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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Aug 08. 2021

5분 만에 보는 이스라엘사

병사생활 10년 했지만 전문하사는 거절한다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쪽에 위치해 있다. 국토면적은 전라남북도 정도. 모양은 위아래로 길고 남쪽 꼭지점이 효율 좋게 홍해에 닿는다. 인구는 9백만이 조금 안된다.

이스라엘 역사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part 1 독립국가 시대, part 2 식민지 시대.


PART 1. 독립국가 시기

아브라함이 민족의 조상이라고 하는데 대략 BC 20세기라고 한다. 동양으로 치면 중국의 하·은·주, 우리나라의 단군 할아버지 급. 설화는 전해 내려오지만, 역사자료는 풍부하지 않다.

 

본격적인 이스라엘의 출발은 출애굽(BC 1200년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의 소수민족 하층민들이 파라오의 학정을 견디다 못해 탈주했고, 여기에 인근의 떠돌이들이 합류하면서 이스라엘이 되었다.


이들은 이집트 탈주 후 팔레스타인으로 침공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영토는 2-3만 제곱킬로미터로, 전라남북도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국가로서의 발전은 평범했다. 12부족 연합체로 시작해 이들을 규합할 왕을 세우는 연맹왕국으로 이행한다. 이러한 모습은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도 볼 수 있다.


BC 900년대에 왕정이 시작되고 2, 3대 왕인 다윗과 솔로몬 시기에 번영한다. 조선 초 태종·세종과 비슷한데 다윗도 쿠데타로 왕권을 잡았고 솔로몬은 부국강병과 태평성대를 이룩한 지혜로운 왕으로 꼽힌다(물론 세종에 비하기에는 부족하긴 하다).


그러나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고 솔로몬 사후 북왕국, 남왕국으로 분열한다. 마치 북한 남한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과 같은데, 남왕국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유다"이다.


PART 2. 식민국가 시기

BC 700년대, 북왕국 왕조가 멸망한다. 아시리아라는 메소포타미아 지역(현재의 이라크, 이란)의 제국에 의해서인데 아시리아는 남왕국 유다도 멸망시키려 했지만 수도 예루살렘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돌아간다.

 

남왕국은 그 이후 좀 더 왕조를 이어갔지만, 아시리아를 꺾고 패권을 차지한 바벨론에 의해 BC 500년대에 남왕국 왕조가 멸망한다.


멸망이라고 해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 죽은 것은 아니다. 왕족과 엘리트 계층이 신분을 상실하고 포로로 끌려가고, 나라는 식민국가 되었을 뿐, 대부분 이전처럼 살았고 종교와 정체성 모두 여전했다. 고대에는 통신과 교통이 근대와 같지 않았기 때문에, 고대 제국들은 반항만 하지 않으면 식민지의 자치나 문화에 관대했다.


재밌는 것은 포로로 바벨론에 끌려가 노동계급이 되어버린 구 엘리트들이 그곳에서 구약성경을 썼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성경은 약자입장을 대변하는 보기 드문 경전이 되었다. 석가모니는 왕족, 공자는 선비, 플라톤은 아테네 시민이었고 따라서 얼마간 구제도를 수용하고 지배층을 옹호하는 사상을 전개했다. 반면 성경은 반제국주의적이고 급진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글을 쓸 줄 아는 지식인들이 몰락했기 때문인데 이는 동학 창시자 최제우가 몰락양반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영원한 제국은 없고 종주국은 바벨론에서 페르시아로 바뀐다. 그리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다음은 유럽인지 종주국은 페르시아에서 알렉산더의 헬레니즘 제국으로 바뀐다. 세입자는 같은 집에 사는데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격. 알렉산더는 30대에 요절하고 근동은 그의 장군들이 나눠 갖는데 이스라엘은 셀레우코스 왕조의 시리아 왕국의 지배를 받는다. 셀레우코스 왕조는 유명하진 않지만, 광대한 영토를 지닌 제국이었고, 기억해 뒀다가 관련 주제 이야기할 때 언급하면 유식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종주국이 이제 또 로마로 바뀐다. 마지막 집주인이라고 봐도 좋다. 딱 BC 100년엔 그 유명한 카이사르 탄생한다. 그리고 그의 종손자(조카의 아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통치기는 BC 27-AD 14년인데, 지저스가 이 시기 BC 3년에 탄생한다. BC 1세기는 우리가 잘 아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클레오파트라, 지저스가 태어난 시기이다. 이때 로마는 공화정을 마치고 제정이 시작되었다. 지저스는 로마제국의 식민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청년이었다. 지저스가 활동한 AD 1세기 동양에서는 이때를 기점으로 전한이 막을 내리고 후한이 시작되었고, 한반도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건국되었다.


AD 130년대엔 유대-로마 전쟁이 일어났다. 유대의 독립전쟁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유대가 패배했다. 이전까지 로마는 유대지방에 자치권과 종교를 상당히 인정해주었지만(한때 아예 왕도 있었다!), 이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자치권을 완전 상실한다. 이스라엘이란 종속국은 아예 사라졌으며 로마의 한 속주가 되었다.


AD 600년대 이슬람권에 정복당하고 나라 잃은 떠돌이 민족이 되었다. 그래도 유대인들은 어디 가서나 잘 살았다. 그러다 20세기 세계대전 이후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이스라엘을 건국하기에 이른다.


이스라엘의 지리와 민족적 특성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위치는 매우 인상적이다. 지중해 동쪽에 있는데, 서남엔 이집트, 북동 메소포타미아, 북서엔 유럽 사이에 끼인 비운(?)의 나라다. 이게 어느 정도 부담이냐면 한반도 근처에 중국이 3개 있는 느낌이다. 이 제국들에게 얻어맞고 정복당한 뒤, 집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것이 이스라엘의 역사이다.


이렇게 들으니 고생을 많이 한 불쌍한 민족처럼 느껴지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단히 특이한 민족성을 갖고 있어서 다른 민족들과 달리 지배하기 까다로웠다고 한다. 유일신 종교로 인해 상당히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자존심도 세서 소요도 자주 일으켰다고. 그래서 좀 달래주려고 특별히 더 관대한 대우를 받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식민지에서 불공평하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가령 유대인들은 로마황제숭배를 면제받았는데, 이건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강요하는데 "00지방 사람들은 사람들은 고집이 세니 그냥 봐줘도 좋다" 하며 인정해준 셈이다.


말하자면 어느 나라의 지배를 당해도 동화가 잘 안 되는 베테랑 식민지인, 아웃사이더. 그도 그럴 것이 식민지 생활을 군생활에 비유하자면 군대 5번 온 셈이다. 이집트,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병사 생활 10년 동안 짬이 찰대로 차서 간부는 볼대로 봤고 이골이 날대로 났다. 10년 동안 전문하사 제의를 한사코 거절했다. 병사는 언젠가 찾아올 전역날만을 기다렸다.  


요약과 의미

요약하자면 이스라엘사는 두 파트로 나뉜다. part 1 기원부터 왕정시대, part 2 식민지시대. 왕정시기 까지는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part 2에서 독보성이 드러난다. 이스라엘은 오랜 식민지 경험을 지녔고, 거기서 약자 입장의 역사서술과 사상전개가 이루어졌다.


남의 나라 역사를 꼭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유익한 것도 있다. 이스라엘 역사를 알고 있으면 성경의 각 책이 어느 시대 것인지 알 수 있고, 글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춘추전국시대 역사와 사회상을 알고 있으면 논어, 맹자를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또 이스라엘의 오랜 식민지 경험을 인지하고 나면 비로소 성경의 약자 편들기 성향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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