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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Sep 06. 2021

좀 릴랙스 해봐

기도와 명상

명상은 무엇인가?

당신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쓰라린 감정을 느낄 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는가? 그 방법을 많이 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성숙한 어른이라고 한다. 글쓰기, 산책, 운동, 대화, 목욕, 노래 모두 좋은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모든 일과 행동과 생각을 멈추고 "의도적"으로 쉬는 것이다. 일상이 등산이라면 명상은 잠시 쉬면서 경치를 내려다보고, 재충전하며, 내가 오를 봉우리와 거기로 오를 길을 확인하는 일이다.


기도와 명상

명상을 종교에선 기도(선)이라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심신수행방법이다. 요즘엔 기도와 명상을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둘은 포함관계였다. 기도라고 하면 내 욕구를 신에게 전달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신이 나에게 둔 소망을 찾아가는 것 또한 기도이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에는 건강한 조화가 필요하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거두고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챙김의 개념을 잘 표현해주는 Heidi Forbes Öste의 그림.

종교와 무관하게 명상을 하게 된 건 현대의 일이다. 자신과 궁극적인 것에 대한 탐색을 둘째 치더라도 심신을 안정시키는 명상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걸 주목하게 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 일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정신없이 변화하고 스트레스 받는, 그러나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하는 실리콘 밸리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이때부터 명상을 비롯한 일련의 심신안정의 방법들이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새로운 단어로 카테고리화 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즉, 종교성이 없다면 기도가 아닌 명상이라고 할 수 있고, 반대로 기도문을 읽는 것만으로 기도를 마치거나 자기의 욕망만 말하고 끝내면 명상이 아닌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상과 기도의 교집합에 있는 영역에 있을 때 비로소 내면의 안정뿐 아니라 성장까지도 나아갈 수 있다.


명상은 왜 하나?

평온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상은 어떤 수단이라기보다는 인생의 목적 중 하나라고 봐도 좋다. 평온과 행복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가까스로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다. 유보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지위에 있든,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든 상관없이 명상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명상의 부수적 효과

한편 명상의 부수적 효과가 뛰어나기에 그걸 위해서라도 명상을 하는 편이 좋다.

스트레스, 불안 감소
집중력, 판단력 향상
자극에 덜 민감해짐

이런 효과의 원리는 "부교감신경" 활성화에 있다. 사람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긴장과 이완이다. 교감신경은 위협을 받을 때 활성화된다. 심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정확한 행동보다 신속한 행동을 우선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 싸우던지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은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안전할 때 활성화된다. 심박이 느려지고 행동이 완만해지고 소화가 잘된다. 이때 사람은 에너지를 보존한다. 이 둘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다.

자율신경계와 이어진 신체 각 부위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빨간색이 교감신경, 파란색이 부교감신경이다. 같은 부위에 반대의 작용을 한다.


문제는 유사시에만 켜져야 하는 교감신경이 너무 자주, 때로는 항상 활성화될 때이다. 현대인들은 이런 문제를 많이 겪는다. 우리는 선사시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갈등하며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위협을 받은 적이 없지만, 직장에 있는 한 뇌는 늘 비상사태다.


내가 내 마음대로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내 마음대로 평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안 된다. "자율"신경계이기 때문이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스위치는 손을 쥐고 펴는 것처럼 의지(대뇌의 명령)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컨트롤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일정한 호흡을 통해 긴장했을 땐 그것을 완화시켜주고, 과하게 늘어졌을 땐 정신을 각성하게 해 준다.


피로 회복(시각 및 감각 차단)

피로감을 느껴서 휴식을 취할 거라면 눈을 감고 쉬는 게 좋다. 뇌는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는 기관이고 그중에서도 상당 부분이 시각정보처리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쉴 때 좀처럼 눈을 감지 않는다. 버릇이 안되어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적당한 자극이 없으면 금방 지루해하거나 오히려 불안해한다. 그래서 호흡에 집중하거나 스스로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다. 명상이라는 중요한 걸 하고 있다"라고 인지해야 눈을 오래 감고 있을 수 있다. 영 귀찮다면 타이머를 맞춰놓고 안대를 쓰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좌우간 쉴 거라면 스마트폰은 피하는 게 좋다. 그건 과다한 시각정보로 뇌를 혹시키는 일이다.


사고 명료화(욕구, 감정, 계획, 관계, 자기 객관화)

우리는 일상을 1인칭으로 산다. 시야가 좁아져서 앞뒤 좌우를 모두 확인하기도 어렵다. 위기는 더 크게 보이고 좋은 일은 천천히 보지 못하게 된다. 명상은 그 1인칭 카메라를 뒤로 당겨서 더 넓은 시야와 함께 자기 자신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훈련을 통해 고수가 된다면 아예 하늘에서 내려다보듯이 자신과 주변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1인칭 게임인 FPS. 시점을 3인칭 관찰자로 옮기면 더 넓은 시야와 자신의 모습을 확보할 수 있다(젤다의 전설). 스타크래프트는 대표적인 3인칭 전지적 시점의 게임.

