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경제는 우리가 느끼는데로 움직이지 않을까?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상국
오늘은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을 쓴다. 얼마 전 6월 27일은 우리나라가 주축이 되어 주장한 ‘UN 중소기업인의 날’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기업체 수로 따지면 우리나라 기업체 수의 99.9%를 차지하고, 고용인원으로 따지더라도 81.3%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우리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 특히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기(體感景氣)와 너무 직결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 경제를 보는 시각은 세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정부가 발표하는 ①지수경기이고, 다음은 세계의 다른 나라 특히 ②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보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보통 사람들이 “경기가 좋다. 나쁘다.”라고 몸으로 느끼는 ③체감경기(體感景氣)다.
(1) 지수경기(指數景氣)
지수경기는 말 그대로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지수)로 표시하는 경기다.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지수, 수출입량, 외환보유고 등이 그것이다. 아직 2023년이 지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지수경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 8월달에 발표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23년 미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1.9%, 유로 지역은 0.7%다. 그러나 우리나라 예상 성장률은 1.4%다. 우리 욕심에 차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치다. 더욱이 2024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미국 0.8%, 유로 지역 1.3%에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2.2%나 된다. 우리나라는 저성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년 2.2%의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물가상승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70억 달러로 5월 전망치 24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2023년 취업자수 증가는 29만명으로 5월달 전망치 25만명을 상회하였다. 특히 금년 중 실업률은 2.9%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3% 정도의 실업률은 완전 고용 상태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IMF 시절보다도 못하다. 코로나 시절보다도 못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치다.
그럼 세계인들은 우리나라 경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아마 가장 객관적인 수치라면 남의 나라 경제를 평가해 주고 밥을 먹고 사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의 우리나라 신용평가 지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2월 Moody’s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3에서 한 단계 올려 Aa2로 상향 조정하였다. 이것은 무디스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인 S&P나 피치(Fitch)도 마찬가지다. 이 등급은 전체 21개 등급 중에서 3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그리고 현재 등급은 Moody’s를 포함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 경제 역사상 최초로 매긴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를 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① 양호한 대외 및 재정부문의 건전성 ② 지속적인 경제의 활성화 ③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한 결과라고 발표하였다. 정말 우리의 감각적 체감경기 평가와는 너무 다른 발표다.
아주 나쁘게 의심하여 우리 정부가 3대 신용평가기관에 『설령』 ‘로비하였다 할지라도’ 이런 평가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참으로 의외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그 잘나간다고 하는 중국과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견고하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는 일본』과 비교해도 두 단계 내지 세 단계가 높은 수준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정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럼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기를 말해 보자. 이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경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매일 보는 물가상승 기사. 짜장면 한 그릇에 얼마, 배추 한 포기에 얼마, 기름값, 과외비, 젊은 사람들의 취업률, 생활비 폭등, 3포시대, 5포시대 등등. 길게 나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왜 이렇게 세가지 경기지수에 차이가 있을까? 정부가 발표하는 지수경기는 상당히 좋고, 3대 신용평가기관이 발표하는 신용등급은 정말로 좋고, 우리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왜 IMF 때보다도 나쁠까?
이 세가지 수치가 서로 비슷하다면 별로 고민할 것이 없다. “에잇, 살기 힘든 세상...” 이러면 될 것이다. 그런데 앞의 두 개 지수는 좋고, 특히 3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는 『매우 좋고』, 우리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매우 나쁘다.』
왜 그럴까?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왜 그럴까? 거기에는 합당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부가 거짓말하는 것 아니예요?
경제 강의를 가서 사람들로부터 가끔 듣는 질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과거 어느 군부 정부 시절 때 그런 시도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 조사는 매우 엄격한 규칙에 따라 시행되고, 물가뿐만 아니라 실업률, 경제성장률, 기업의 회계기준 등은 세계적인 기준에 따라 대부분 조사되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 위기 시, IMF가 우리에게 강력하게 요구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에 따라 통계 숫자를 조사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고, 지금도 대부분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즉 믿을 만하다는 뜻이다.
