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결혼이야기-1
그때의 나는 20대였고 안 좋은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서 일어서기조차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그 남자는 나의 힘든 일들을 하나씩 아주 쿨하게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힘들 일 없게 잘해주겠다는 말은 20대의 나에게는 너무나 달콤했고 그 말만 믿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냥 이 모든 힘든 일에서 탈출하고 싶었고 결혼이 유일한 돌팔구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의 아픔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최악의 고통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폭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왜 맞는지도 몰랐습니다. 제가 다른 남자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네요. 믿어지십니까? 이게 제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폭행을 당한 이유였습니다.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운데 곧바로 무릎 꿇고 사과하는 전남편의 모습에 이건 그저 실수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의처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폭행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의심으로 시작된 의처증은 매번 폭행으로 이어졌고 폭행의 강도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전남편은 얼굴만 빼고 다 때렸습니다. 그래서 밖에서의 저는 폭행을 당하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도 내 나름대로 공부할 만큼 한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가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나의 그런 마음을 전남편은 아주 빨리 눈치를 챘습니다. 그리고 도망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때 전남편의 표정, 말투는 금방이라도 나를 죽일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무서웠던 때가 없었습니다. 그때 임신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의 나라면 그래도 도망쳤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희망이 없었습니다. 저는 어느새부터인가 말이 없어졌습니다. 말을 하면 말대답한다고 혼나고, 말을 안 하면 안 한다고 혼났습니다. 어느새부터인가 나의 모든 행동과 말이 폭행의 이유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저 오늘은 안 맞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안 혼났으면 좋겠다가 제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식하게 남편이 바람피우기를 바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인데 그때의 나는 너무 맞아서 뇌도 고장이 났었나 봅니다.
그때 그 사람이 바람을 폈다면 나에 대한 폭행이 멈췄을까요?
적어도 좀 덜 때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