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으로 카메라를 든 소년이 사람들의 뒷모습을 열심히 찍고 다니는 이 영화는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NJ, 양양, 링링 등 대가족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삶의 한 면을 보여준다. 더불어 관객들은 인물들의 삶을 둘러싼 아름답고도 혼란한 시기의 대만 사회를 스크린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이 또한 <하나 그리고 둘>의 아름다움 중 하나다. 이 영화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영화의 많은 부분을 버리고 가는 셈이 될 것이다. 오래된 첫사랑을 만나 역동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아버지 NJ, 그리고 누워계신 할머니에게 말을 걸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솔직하고도 당찬 소녀 링링, 카메라를 든 어린 소년 양양의 삶까지 다양한 삶의 여러 장면들을 이 영화는 담고 있다. 그럼에도 한 줄기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면, ‘인생은 영화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어느 한 장면, 그것이 심지어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래도 그것을 영원히 남는 기록물로 남긴다. 또, 인생의 어느 순간들을 우리는 사진처럼 기억하더라도 그 자체로 흘러가는 것인데 영화 또한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양양은 꾸준히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으며 “왜 (쓸데없이)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니?”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앞만 볼 뿐 스스로의 뒷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어린 소년의 순수하고도 뾰족한 대답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돌아봐야 할 것들을 놓치고 앞만 보고 살지는 않았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끔 만들어 준다.
주인공 소년 양양의 아버지 NJ는 가족행사를 왔다가 우연히 자신의 오래전 첫사랑을 마주한다. NJ는 소위 말하는 감 없는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며 노력하는 소시민으로서 그동안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꾸려온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NJ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집이 작아 그의 ‘소시민’성이 더욱 강조되어 보이기도 한다…) 첫사랑과의 마주침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 관객은 NJ의 다음 행보를 고민해보게 된다. 과연 가족을 버리고 오래된 첫사랑을 따라갈까? 혹은 첫사랑과의 추억은 뒤로하고 자신의 삶을 살까? NJ는 첫사랑인 여자와 단둘이 해외에 업무를 보러가기도 하지만 결코 자신 기존의 삶을 뒤로하지 않고 똑같이 살아간다. 이 점에서 김보라 감독 <벌새>의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벌새>의 은희 아버지는 빈 집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교댄스를 추는 남자인 동시에 아버지로서의 매일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 또한 작은 몸집으로, 그 시절 가부장제 아래 아버지 상을 정확히 그려내고 있는데 이 영화의 NJ와 겹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한다. <하나 그리고 둘>에서는 영화 전체를 뒤집는 아주 큰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할만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이들로 인해 인물이 ‘영화처럼’ 뒤바뀌지는 않는다. 그 부분이 <하나 그리고 둘>이 단순 오락영화가 아닌 우리 삶을 그려내는 영화라고 평 받는 이유 중 하나지 않을까.
<하나 그리고 둘>은 감독 에드워드 양의 2000년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또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마작>, <독립시대> 등 유명한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하나 그리고 둘>은 대만 사회를 아름답고도 혼란한 그 시대 그대로를 선명하게 그려내어 극찬받는 작품 중 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대만의 모습은 현대 대만의 모습같기도, 90년대 한국의 모습같기도 하다. 인물들의 의상과 그들이 살고있는 집의 모습이 지금처럼 현대적인 것과 동시에 회사의 풍경, 거리의 모습 등은 고즈넉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깊게 보면 좋을 듯한 연출은 에드워드 양이 그려내는 ‘외부 풍경’인데, NJ의 회사 내부 장면을 보여줄 때 감독은 건물 내부를 보여줌과 동시에 창문 유리에 비친 밖의 풍경을 같이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미장셴은 차가운 도시 이미지를 관객에게 직접 가닿게 한다. <하나 그리고 둘>은 약 3시간 분량의 장편으로 상영시간이 긴 편이다. 나 또한 긴 상영시간을 선호하지 않아서 쉽지 않은 극장 경험이었으나, 이 영화를 떠올리면 유독 기억에 남는 하나의 ‘상’이 있다. 바로 30초 이상으로 길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차 안에서 가족이 바깥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대만 건물들을 길게 보여주는 장면인데, 차가우면서도 찬란하게 한 시절을 건너가는 느낌을 준다. 영화 속 이미지를 통해, 우리 인생이 마치 영화같다는 그리고 영화가 인생같다는 감각을 선물하는 영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흔치 않은 작품이다.
<하나 그리고 둘>을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손꼽는 이유가 궁금해서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 그리고 세 시간 남짓한 상영 이후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 즈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 영화는 진짜로 ‘인생’을 그려내는 영화였구나. 누군가의 인생영화임과 동시에 진짜로 ‘인생’을 그려내는 영화구나.다양한 인물과 각각의 사연이 등장하지만 그 이야기 속 인물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하나하나 궁금하지는 않다. 그들의 행동에 대해 잘잘못을 가릴 마음도 없다. 그러나 각 인물들의 서사가 마치 우리 인생과 같고, 주인공 양양의 순진하고도 선명한 질문들은 냉소적으로 살기 쉬운 오늘날의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든다. <하나 그리고 둘>의 세 시간은 고요하지만 동시에 동적인 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