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시진핑 그리고 김정은

; 독재자들 간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을 비교해 본다.

by 김상국

푸틴과 시진핑 그리고 김정은

20220305 경희대 김상국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의미가 점점 더 추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푸틴의 명분 없는 영토 확장을 막고, 한물 간 공산주의에서 자유세계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이 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 훨씬 더 큰 의미로 확장되는 것 같다.

개전 초기 푸틴의 발언과 추후 세계 열강들의 대응 조치를 보면 미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금은 쉽게 짐작할 것 같다.

개전 초기 푸틴은 지속적으로 침공 의사를 밝혔고, 군대 이동 등을 노출시켰다. 물론 현대의 위성기술로 얼마든지 숨겨도 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푸틴은 조금도 감추려 하지 않았다. 푸틴의 의도는 명백하였다. 이렇게 요란스럽게 겁을 주면 우크라이나는 미리 겁을 먹고 항복하거나, 또는 실제 러시아가 침공하면 3,4일 내에 쉽게 정복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은밀히 국외 망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생각지도 않은 반전이 일어났다. 젤렌스키는 결연히 “우리에게는 탈출할 비행기가 필요하지 않고, 총알이 필요하다.”고 대응했다. 또한 200만의 국민의용군이 모집되었고, 과거 舊 소련 시절의 지긋지긋함이 상기된 국민들은 결연히 단결된 모습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서방 세계들은 각성하였다. 특히 미국이 『아차』하며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 같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미국은 세계경찰 노릇을 하고 있지만 사실 폐쇄국가적 성격이 강한 나라다. 그래서 1차, 2차 세계대전 때도 가장 뒤늦게 참전하였지만 승리로 이끌게 하는 역할을 한 나라다. 당연히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때도 참전해야 한다는 미 국민들의 찬성의사는 10%도 안되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EU회원국도 NATO 회원국도 아니기 때문에 조약상의 참전의무도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미국은 어느 면에서는 소련의 영토 확장을 막을 수 있는 다른 NATO 국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버릴 수도 있는 카드로 생각하지 않았는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그런데 이런 생가이 매우 큰 오산이라는 것을 조금 늦게 발견하였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면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게서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전락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사실 과거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최근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철군은 어느 정도 미국입장에서 변명할 여지가 있는 철군이었다. 국민당 정부에 제공한 무기가 일주일이 지나면 중공군 손에 들어갔고, 아프칸 군인들은 제대로 뜀뛰기도 못하는 군인이었다. 자기 나라를 자기 손으로 지킬 의향이 없는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미국 국민들의 귀중한 생명과 돈을 의미 없이 희생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혀 다른 케이스다.

자유민주주의 자기 나라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나라를 만약 미국이 포기한다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수퍼파워로서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퍼파워로서의 위치가 공고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이익은 어마어마하다. 수퍼파워이기 때문에 달라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고, 무역에서도 강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수의 미국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생각 변화에 중국의 전랑외교(늑대외교)가 큰 역할을 하였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과 서구가 중국 때문에 느끼는 위기감은 우리나라나 대만 아시아 국가들이 느끼는 위협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몇 천리 밖에 있는 국가들의 안보위협은 자기 생활에 매일매일 바쁜 보통사람에게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는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중요성을 알지라도 국민들의 뜻을 중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루즈벨트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미국 ‘본토’가 침략 당하지 않으면 2차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미국의 이러한 폐쇄적 특성은 우리 국민들이 정말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미국은 『아차』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우크라이나를 푸틴에게 넘기면 세계 자유우방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대만침공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전 세계적 동참을 도저히 이끌어 낼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의 세계지도자로서의 역할에 엄청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여기서 잠깐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잠깐 설명하겠다.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은 수출을 하여 달러를 벌면 매우 기뻐한다. 달라가 있어야 원유도 사고, 외제 자동차도 사며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한 가지를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수출을 하면 돈을 번다고 하지만 100달러를 수출하여 우리가 버는 돈, 즉 이익은 8%를 넘기가 매우 어렵다. 4,5%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리는 기를 쓰고 수출하고 또 수출하여 달러를 벌면 기뻐한다.

