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로운 밤
소개팅은 늘 비슷하다.
“괜찮은 친구 있는데, 만나볼래?”로 시작해서
“좋은 분이긴 한데…” 같은 말로 흐지부지 끝난다.
감정은 없고, 나도 없고.
대체 누구 마음을 기대하며 자리에 나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조금씩, 은근하게 지친다.
얼마 전, 취미로 배우던 클래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K라는 분.
“저 R님 집 근처로 출장 가는데, 저녁 어떠세요?”
그 말로 시작된 만남은,
그날 밤 “사실 출장은 핑계고, 호감 있어서 연락드렸던 건데. 주말에 또 뵐 수 있을까요?”라는
직진형 멘트로 이어졌다.
주말에 한 번 더 만났고,
불편하진 않았지만 이성적인 끌림은 없었다.
둘이서 만난 지 두 번 만에 ‘저랑 사귀는거 어때요?‘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정리했다.
그런데 오늘 밤은 K가 생각이 난다.
지금의 외로움이,
그때의 애매함보다 더 커서일까.
그 직진이 어쩌면
따뜻한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착각.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던 건 분명한데,
그 감정이 지금보단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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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전에는 소개로 C라는 사람을 만났다.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고,
주선자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함께한 시간은 재밌었고,
같은 업계에, 겹치는 지인도 여럿이라 편안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땐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후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뭔가 계산하는 듯한 태도에 마음이 툭- 하고 식었다.
나를 만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조건과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중이었던 걸까.
문득, 내가 또 누군가의 리스트 안에만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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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후 또 한 명, J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대학교수라는 직업,
적당한 나이차이,
부드러운 말투,
본인은 외향적이다보니, 연인으론 R님 같은 차분한 사람이 좋다는 말.
카톡도 칼답.
조건만 보면,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게 나한텐 ‘좋은 사람’으로만 남는다.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만날 예정이다.
어쩌면 좋은 사람이니,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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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운동하며 알게 된 유부남 오빠 Y가
자기 회사 동기에게 내 번호를 넘겼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연락이 없다.
내 카톡 프사에 얼굴 사진이 없어서 그런가.
별거 아닌 일인데 괜히 찝찝하다.
마치 거절당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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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평생 혼자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
괜찮은 척, 바쁜 척, 웃는 척하면서
그 감정을 얼른 덮어버려야지.
그러다 밤이 되면,
문득 누군가가 내 마음을 툭—
가져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꺼내놓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아채줄 사람.
말은 없어도,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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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사람은 많은데,
내 짝이 없어 외로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