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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국 Aug 12. 2023

개님과 시애미

; 반려동물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기

                             개님과 시애미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상국     


오래전부터 쓰고 싶은 글이었다. 그러나 다른 것에 관심을 쓰다 보니 잊어버렸는데 친구가 보낸 재미있는 글을 읽다 이 글을 쓴다. 별 신통한 내용은 아니고, 그저 우리 주위에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아직은 외부로 공론화까지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대학에서 강의를 오래 한 관계로 가끔 지역 노인대학 등에서 주민들을 모아놓고 ‘좋은 말씀’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느 의미에서는 이것도 은퇴 후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어,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특히 경제 관련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경제 얘기라고 해도 복잡한 내용은 없고, “미래에는 공돈 없는 빡빡한 세상이 된다.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다 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특히 자식이 사업한다고 할 때 필요한 자금을 모두 대주는 것은 자식 죽고 나 죽는 일이다. 절대로 절반 이상을 대주지 말아라. 필요한 돈의 절반 정도도 외부에서 투자받지 못할 사업이라면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등등    

 

뭐 이런 조그만 얘기들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 시간이 되면 제법 불만스러운 일로 ‘개님’ 얘기가 나온다. 좀 더 점잖은 표현을 쓰면 ‘반려동물’ 얘기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친구가 보내 준 카톡을 먼저 읽어 보면 무슨 말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내용을 고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 용감한 백수 경험담 >>     


아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못 가니까 국내 여행을 가야 한다면서 집에 와서 애견 데미를 봐 달라고 했다. 4박5일 동안 돌보는데 20만 원이라고 하니 할매는 입맛을 다시며 백수로 괜찮은 수입이라고 생각했다.     

출발하면서 며누리는 "데미가 더우면 에어콘을 꼭 켜주세요. 데 미 밥은 시간 맞춰 챙겨 주시고욧!"     


며누리는...      

"어머님! 더우니 전기세 아끼지 말고 에어컨 빵빵켜고 지내세요." '어머님 ! 끼니 거르시지 마시고 꼭꼭 챙겨드세요.' 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오로지 데미! 데미! 였다.     

"알았따 ! 너희 개님 잘 모시고 있을테니 휴가나 잘다녀 오니라."

"개님이라뇨? 그냥 데미라고 하세요." 디미고 지기미고 간에.. 알았따카이 ! 얼릉 가그라 ! 

    

아들부부가 출발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텅 비어 있었다. "그래 돈 20만원으로 사먹든지 굶든지 마음대로 하라 이거지?" 할매는 에어컨부터 우선 끄고 TV를 켰다.     


한참 있으니 개가 끙끙거렸지만. 할매는 모르는척 하고 부채질만 세차게 해댔다. 배가 고파지면 냉면도 시켜먹고 짜장면도 시켜 먹었다. 개의 사료는 주라는 양의 1/3만 주었다. 그렇게 하여도 할매는 더워도 정 힘들면 샤워로 몸을 식혔다.      


닷세만에 피서에서 돌아온 며누리가 얼릉 개부터 껴안으며... "어머니 ! 데미가 왜 이래요?" 

"시애미가 에어콘바람이 싫어서 껏더니 그 카능갑다!" "데미는 에어콘 없으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시애미는 에어콘 바람에 병들어도 좋으냐? 그리고 너 !? 냉장고는 왜 깡그리 비워놨느냐?”     


[억양이 점점 올라간다 ~~]     

“시애미는 굶어도 좋고 개새끼만 상전으로 모시는거냐? 어데서 배운 못된 짓거리냐?”    

 

[더 억양이 억세어지면서 본 성질이 나오기 시작한다.]     

“시애미가 에어콘 안켜서 개새끼가 뒈지기라도 하면 이걸로 장사 지내그라.”

하면서 받은 돈 20만원을 식탁 위에 던져 버렸다.     

"엄마! 왜이러시능교 ?" 아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래 너그들 꼭같은 연놈들이구나! 너그들 나 잘못 건드렸어! 나 누군지 알아?     


[여기서 영웅본색의 결정적인 과거사가 나온다]     

내가 대구 대봉동 방천여고 7공주파를 무릎꿇린 앞산 밑에 봉덕여성대학 전설의 빨강바지 권말숙이야! 앞으로 너그들 ! 내가 죽었다고 부고해도 올 생각도 하지 말거라 !.

너그들이 온게 보이면 관 뚜껑을 열고나와 너그 년눔들을 쫓아내고 도로 들어갈테니 애미 보다 촌수가 더 가까운 개님이나 모시고 잘 살아라 !."     

그라고 말숙이 할매는 휑하니 ~~~ 대구로 내려 왔뼜다. 집에 와 있으니 아들늠이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아부지 ! 우리엄마 치매예요?" 

"그래 치매다! 치매든 뭐든 내 마누라니까 내가 데리고 살테니, 니는 네 마누라와 개님 모시고 잘 살거라. 이 더러분 놈아!

전화 끊어!!"     

"허허허~ 호호호~~!!" 


내눈에 다시한번 수작부리다 걸리며는 죽는 줄 알아라! 시부럴 늠아 !!     

젊은 것들아, 요따우로 살지말어. 천벌이 무섭지 않는가? 


백수동지 여러분 시원하시죠? 


애견가 여러분에게는 쬐끔 죄숭합니다만 지랄도 풍년이지여!     

