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이 간디학교(대안학교)라는 공간은 아주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이 소중한 공간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소중한 공간에서의 시간이, 이곳에서의 삶이,
그리고 함께하는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청간디학교에는 학생과 교사 모두가 매주 다 같이 모여 회의하는 식구총회가 있습니다.
그 식구총회를 마무리하는 시간, 저에게 들려오는 중학교 3학년 학생회장의 목소리.
자신이 다니고 있는,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었던 학교와 친구들과 선생님들, 선후배들
그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아이의
한 마디.
그 한마디는 제가 그리도 아이들에게서 듣고 싶었던그 말이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지금의 순간을,
지금 옆에 있는 친구들을,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이 공간을
둘러싼 많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기를,
감사히 여길 줄 알기를 바란다고, 말해오곤 했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속상하고 또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듣고 싶었던 말,
그러나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그 말을,
산청간디학교에 오자마자 이렇게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가슴이 조금 울립니다. 이 가슴의 울림이 행복을 가져다준 하루였습니다.
누군가는 묻겠죠.
산청간디학교는 뭐가 그렇게 다른가요?
다 똑같은 학교, 다 똑같은 ‘대안학교’인데 뭐가 그렇게 다른 건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간디학교도 다르지 않아요.
사실 일반학교도 대안학교도 그 어떤 학교라도
다르지 않을거예요.
어디든 어느 곳이든 완벽한, 문제가 없는 그런 학교, 그런 세상, 그런 삶은 없으니까요.
그 어떤 학교보다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간디학교에서도
당연히 힘들어하는 아이, 외로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어도 하며, 수업시간에 잠도 자며, 멍도 때리고 그래요. 그럼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저런 말을 제게 들려준 학생회장은 어떨까요?
간디학교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했을까요?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겪었다며 말을 해주었습니다.
간디에서의 시간을 그저 담담히 이야기해주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참 힘들었겠다. 그러게. 많이도 힘든 시간들이었겠네.'
아이는 애증이라고,
정말 정말 학교가 싫을 때도 있었고
매일매일 집에 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가기 싫다고 떼를 쓸 때도 있었다며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을 다 겪고서도 아이는
지금은 행복한 것 같다고 그렇게 말을 합니다.
왜 그러하냐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는 대답해주었습니다.
그저, 이곳은 안전하게 내 모든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곳이기에
학교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안전하게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마음껏 울고 행복해하고 소리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그래서 이곳 산청간디학교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학생을 만나서,
이렇게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회장을 만나서,
저는 내내 행복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늦은 밤. 아이들이 기숙사로 들어간 뒤
아무도 없는 학교의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불이 켜진 기숙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이들 모습을 보러 갔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왁자지껄 소란스럽게
청소 같지는..않은 청소를 하는 아이들을 봅니다.
그렇디만 웃음은 가득합니다.
그저 좋은 밤 되라고 인사하고선
집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습니다.
그 가득한 별들이 참 좋습니다.
간디학교가 참 좋습니다.
학생회장에게.
소복소복 쌓이는 희고 흰 눈 그 겨울 가득하던 날.
누구에게는 시리고 시리던 겨울 그 한가득.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고 설레는 첫눈의 속삭임.
그 시간들 속에서
더 초록이 피어날 예쁜 별 하나.
그러니, 온전한 마음으로 네가 좀 더 웃음 짓기를 바라.
괜찮아 잘하고 있어. 토닥토닥.
그리고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토닥토닥.
하지만, 진실로 더 많이
곱디 고운 그 웃음 가득 짓기를 바라.
웃으며,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또 더 행복해지자.
그리고 더 행복해질 거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