둘째; 사람들의 인지상의 허점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에게 불리한 것, 그리고 자기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사실에 대해서 다른 것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추석 물가다. 사과 값, 배추 값이 가장 좋은 예다. 얼마 전 추석 때, 금년도 사과 수확량이 적었다고 하면서 사과 하나에 5천원을 호가하였다. 그리고 배추는 한 포기에 8천원까지 하였다. “우와 말도 안돼. 사과 하나에 5천원? 쬐끄만 배추 하나에 8천원? 이런 물가로 어떻게 살 수 있지? 걱정이다. 걱정” 그런데 지금 시장에 가보면 사과는 다시 천원 이하, 배추는 머리통만 한 큰 것 3개가 다시 8천원이 되었다. 그럼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아, 물가가 다시 안정화가 되었구나! 이제 살만하게 되었네.”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저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가?
사람의 생각에는 바로 이런 맹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 생활비에서 사과나 배추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심리적 충격은 클지 몰라도, 재정적 부담은 전체적으로 볼 때 크지 않다. 크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일 때가 많다.
셋째; 언론 등의 과장 보도다.
언론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너무 중요하다. 언론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독재국가에서 가장 통제를 많이 하는 기관이 바로 언론이다. 그러나 언론기관들에게 ‘구독률’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보지 않는 신문과 방송은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언론들은‘끊임없이’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해야 한다. 그래야 존재 가치가 유지된다. 그래서 조금은 과장되게, 조금은 침소봉대하여, 조금은 부정적인 축면을 말해서, 사람들의 가슴을 살째기 놀라케 해야 한다. 때로는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마치 있는 듯이 과대포장하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한계를 만드는 것은 그 기사를 쓰는 ① 작가의 양식과 때로는 ②독자의 질타(叱咤)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이런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인다. 조금 지나칠 때가 있는듯하다.
예를 하나 들겠다. 조금 오래전 기사다. 이자가 올랐다. 그러자 우리나라 3대 신문 중 하나가, “정부는 높은 이자율 때문에 겪는 기업들의 고충을 아는가?”라는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썼다. 그러나 얼마 후 이자율이 다시 내렸다. 그러자 그 동일한 신문은 1면 톱기사로 “정부는 낮은 이자율로 겪는 이자 생활자들의 어려움을 아는가?”였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것이 우리 언론들의 일부 행태다. 국민들의 오늘 관심을 끌어야 할 필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중(自重)의 필요성도 함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 3가지 경기지표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연’하게 설명하기 전에, 앞으로 2, 3년 후 미래의 세계 변화에 대해 잠깐 먼저 설명하겠다. 그래야만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3가지 지수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를 설명하면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는 사람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낙관과 비관이 뒤섞여 있는 경제 현상을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입장에서도 내년, 내후년의 경기는 그리 쉽지 않게 보인다. 그 이유는 정치나 대통령 때문이 아니고, 바로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왜 그런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전(全) 세계 모든 나라에 공히 적용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첫째; 세계화는 후퇴하고 세계는 2원화 체재가 될 것이다.
WTO와 IMF 체제하에서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지면서, 세계는 유례없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시절은 얼마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모르는 중국, 시진핑의 세계 지배 야욕과 때를 모르고 저지른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아무런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갑자기 저지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 세상은 당분간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게 되었고, 잘나가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전(全) 세계를 상대로 마음껏 장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값싸게 물건을 만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세계 경제는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 이전의 세계,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세계, 그리고 중국이 G2라고 으스대기 이전의 세계였다.
둘째; 2원화가 자유주의 세계에 미치는 효과
그러나 이런 장미빛 세계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하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푸틴과 시진핑 때문이다. 시진핑의 무리한 중화주의 주장은 전 세계 자유주의 국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즉 중국이라는 나라를 현재처럼 놔두었다가는 자유주의 세계가 오래지 않아 커다란 위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그 정도는 위기감을 훨씬 뛰어넘어 직접 피부에까지 와 닿는 위기감이었다. 특히 중국의 너무 잦은 수출입 제한 조치, 희토류의 무기화, 기술 도적질, 너무나 노골적인 싸우는 늑대외교(전랑외교)가 더욱 자유주의 국가들은 놀라게 하였다.
자유주의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이러한 경각심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때, 더욱 확실한 불을 지른 사람이 바로 푸틴이었다. 전쟁은 설령 그것이 침략전쟁일지라도 어떤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떤 논리적인 명분이 없는 과거 제국주의식의 『영토확장』 침공이었다.
