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음주 생활을 위한 가이드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신 다음 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을 끓여주시곤 했습니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음주 전에 미리 숙취 해소제를 챙겨 먹고 술자리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주에 관대한 문화로 인해 '술 권하는 사회'라는 말까지 듣는 우리나라답게, 시중에는 다양한 숙취 해소제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어떤 제품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을 한 번쯤은 가져봤을 것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술 깨는', '술 먹은 다음 날' 등 숙취 해소 관련 문구를 사용해 표시하거나 광고하는 제품이 지난해 5월 기준 총 177개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식약처는 이들 제품의 기능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인체 적용 시험'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절반가량의 업체들이 시험 결과 제출을 포기해 더 이상 '숙취 해소제'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식약처의 시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숙취 해소제를 복용한 뒤 30분 후, 소주 한 병 정도를 30분 이내에 마시게 한 뒤, 15시간 동안 총 8차례에 걸쳐 혈중 알코올 농도와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측정해 효과를 평가합니다.
다행히 시험 결과를 제출한 89개 품목 중 약 90%에 해당하는 80개 품목에서 실제 숙취 해소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명808', '여명1004' 등 9개 제품은 추가 자료 보완 요청을 받았습니다. 오는 10월 말까지 객관적이고 타당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숙취 해소 관련 표시와 광고가 금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료 보완 요청을 받은 제품을 선호해 왔던 터라, 다소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숙취는 주로 아세트알데히드 축적과 탈수 현상 때문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는 도중과 이후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침에 꿀물을 마시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꿀에 풍부한 과당은 알코올 분해를 돕고, 수분, 당분, 전해질을 보충해줍니다. 또한 음주 후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간의 알코올 분해를 돕기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커피, 해장술, 자극적이고 짠 음식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숙취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입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식사를 충분히 하고, 음주 중간중간 물을 충분히 섭취하며, 무엇보다 과음을 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숙취 해소제의 효과가 일부 입증되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며 스스로의 음주 습관을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