그러나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열심히 만든 물건(상품)을 받고, 달랑 종이 조각인 달러 화폐를 준다. 전 세계인은 열심히 일해 달러를 벌었다고 기뻐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원가 2불도 안되는 100달러 짜리 지폐를 줄 뿐이다. 우리는 죽어라고 열심히 일 해 4,5% 장사를 하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50%도 500%도 아닌 5,000% 장사를 한다. 그래서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어마무시』하게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5,000%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여기저기서 전쟁이 나면 큰 형님이 되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리며 대신 막아주고, 좋은 기술이 있으면 때로는 싼 값에 나눠주기도 하고, 어느나라가 힘들 때면 공짜로 돈도 주고, 식량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무상원조라고 부른다.) 무의식 중에 미국편에 서있으면 뭔가 든든하고 안심이 되며 신뢰할만하다고 믿기 때문에 달러를 받고 기뻐하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스스로를 G2라고 소리치고, 과거 일본이 경제력으로 곧 미국을 따라갈듯이 해도 그런 나라들을 믿을 수 있는 큰 형님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기축통화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를 모른척하고 미국이 버린다면 미국의 신뢰성에 ‘엄청난’ 금이 갈 것이다. 어떻든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에 깊이 인식되게 하였다. 어떻든 이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구국의지는 민주주의 역사의 하나의 큰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로 전 세계 곳곳에서 적극적인 행동이 나타나게 되었다. 우선 미국은 미국 기술이 포함된 상품을 러시아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였고, 전 세계 200개국, 11,000개 은행들이 돈을 주고받는 SWIFT라는 체제에서 러시아를 제외해 버렸다. 국제적으로 사고파는 물건 중에 미국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설령 수출을 하여도 돈은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VISA와 MASTER도 소련 계정을 폐쇄해버렸다. 애플과 구글도 『자진』해서 러시아 판매와 거래계정을 폐쇄해 버렸다. 독일, 불란서, 네델란드 등도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중립국이라고 70년 동안이나 표명한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 가입을 신청하였다. 이 두 나라는 러시아에 인접한 나라로서 특히 핀란드는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두 개 받아 하나는 소련에 보고한다는 우수게 소리가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소련에 반대하는 NATO에 가입신청을 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國是의 변화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200년의 중립국 역사를 가진 스위스가 정말로, 정말로 처음으로 스위스 은행에 있는 푸틴과 236명 그의 측근인사들의 계정을 막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구국가들이 러시아 비행기의 자국 영공비행을 금했고, 항구 사용도 못하게 하였다. 러시아로 통하는 돈의 흐름과 물동량을 모두 막아 버린 것이다.

그 결과 루불화 가치는 40% 폭락하였고, 은행 예금이자는 7%에서 20%로 상승하였으며, 대출이자는 40~80%로 폭등하였다. 항구나 비행기로 원재료가 들어오지 않고, 이자율은 상상 이상으로 치솟으며, 수출을 해도 돈 받을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것이 지금 러시아의 상황이다.

푸틴과 그이 측근들(대부분이 군대의 고위직 또는 새로 탄생한 러시아 재벌들임)은 지금 마음이 엄청 괴롭고, 여러가지 탈출로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관찰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압력에 대해 애플은 저자세일 정도로 행동하였는데, 이번 러시아에는 ‘자발적’으로 제재에 참가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러시아 시장이 중국에 비해 작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근본 동인이 되기에는 왠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국과 북한으로 가져와 보자. 중국의 몰염치한 영토 확장 야욕은 도를 넘었고 그에 대한 세계 여러나라의 제재도 오커스, 파이브 아이스 등으로 여러겹 둘러쳐져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도 그것을 공격이 아니라 ‘위협 수준’ 정도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재빠르고 실질적인 대응을 보고 매우 놀랐을 것이다. 이런 강력한 대응을 처음 시도하는 것은 어렵다. 합의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행동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한번 한 행동을 다시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선호도는 전 세계에서 북한 보다는 높지만 바닥권의 나라다. 시진핑은 여러 가지 매우 깊은 생각을 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서방의 러시아 대응에 주의 깊게 볼 나라가 있다. 독일과 터키다. 독일은 지금까지 러시아와 중국의 제재에 가장 미온적으로 대했던 나라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제재에는 초창기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전면적으로 바꿔 우크라이나에 탱크, 미사일과 같은 무기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독일 국방예산을 GDP의 2%로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즉 독일이 1,2차세계대전의 미안함에서 벗어나 유럽 최대의 국방비를 쓰는 나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최전선이 되겠다고 하였다. 적지 않은 미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터키도 주목해야 한다. 터키의 국력이나 무기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치는 특히 러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의미는 매우 크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흑해를 가기 위해서는 보스포로스해협과 다다넬스해협을 거쳐야 한다. 터키는 이 해협의 양안에 걸쳐있는 나라다. 즉 이 두 해협은 터키의 內海다. 公海가 아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흑해에 있다. 여기에는 소련 최대의 부동항 해군기지가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러시아 함대가 나가기 위해서는 보스포로스 해협을 지나야만 한다. 지금까지 터키는 소련으로부터 통행료를 받고 군함과 잠수함의 통행을 허락하고 있었다(터키 여행 중 이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제재에 터키가 참여하면서 러시아 군함의 해협통과를 금해 버렸다. 이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재앙이다. 조금 더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우크라이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면 러시아의 다음 침공 대상은 터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터키도 서구도 절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정학적으로 너무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매우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절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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