이것은 자유세계 국가들에 ‘확실한’ 경종을 울리게 하였다. 즉 ①국가 간의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②제국주의는 사라지지 않았고 ③독재 체제는 언제든지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위협은 필연적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세계화에 『역행(逆行)』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세계 경제의 2분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2분화는 자유주의 세계와 독재국가 간에 커다란 차이를 발생하게 되었다.
나. 2원화가 독재 체제에 미치는 효과(러시아)
결론의 일부를 미리 얘기하면 2원화는 자유주의 세계에도 큰 충격이 오겠지만 독재 체제 즉 러시아와 중국에게는 자유주의 세계보다는 훨씬 더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주의 체제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자존이 가능한 체재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독재국가들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능력을 자체 내에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러시아를 보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민낯 능력』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군대에서 사용하는 무전기는 보안이 전혀되지 않는 싸구려 중국제 워키토키였으며, 드론도 중국제 싸구려 제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막강하다고 생각했던 러시아의 고급 무기도 핵심 부품은 서방으로부터 수입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즉 서방과의 무역 단절이 이루어지면 그들이 자랑하던 최첨단 무기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들 전략무기의 정확도는 너무 낮았으며, 모스크바가 직접 공격당할 만큼 그들의 방공망도 허술하였다.
그리고 러시아의 수출품은 과거부터 에너지(원유, 천연가스)와 식량 그리고 금, 은, 다이아몬드와 같은 1차상품이었다. 거의 유일한 2차상품은 무기밖에 없었다. 그리고 3차산업에 해당되는 수출품은 아예 없었다.
즉 그들은 1차상품을 수출하여 그들 생활에 필요한 다른 모든 상품들을 수입했던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볼품없는 민낯이 너무 처참하게 드러났고, 자유주의 세계에 대한 1차상품의 수출금지는 그들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의 처지가 되었을까?
다. 2원화가 독재 체제에 미치는 효과(중국)
중국의 처지는 러시아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낫다. 그러나 그리 크게 나을 것은 없다. 다만 어려워 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더 오래일 뿐이지 그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
중국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60%를 수입하는 국가다. 그리고 14억 인구를 먹이는 데 필요한 식량의 40%를 수입하는 나라다. 중국이 세계2위 GDP 국가가 되는 데는 ①자유주의 세계를 향한 중국의 수출과 ②미국과 자유주의 국가들의‘자본투자’와‘기술 투자’가 핵심 역할을 하였다. 중국이 망한다, 망한다고 하면서도 중국이 망하지 않고 현재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두가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패권전쟁으로 중국의 이 두가지 핵심 생명줄이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우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자유세계 기업들의 탈 중국화 현상은 진작 시작되었다.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 자국 기업들과 외국기업 간에 너무 심한 차별적 대우, 노골적인 기술 도둑질, 트럼프 이후 중국상품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세,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금지 그리고 중국 노동자들의 싸지 않은 임금 등은 중국에서의 상품제조(Made in China) 매력을 상당수 잃게 만들었다. 그 결과 아주 많은 제조 공장들이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미 상당수 이전하였다.
그리고 2022년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80% 가까이 급격히 줄어들자, 그렇게 거만하던 시진핑이 갑자기 ①중국을 가장 매력 있는 투자처로 만들겠다. ②내외국 기업 간의 차별을 없애겠다. ③외국 투자자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남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매우 고맙게도’그간에 보여 준 중국정부의 반(反) 자유주의적 태도는 중국에 대한 신뢰성을 잃기에는 너무나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시진핑이 존재하는 한 중국은 과거“죽의 장막(Bamboo Curtain)” 시절로 회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 체제의 2원화가 자유세계에 미치는 부작용은 다행스럽게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자유세계는 기술력이 있고, 상품의 수요와 공급처를 가진 다수의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펼쳐져 있으며, 원가 상승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식량, 원유 그리고 그밖의 다양한 자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독재 체제와의 무역 없이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체재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독재 체제(중국, 러시아) 국가들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그런 독자적 생존 체재를 갖출만한 1차, 2차, 3차산업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에너지와 식량, 금은 이외에는 수출 할 상품이 없고, 중국도 자유주의 세계에 대한 수출이 제한되면, 자기 수요의 60%나 부족한 에너지와 40%나 부족한 식량의 수입이 곤란해지고, 특히 그들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고급기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미래에는 희토류와 같은 전략적 자산의 수출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자주 금하는 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 뻔하다.