속이 시원하구마. 개새끼 보다 못한 세상, 우짜믄 좋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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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느 솜씨 좋은 분의 창작물일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왠지 마음에 공감되는 부분이 크다. 

강의가 끝난 후 지역 노인들로부터 듣는 푸념 섞인 불만 중에서도 상당 부분이 같은 내용이다.  

   

내가 외국에 있었을 때 들은 매우 신기한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그것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그저 적당한 대꾸를 하며 ‘들어주는’ 아르바이트다. 자식들이 자라서 집을 나간 후 많은 노인은 너무 무료하다. 그래서 말동무가 필요하다.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너무 무료하다. 때로는 그 외로움과 무료함의 정도가 너무 심할 때도 있다. 그래서 대학생들을 고용하여 자기 ‘젊었을 때의 얘기, 남편 얘기, 자식들 키울 때의 얘기’ 등을 들어주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이러한 무료함을 달래는 다른 수단 중 하나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노부부가 죽었을 때, 생전에 자주 찾아오지 않는 자식보다 더 많은 유산을 반려동물에게 주고 떠나는 경우가 있어 해외토픽에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키우는 것이 상당히 일반화되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5.4%다. 양육가구의 75.6%가 ‘개’를, ‘고양이’는 27.7%였다(복수응답 허용). 그리고 숫자로는 반려견 545만 마리, 반려묘는 254만 마리로 추정 발표하였다.    


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울까?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세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귀여워서, 다음은 유행을 따라 남들이 키우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외로워서인 것 같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가 우리나라와 서양이 상당히 다른듯하다. 우리나라 자료와 독일 자료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 소유자의 연령 구조는 29세까지 18%, 30세~39세 19%, 40세~ 49세 18%, 50세~59세 22%, 60세 이상이 24%다. 즉 명확한 경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것’이다. 

출처 : 한국 반려동물 신문(http://www.pet-news.or.kr)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 소유자의 연령 구조는 서양의 그것(독일)과는 매우 다르다. 2020년 우리나라는 20대(12.4%), 30대(14%), 40대(16.5%), 50대(18.9%), 60대(14.4%), 70대(9.8%)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가장 많이 키우는 세대는 ‘30대, 40대, 50대’다. 즉 가장 사회적으로‘분주한 시기’이고,‘자식들에 대한 교육 비중’이 가장 높은 시기다. 


그리고 나이가 든 60대 70대는 오히려 급격하게 양육 비율이 떨어진다. 서양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통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시 한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가 우리와 그들이 상당히 다르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개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은 자식 하나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바쁘게 일하여야 하고, 자식을 키우는데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30대~50대가 가장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지금 60대 이상 사람들이 자식 키우는 것과 유사한 돈이 드는 반려동물을 30대, 40대에 내 책임하에 키운다는 것은 생각조차 불가능하였다.      


소득의 증가, 한두 자녀의 양육,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왠지 그런 생각보다는 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윗 우스개 얘기에서처럼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과 내가 책임지고 키워야 할 자녀의 상당 부분이 반려동물로 대체되지 않았나?’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역 사회봉사 교육을 하면서 상당수 노인이 “개새끼를 대리고는 산책하러 가도, 부모가 아프다면 한번 휑하고 왔다 가버린다.”는 불만의 소리를 상당수 들었었다. 때로는 분노에 가까운 소리였다.     


다시한번 생각해 봐도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와 서양 사람들의 이유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자세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듯하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를 보자.              


펫티켓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단속이 드물고, 과태료가 적으며, 과태료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런 동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에티켓이 있다는 사실을 75% 정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골이라면 모르지만,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도시, 특히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런 대답을 하였다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지금도 그렇겠지만 위층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내는 소리에 이웃 간에 다툼과 심하면 칼부림까지 있었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에 사는 나는 같은 아파트 위아래층도 아닌 건너편 아파트의 개짓는 소리에 정말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작은 개 소리도 아니고 ‘컹컹’ 우는 중형견 이상의 소리였다. 나는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건너편 아파트에서도 이리 크게 들리는데 가까운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3, 4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컹컹 우는 소리, 또는 그 밖에도 끊임없이 들리는 개 짓는 소리는 명백히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조차도 시비가 되는 세상인데, 반려견이 짖는 것은 문제되지 않고, 법적으로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전 어느 보도에서는 아파트 관리 규약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규칙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행정은 항상 뒷북을 치는 모양이다


그렇게 위아래 층간소음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층간소음을 줄이는 아파트 건설규칙이 생기기까지는 큰 인명사고가 몇 번이나 일어나고,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 행정당국이 조금 일찍 움직였으면 안 되었을까? 나는 아파트와 같은 밀집단지 내의 반려견에 대해서도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어떤 행정조치 또는 준칙이 생겼으면 좋겠다.     

 

‘원님 떠난 후 나팔 불지 말고, 원님 오기 전에 나팔을 불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본다. 우리 주위에는 늦게 퇴근하여 정말 힘들게 잠든 사람들도 있고, 밤새워 공부하는 수험생들도 있으며, 힘든 하루를 지내고 평온한 저녁 시간을 가지고 싶은 우리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좀 더 아늑한 저녁시간을 가질수 있게 하면 안될까?      


우리 몸에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5개 감각기관이 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내 의지로 닫을 수 없는 기관은 귀(耳) 하나밖에 없다.    

  

귀에게 평화(平和)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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