난 상처다. 당시에는 그 상처가 마치 무릎 전체를 덮은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는데, 이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해 보니 새끼손톱보다도 작고 유심히 찾아야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인간의 피부에 상처가 나면 혈전이 생겨 지혈이 되고, 염증세포에 의해 세균과 죽은 세포가 없어진다고 한다. 점차 세포가 다시 증식하며 손상된 혈관과 피부가 재생된다. 상처가 깊다면 재생되는 과정에서 흉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따지자면 지금의 나는 혈관과 피부가 재생되고 있다. 그러니까, 굳이 상처를 헤집지만 않으면 적어도 아프지는 않다는 소리다. 그때는 마음 한 부분이 빈 것 같았는데. 세포들은 생각보다 재생능력이 좋았던 걸까? 물론 밥도 열심히 먹고 잠도 잘 잤다. 상처가 나으려면 튼튼해지는 게 최고의 방법이니까. 오. 인체의 신비.



 받아들여야 했다. 밴드를 붙이지 않은 상처 같은 마음을.

 누군가 뒤에서 등을 떠민 건 아니지만 나는 넘어졌다. 찰나 동안 울었고 다시 일어나 아주 오래 걷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주차장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 걷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이혼 가정 자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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