너무 자주 쓰는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는 그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너무 자주 희토류 수출을 무기화했으며, 수출입 제한 정책과 우리나라에 대한 혐한령 같은 조치를 다른 나라들에게 너무 자주 시행하였다.
여기에 비해 자유세계는 전술한 바와 같이, ①그 덩치가 크고, ②많은 나라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③종합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④자체 내에 충분한 수요와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으며, ⑤세계에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자원과 식량 문제 등에서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가들도 어느 정도 ‘독립적인 경제 체제를 다시 갖출 때까지는 약간의 혼란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체제 생존을 위한 자체 내(內)의 능력을 충분히 곧 갖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가들도 세계 시장이 2분화에 따른 ①경제 규모의 축소와 ②가격 인상 문제 ③원자재 수급의 어려움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1) 더욱 심한 양극화의 진행
지난 경제를 말할 때 경제의 양극화는 매우 큰 문제였다. 그러나 미래에는 더욱 심한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지만 그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2원화에 따른 ①세계 경제성장 속도의 저하와 이에 따른 ②경쟁의 심화 때문이다.
절대로 정부의 잘못 특히 대통령의 잘못은 아니다. 제발 이제는 모든 잘못에 대해 정치 탓을 하는 버릇을 고쳤으면 한다. 정치는 우리 기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는 정치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①과학과 기술 그리고 ②기업인들의 창의력(엔터푸르니어쉽)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심대하고, 깊은 영향력은 좁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 좌우되기보다는 ③세계의 정치, 경제환경 변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부탁한다. 모든 부정적 상황에 대해 국내 정치 탓을 하지 말고, 좀 더 넓은 세계적 시각과 나의 경쟁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 그런 자세를 갖추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떻든 가까운 미래에 빚어질 세계화의 퇴조는 어쩔 수 없이 세계 경제성장 속도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성장속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공장 수(數)가 단기간에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2원화된 세계 시장에서 자유세계 국가들 간의 경쟁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성장이 저하되는 시장 속의 기업들 간의 경쟁은 당연히‘더욱’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바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사라지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사라진 기업들의 시장까지도 차지하게 됨으로써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양극화다.
양극화는 다른 것이 아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욱 커지고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조금 더 고상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2) 세가지 경제 표현 지수가 서로 달라지는 이유
이제야 비로소 ‘세가지 경제지수가 서로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때가 온 듯하다. 앞에서 경제를 표시하는 지수는 3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바로 ①정부가 숫자로 표시하는 지수경기와 ②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발표하는 신용평가지수 그리고 ③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그것이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이 3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기가 하향일 때는 이 경기지표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경쟁력이 없는 나라는 이 세가지 지수가 동시에 나빠진다. 그러나 경쟁력이 있는 국가들의 경우에도 지수경기와 신용평가지수는 좋아지나, 체감경기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앞에서 설명한 양극화 현상을 다시한번 말해 보자. 양극화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사라지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사라진 기업들의 시장까지를 차지하여 더 커지는 것”을 말한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다. 즉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더 커지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더 작아진다는 뜻이다.
그럼 살펴보자.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바꾼다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좋은 상품을 더 값싸게, 더 잘 만드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자, 그럼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그 나라의 지수경기는 좋아지겠는가? 나빠지겠는가? 당연히 더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경쟁사회가 될수록 지수경기는 좋아지는 것이다.
그럼 또다시 생각해 보자.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할수록 그 나라의 경쟁력은 더 높아지겠는가? 아니면 더 낮아지겠는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3대 신용평가 기관의 신용평가지수 또한 좋아지는 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기업들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수록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수가 많아지겠는가? 아니면 경쟁력이 없어 사라지는 기업들의 숫자가 많겠는가?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을 말한다. 그러므로 경쟁력 있는 기업의 수보다는 사라지는 기업의 수가 더 많을 것이며, 경쟁력 있는 기업이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하더라도, 과거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고용보다는 훨씬 더 적은 인원을 고용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수경기와 신용평가지수는 높은데, 체감경기는 나빠지는 근본 이유다. 그리고 이것이 내년을 포함하여 가까운 미래에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이유도 등장한다.
