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돌프 Apr 24. 2023

행복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1. 행복

아이들과 진로수업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위플래쉬’라는 영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늘 수업을 준비할 때면 수업 속에서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에 대해서 정리를 하는 편입니다.

학기의 마지막 수업이니까 그 속에서 더더욱 한 학기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영화 한 편으로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서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학기 내내 수업 속에서 나누었던 많은 것들을 아이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에 피가 나도록 드럼을 연습하는 그 순간에 주인공은 행복했을까?’

‘주인공은 왜 드럼을 치고 싶었을까?’

‘드럼을 치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면, 꼭 1등 밴드에 들어가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음악 하는 좋은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드럼을 친다면, 그건 행복하지 않은 걸까?’     


이런저런 질문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나누었습니다.


‘힘들지만, 드럼을 치는 것을 좋아하고 드럼을 칠 때 행복하니까, 그 순간들이 행복하게 남을 것 같아요.’




저의 질문들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대답하고, 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다시 정리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떤 한 아이의 말에 정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여러 의견들을 종합하면서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위해 행복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분명 아이들이 고민하는, 그리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나름의 방향성과 의미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뻔한 이야기지만 저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삶이 행복한가? 정답은 없지만, 이왕이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하면 좋겠고, 그 속에서 나 혼자만 행복한 것을 넘어서, 함께 손을 잡고 더불어 행복한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2. 현재의 행복, 그리고 미래의 행복


“○○야, 왜 그렇게 공부를 하니?"

“왜요?”

“아니, 그냥.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외국어고등학교 가려고요.”

“외고를 가려고 하는구나? 혹시, 외고 가고 싶은 이유가 있어?”

“그래야 좋은 대학 갈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음.. 좋은 대학은 왜 가야 하는데?”

“그래야, 좋은 직장을 갈 수 있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요.”

“그래? 그럼, 돈 많이 벌어서 뭐 하고 싶은데?”

“그건 아직은 모르겠어요.”

“...”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에게 저는 저렇게 쓰잘데기 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외고를 가겠다는 아이를 칭찬하고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무슨 되지도 않을 질문이냐고 그러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러네요. 이상하게도 마음이 허전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가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그러시겠지만

그렇죠.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요.


그 아이는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은 무엇이든, 당연히 참아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외국어고등학교를 가면 행복한가요?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행복해지나요?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행복해지는 건가요?


그럴 수 있겠죠.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교육시장의 일타강사들이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죽어라 노력한 경험과 번듯하게 따놓은 학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 너희들은 모른다며 어른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곳저곳 학원으로 내몰려집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영어니 수학이니 하는 것들을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학원강사가 하는 수업을 열심히 듣습니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고, 경쟁을 통해 남들보다 더 잘하면 칭찬을 받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또 듣습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해. 계속 공부하고 복습해. 그리고 예습해. 왜 해야 하냐고? 그냥 해! 너희들은 어려서 몰라! 공부해야 잘 살 수 있어!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해. 좋은 직장 가야만 행복해질 수 있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런 삶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예요.

그저 행복을 위한 정답이 존재하는 것처럼 단언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죠. 그렇긴 하지만 왜, 현재의 행복은 왜 중요하지 않은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언제가 되어야 현재를, 삶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어요.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미래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옆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중요한 무엇을 찾으려 고민하지 않는데,

미래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학생이 행복한 학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