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확한 판단이 불가능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할까?
판단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20220314 - 경희대 김상국 교수
격정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24만명이라는 역대 가장 근소한 표 차이였다고 하니 관계자들 간에 아쉬움과 안도의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교차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으니 갈등보다는 화합이 더 중요하다고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주주의 의식도 상당히 올라섰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주제를 얘기해 보도록 하자. 나는 발전의 속도가 매우 느린 사람이다. 내 과거 초중고대 시절을 살펴보면 뭐 그리 딱부러지게 멋진 장면이 별로 없다. 구태여 말한다면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몇 번 상을 탄 정도가 전부랄까? 하여튼 부족한 나였지만 마음속에 갈등은 끊임없이 컸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상 일을 판단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정말 어려웠다. 멋진 결론을 명확하게 내리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바도 컸었고, 특히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한 근거를 들이대며 말을 할 때는 그 친구가 정말 존경스럽기조차 했었다. 그러나 나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서서히 마음속에 떠오르는 기준이 생기게 되었고, 이번에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다른 분들의 조언도 구하고 싶다.
나는 햇갈리는 판단을 할 때 대학교 때 배운 두가지 개념이 매우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하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콘트롤 볼륨(Control volume)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까 제법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아주 간단한 개념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많은 것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할 때가 있다. 명확할 때야 무슨 걱정이 되겠는가?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이 꼭 그렇게 명확하지 않고 애매할 때가 더 많다. 그럴 때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참 곤란한 문제다.
이 때 선택에 도움을 주는 개념이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이란 우리가 여러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되면 그 선택 때문에 포기한 다른 선택 사항 중에서 가장 큰 것을 지금 선택한 것과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할까 말까? 갈까 말까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어느 미팅이 있었다. 가면 더 좋고 안가도 큰 관계 없는 모임이었다. 갈까? 귀찮잖아. 날씨도 추운데. 그런 안길까? 그런 뭐할 건데? 집에서 TV나 보지. 그래? 그럼 모임에 가는 것과 TV 보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의 가치가 더 높을까? 애이, 그래 가자. 만나면 서로 인사라도 나누고 정담이라도 나눌 수 있지 않겠어? 그래서 갔다.
다음은 콘트롤 볼륨이다. 이것도 나에게는 큰 행동의 기준 특히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 콘트롤 볼륨은 아주 간단히 설명한다면 ‘내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상의 범위’를 말한다. 조금 애매한 표현이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가장 큰 이슈였지만 부동산 문제도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집을 두채 이상 가지고 있다. 그럼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매우 좋다 (세금문제 등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그렇다. 좋다. 그러나 집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집을 두채 이상 여러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국가 입장에서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집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옳은 정부조치다. 집 두채 이상의 소유자와 무주택자를 비교하면 동일 사항에 대한 판단이 벌써 반대가 된다.
그런데 이때 집값이 소득수준보다 급격히 더 빠르게 상승하였다고 하자. 지금처럼 이자율이 낮은 상태에서 연금소득도 별로 없는 자산가들에게는 집 반채만 팔아도 노후 걱정이 없다. 정말로 정말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영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저축하는 이유는 거의 한가지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집값이 다락 같이 오르면 저축하여 집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된다. 삼포다, 사포다 하는 말이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회분위기는 놀기에 더 없이 좋다. “알았어, 어떻게 되겠지 뭐.” 쓰자. 외제차도 사고 사치품도 사고 해외여행도 자주 갔다. 그런데 이런 젊은 세대를 보고 놀기만 좋아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또 기성세대들은 나무란다.
벌써 콘트롤 볼륨을 어느 나이 군, 어느 재산 군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판단이 또 지역간, 세대간, 특히 『단기와 장기』간의 관점으로 콘트롤 볼륨이 변화하기 시작하면 한 집단 안에 너무 다른 결론들이 난무하게 된다. 언뜻 보면 매우 혼란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냐는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각 편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 차이는 너무나 극명하였다. 그러나 콘트롤 볼륨의 기준에서 그 사람들의 관점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그 입장을 알 수 있다. 개인은 얼마든지 자유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건강하고 국가가 영구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의견 차이도 중요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좀 더 넓은 그룹간의 시각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적절한 정책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