첫째; 상품이 점점 고도화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
둘째; 이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
셋째; 그 결과, 국가 전체의 부(富)는 증가하겠지만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고루 나누어지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에게 편중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체감경기는 가까운 미래에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부 상인들이 말하는 “지금 경기는 IMF 때 보다 더 못하다. 코로나 때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럴 가능성은 개선되기보다는 점점 더 심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중기중앙회에서 발표한 중소기업인들이 느끼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이에 따른 중소기업인들의 금융 부담 증가(42.7%)
⚫내수시장이 급속한 냉각으로 인한 경영상의 압박(57.3%)
⚫필요 인력 구득의 어려움과 인건비 상승(28.4%)
⚫기후 변화에 따른 탄소 중립 요구(대기업과 연계된 기업)
⚫미·중 간 패권 경쟁의 가속화로 인한 시장 수요의 불안정성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원자재 수급 문제의 장기화 가능성
⚫교섭력과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어려움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IRA 법안)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2023년도 시범적용과 2026년부터의 전면 적용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부여 등에 관한 입법 활동의 가속화 등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및 조기 해제로 인한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은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인들은 다음과 같은 타개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거래처 확대 등을 통한 판로의 다변화(56.8%)
⚫마케팅 강화(44.4%)
⚫경기회복을 대비한 채용의 확대(30.4%)
⚫기술 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
또한 경영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지원(복수 응답)의 필요성으로 다음과 같은 응답을 하였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대책 마련(56.8%)
⚫기업 규제의 완화(38.6%)
⚫생산인력 지원(19.6%)
⚫불공정한 거래 관행 개선(19.4%) 등이었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자구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도 함께 피력하였다.
이 부분을 작성하면서 죄송하다는 느낌을 먼저 말해야겠다. 왜냐하면 신박한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인들이 지적하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내수시장이 급속한 냉각, 필요 인력 구득의 어려움, 인건비 상승(28.4%), 미·중 간 패권 경쟁의 가속화로 인한 시장 수요의 불안정, 원자재 수급 문제의 장기화 가능성 등 대부분의 지적 사항이 우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 이후 가까운 미래에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중소기업인들이 지적한 ‘비용 절감 및 구조조정’과 ‘거래선(영업·홍보) 확대’(51.5%) 그리고 ‘자금 조달처 확대’(26.8%) 등은 올바른 지적이지만 실행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조언의 말씀을 드리면 다음과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에게 미리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만약 10개를 말씀드렸는데, 4개는 틀리고, 3개는 그저 그렇고, 3개는 맞는 말이라고 하자. 그러면 틀린 것 7개는 버리고, 맞는 것 4개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옛 말씀에 사람이 3명이면 그 안에는 배울 점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드리는 말씀은 그저 쉽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나름대로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는 어렵다고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관찰력을 가지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리고 좋은 것이 있으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남의 탓. 경기 탓, 정치 탓을 하지 말 것
이것은 명백한 이유가 있다. 남의 탓. 경기 탓, 정치 탓을 하여서는 한숨만 나오고, 때로는 화가 날 뿐이지 절대로 해결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외부 환경은 ① 모든 나라, 모든 기업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환경이고, ②우리가 조절(Controlable)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며, ③우리가 외생적으로 그냥 받아들여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즉 탓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가끔 이런 탓을 하는 것은 괜찮다.
⚫ 차별화된 나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
미래에는 차별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경제 성장 속도의 저하는 내수시장의 감소와 함께 소득감소를 가져오기 쉽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자기 돈을 사용하는데 까다롭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기 돈을 가지고 더 많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일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고객들을 나에게 끌어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차별화된 나만의 상품이어야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생각하면 된다.
나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즉 내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어떤 집으로 가겠는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 품질의 저하가 이익의 중가로 생각하지 말아라.
내가 이런 말을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이 특히 고객들과 직접 접촉하며 상품을 파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 빠져드는 함정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맛있던 음식과 서비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품질이 나빠지는 것, 손님들에게 점점 불친절해지는 것, 조금 장사가 잘되면 거만해지는 주인들의 태도 등이 모두 이것이다.
