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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혼조건-위자료0원, 양육비0원, 재산분할0원

첫 번째 결혼이야기-4

by 핑크레몬




















누군가 이런 조건으로 이혼을 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이건 20대의 제가 이혼했을 때의 조건입니다.

절대 제가 돈이 많아서 내건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이제와 돌아보니 너무한 조건이네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이렇게 해서라도 이혼만 할 수 있다면 했어야 됐습니다. 더 이상 맞고 살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맞고 산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아야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그런 조건을 조금이라도 내걸었다면 저는 아마 이혼을 못 했을 겁니다.

저는 그냥 그 사람에게서 벗어났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 이혼을 했습니다.


또 폭행을 당한 어느 날 저는 울면서 시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저 이렇게 맞고서는 더 못 살겠습니다. 제발 이혼만 하게 해 주세요.”

“그럼, **이만 두고 네 몸만 나가라.”

평상시 말대답도 잘 못하던 저는 죽을힘을 다해 용기를 냈습니다.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뇨. **이만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주셔도 돼요.

위자료, 양육비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되니 제 딸만 데리고 나가게 해 주세요. “


꼬장꼬장하던 시어머니께서 제가 아이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에 표정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저는 그 순간 안도를 했습니다.

이 조건이라면 나 어쩌면 이혼을 할 수도 있겠다고요.

당연히 제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서 뭔가를 조건으로 내걸 거라고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그건 전남편도 마찬가지였더라구요.


제가 바보였습니다.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인 줄 몰랐습니다.

왜 진작에 이 조건을 걸지 않았을까요?

그럼 더 일찍 이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런데 이 조건 정말 슬픈 조건입니다.


한 푼도 안 줘도 돼서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하지 않을까요?

만약 제 배우자가 저와 이혼하기 위해서 이런 조건을 내건다면 전 너무 슬플 거 같습니다.

얼마나 애정이 없으면, 얼마나 이혼이 하고 싶으면 이런 조건을 내걸까 하고요.

전 바로 이혼을 해줄 겁니다.


상담했던 변호사도 이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변호사비도 줄 능력이 없을 정도로 돈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때리던 사람이 저에게 돈이라는 걸 줬을리가요.

그래서 저는 돈 한 푼 없는 주제에 이 조건으로 이혼을 진행했습니다.


법정에서 판사가 저희 조건을 보고 황당하셨나 봅니다.

전남편을 향해

“***씨 도대체 뭐 하시는 분입니까? 이 조건이 말이 돼요?”

하고 다그쳤습니다.

그때만이라도 그 사람은 이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알았을까요?


그리고 저를 향해

“***씨 진짜 이렇게 이혼을 하실 거예요?”

말했습니다.

저는 판사님이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 몰랐습니다.

저도 법정이 첨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그때 너무 어렸고 이혼에 대해서도, 내 권리에 대해서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돈을 못 벌어도 최소 양육비가 있다고 하던데 제가 이혼하던 시절에만 해도 그런 게 없었던 걸까요? 어차피 있어도 안 줬을 사람이라 중요하진 않습니다.

사실 이런 조건으로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형편 되는 대로 보냈을 거 같습니다.

미안해서라도 보냈을 거 같습니다.


조건만큼 놀라운 사실은 그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돈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물론 만나러 온 적도 없습니다.

그냥 그런 사람이었던 겁니다.

-지난 글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아빠> 참조-


지금까지 이 조건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그 사람에게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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