명상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의 욕구, 감정, 상황 등을 "관찰"하게 된다. 우리는 어딘가에 사로잡혀있을 때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그러나 문제와 자신을 객관화하고 이모저모 살펴본 뒤라면 충분히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트라우마 치유

트라우마 치유는 후술할 "향심기도"의 두드러진 효과이다. 의식의 활동을 멈추고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그때부터 무의식이 수다스럽게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좋은 아이디어도 있고 시시콜콜한 생각들도 있는데, 때때로 쓰라린 기억들이 수치, 불안, 두려움과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곤 한다. 이때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음에 어떻게 할까 작전모의하지도 않고서, 속으로 '평화'하며 외치고 그 생각을 보내주면 된다. 이 일을 두 번, 세 번, 여러 번 반복하면 그때마다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점차 줄어든다. 나중엔 떠올라도 아무렇지 않으며 마침내 떠오르지도 않게 된다. 상담을 하며 내 트라우마 사건을 언어화해서 말하고 말하고 말하다 보면 조금씩 덜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끔찍한 기억을 무의식 깊은 곳에 묻어두면 표면적으론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마음을 병들게 한다. 무의식에게 털어놓을 기회를 주어서 직면하고 보내주고 직면하고 보내주는 과정을 거칠 때 건강하게 치유될 수 있다.


명상하는 법

명상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오늘 소개할 명상방법은 2가지이다. 호흡명상과 향심기도.  


1. 호흡명상: 5초 들이쉬고 5초 내쉬기(5분)

눈을 감고 자세는 바르게. 허리와 어깨를 펴고 손은 무릎 위에, 손바닥은 위를 보게 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의 움직임에 의식을 집중한다. 평소 5분은 순식간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꽤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마치고 나면 마음이 편하고 느긋해진다. 몸이 무겁지 않고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가기 싫었던 헬스장 마저 단박에 나설 수 있게 된다.


2. 향심기도(Centering prayer)

자세는 호흡명상과 동일하다. 그러나 호흡에 의식을 집중할 필요 없이 그저 차분한 마음으로 존재하고 있으면 된다. 기도시간은 20분~1시간. 그렇게 고요히 있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이나 기억들이 떠오른다(무의식이 생각들을 올려 보내지 않는지 감시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들을 바라보게 된다. 생각이 계속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볼 때도 있고 때로는 아예 의식적으로 그 주제의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아 내가 지금 생각을 하고 있었네"하고 알아차린다. 그러면 속으로 미리 정해둔 거룩한 단어(이를테면 '평화')라고 말하며 보내준다.

기독교인들은 흔히 기도서나 개인기도에 익숙하지만 기독교에도 오랜 영성수련의 전통이 있다. 오른쪽은 향심기도 입문서인 신시아 부조의『마음의 길』(한국기독교 연구소).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생각이 또 올라올 텐데 마찬가지의 과정으로 '평화'하고 보내주면 된다. 분심(잡생각)이 많은 날은 기도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낙담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마음방에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많았을 뿐이다. 오히려 기도가 꼭 필요했던 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꾸 보내주는 수행의 나날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분심이 없어 거룩한 단어도 필요 없는 기도를 하게 될 때도 있다. 그것을 두고 신과 내가 일치하는 상태, 내면에서 신을 발견하고 신 안에서 편안히 쉬는 상태인 관상(contemplation)에 이르렀다고 한다.


명상 배우기

1단계 어플 - 삼성헬스 호흡운동

2단계 어플 - 마음보기(가이드명상)

3단계 어플 - 인사이트 타이머(향심기도)


명상은 전통적으로 종교기관에서 성직자들에게만 배울 수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대중화되어서 스마트폰 어플로도 충분히 입문할 수 있다.


시작은 호흡운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일정하고 깊은 호흡은 모든 종류의 명상에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를 돕는 1단계 어플은 "삼성헬스"이다. 해당 어플의 "스트레스"탭에 들어가면 "호흡" 버튼이 있다. 들숨날숨 각 5초씩 5분간 할 수 있는 기능을 서비스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호흡운동을 7일간 지속한다.


이제 호흡도 익히고 명상에 관심이 생겼다면 2단계 어플은 "마음보기"이다. 마음보기 7일 기초훈련으로 시작해 다양한 단계별, 상황별 가이드명상을 제공한다. 유료 어플이지만 한 달에 5900원으로 부담되지 않는다. 그리고 헬스장처럼 사람은 돈을 내야 꾸준히 배운다. 첫 달은 무료.



가이드명상을 이어가다 보면  정말로 조용한 시간을 홀로 보내고, 또 궁극적인 무언가를 찾아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때는 단순한 침묵의 명상, 향심기도를 할 때이다. 향심기도에는 시작과 끝에 종소리만 울려주는 "insight timer"가 도움이 된다. 영어로 되어있긴 하지만 타이머 기능만 쓸 테니 어려울 것 없다. 종소리가 다양한데 "Kangse"가 가장 좋은 울림소리를 낸다.


명상 실습

명상은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해보는 게 낫다. 지금 삼성헬스를 켜고 5분간 호흡운동을 해보자. 아이폰도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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