여기에 간단한 이익 공식을 소개하겠다. 기업이 얻는 총이익은 ①개당이익 곱하기 ②판매량 그리고 다시 곱하기 ③장사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개당이익이 증가하면 곧바로 총 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품질을 점점 떨어뜨리고, 손님 한 명이 들어오면 ‘얼마짜리 이익이 들어왔다.’라고 생각하는 주인들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고객의 선택보다는 자기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상품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내가 자주 다니는 거리에 새로운 상점이 생기면 들어가 보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 상점의 생존 기간을 점쳐 보기도 한다. 몇 달, 몇 년 등이다. 나의 예측에 벗어나는 상점은 별로 없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간단하다. 주인이 고객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제공되는 메뉴나 상품이 얼마나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가? 딱 두가지뿐이다.
⚫ 질(質)과 함께 량(量)도 제공하라.
마케팅을 전파하는 많은 사람들이 상품의 품질을 강조한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이 갖는 심리적 공허감은 커지게 된다. 이런 때는 제공되는 푸짐한 량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 고객 만족의 정도를 너무 높게 잡지 말라. 본질에 더욱 충실하라.
얼마 전까지 이런 말이 유행하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을 감동(感動) 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라.” 좋은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하면 좋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지속 가능성이 낮고, 때로는 초과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성장이 저하되는 경제환경에서는 『본질에 더욱 충실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음식점이라면 고급하고 값비싼 실내 장식보다는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것에 충실하고, 미장원이라면 나의 머리하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용접기를 만드는 회사라면 다양한 용접을 가능하게 하고, 고객의 불편함을 제거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하는데 나의 기술력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 고객이 월급을 주는 것이지 사장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장과 종업원 모두 철저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월급을 사장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장이 월급을 주면 그 회사는 몇 달을 버티기가 힘들다. 곧 망하게 된다. 월급은 고객들이 주는 것이고, 사장은 다만 그 행위를 대신할 뿐이다. 그러므로 종업원들의 고객에 대한 친절함이나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듣고 개선하는 행위 등은 기업이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필수”사항인 것이다. 이 사실은 위, 아래 기업의 모든 사람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 단골고객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업하는 분들은 고객을 두 종류로 나눈다고 한다. 고정고객(단골)과 뜨내기손님이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뜨내기 고객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고객들을 잡기 위해 인테리어 등도 화려하게 하고, 지나친 친절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이 낮아지는 환경에서는 뜨내기 고객보다는 고정고객, 단골손님들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그들로부터 고정적인 수입원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단골고객들에게는 요란스러운 분위기나 화려함 보다는 ①차분한 분위기 ②그 고객에 대한 차별화 된 서비스 ③다양한 서비스보다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면서 ④개별화된 고객관리도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정고객의 확보는 기업에게도 불필요한 자금의 지출을 줄이고,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지속적인 수입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때 고객의 만족 정도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지속 가능한 편안힌 수준』에서 잡기를 권한다.
⚫ 가게의 위치를 고객이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 잡아라.
한때 별장식의 음식점, 산속의 음식점, 카페 등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차별화된 좋은 장소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점점 그 가치는 상실될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차분해질수록 사람들의 동선(動線)은 짧아지게 된다. 비용에 큰 차이가 있지 않으면 접근하기 쉬운 곳을 택하라. 그리고 절약되는 비용이 있으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하기 바란다.
⚫ 가능한 비용을 절감하라.
그리고 절감된 비용은 본질적인 서비스와 만족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음식점이라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를 구입하는데, 제조회사라면 더 나은 상품을 설계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적절한 아름다운 디자인, 내구성의 제고, 편리함의 증대를 위한 설계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라. 이것은 길게는 기업 비용을 절감시키고, 충실한 단골고객을 확보하는데 그리고 입소문을 통해 장기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가능한 가족경영을 생각하라.
과거에 우리 중소기업들은 경영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가업(家業)을 자식들에게 넘기지 않으려고 하였다. 자식들도 대도시에 가면 멋진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힘든 가업을 이으려는 생각이 적었다. 그러나 세상은 크게 변하였다. 보통 정도의 사람들이 50을 넘어 직장을 다니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화려하게 보이는 대기업의 생활도 고단한 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업을 이어받는 것은 매우 쉽고도 오래갈 수 있는 직업이다.
더욱이 요새 젊은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경우가 많다. 즉 부모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가업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차별화된 서비스의 개발과 마케팅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도 화려하게 보이는 직장들이 장기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되었다. 즉 그들이 이제는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과거보다는 훨씬 더 성숙했다는 뜻이다. 그들이 원할 때 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 어줍잖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간판이나 어설프게 따라하는 메뉴를 개발하지 말아라.
요즘 길거리를 돌아보면 외국에서 공부한 나도 이해되지 않은 말과 간판들이 많이 있다. 아마 기업주들은 그것이 멋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지은 것일 것이다. 그러나 쉽게 생각해 보자. 내가 무엇인지도 이해되지 않은 간판을 걸어 놓은 집에 내가 들어가겠는가? 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메뉴를 내가 선택하겠는가? 설령 선택하였을지라도 그것은 한 번의 호기심 때문이다. 좋다면 다시 가겠지만 그러더라도 그것은 간판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 상점의 본질에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나만의 창조성을 지키면서 본질에 충실해라.
⚫ 중소기업 간의 느슨한 협업을 적극 고려해라.
이탈리아 가구산업이 가장 중요한 예라고 생각한다. 가구산업은 예부터 가족 중심의 산업, 전통과 스타일이 중시되는 산업 그리고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옛날 일부 대기업이 참여하는 비중이 제법 되었지만, 이제는 다시 중소기업 영역으로 돌아온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가구산업에서도 국가 간 가구 무역이 활발해지고, 값싼 외국 가구들이 수입되면서 과거와 같은 수공업 형태의 가구산업 운영이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그저 사회환경의 변화와 자유무역 탓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한다. 새로운 운영 방식이 떠 올랐다. 바로 느슨한 가구업자들 간의『연합』이었다.
이탈리아와 같이 가구산업이 오래된 나라에서는 자기 공장 또는 자기 가문만의 독특한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도저히 포기할 수도 없고, 남에게 넘길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값싼 외국 상품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연합체의 구성이었다.
과거에는 내가 만든 상품은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나무를 깎고, 내가 페인트를 칠했고, 내가 무두질하였으며, 내가 가죽을 염색하고, 최종적으로 조립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작업들에 필요한 모든 기계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생산량에 비해 기계 종류는 너무 많았고, 당연히 개당 가구 원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구산업에서도 느슨한 연합형태의 새로운 제조 방식이 도입되었다.
우선 각 가구장인들은 자기 기업의 특성에 맞게 과거처럼 디자인하였다. 그러나 구성품의 제조는 개별적으로 특화하였다. 나는 모든 다른 장인들이 맡기는 디자인에 따라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것에 전담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형 공작기계를 구입하였다. 나는 가죽 무두질을 전담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 여러 가구업자들이 요구하는 스펙에 따라 무두질만을 전문적으로 하고, 당연히 그런 일을 잘할 수 있는 대형기계를 사 왔다. 나는 페인트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염색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각자는 자기가 맡은 분업 분야에서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대형기계를 사서 그 일만을 효과적으로 값싸게 처리하였다. 그리고 스펙에 따라 완성된 가구 부품들은 모두 원 디자인 고객에게 넘겨진다. 그리고 부품을 받은 고객들은 그 부품들을 모아 자기 가문만의 특색있는 가구를 조립, 완성 시키는 것이었다.
효율성, 비용, 공장의 넓이, 필요한 기계의 수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은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가구산업은 다시 번창할 수 있었다.
기업 간의 M&A는 대기업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느슨한 형태의 M&A를 고려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지적은 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사항을 종합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만을 걸러 내어 종합하였다.
가장 큰 변화로 미래 세계는 자유세계와 독재 체제 간의 2원화 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런 2원화 된 세계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성장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성장이 둔화된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서 기업들 간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고객들은 과거에 비해서 훨씬 더 돈 씀씀이가 줄어들고, 까다롭게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장에서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는 남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와 만족감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고물가, 고에너지가 또는 시장의 불안정성 그리고 정치 탓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외부 환경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 모든 기업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즉 그것들은 내가 탓하여야 할 대상이 아니고, 내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12가지의 기법을 나는 소개하였다. 나는 내가 지적한 것들이 반드시 옳고, 반드시 따라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랫동안의 깊은 관찰에서 얻은 결론들이다. 나의 이런 제안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기쁘겠다.
그리고 여기서 지적한 원리(原理)들은 물론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것이지만, 일반 기업체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