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돌돌싱입니다. 첫 번째는 남편의 폭력으로 두 번째는 남편의 외도로 저 나름대로는 이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느새 저는 두 번 이혼한 여자가 되어있더라고요. 두 번째 이혼이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 번 이혼했다고 말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번에 친정엄마와 오랜만에 여행을 했는데 친척들에게 2번 이혼했다는 말을 제 입으로 먼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 이혼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남편이야기를 하지 않은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다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려도 엄마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면서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니 다들 그저 모른 척해주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반대로 어떻게 모를까요? 이혼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심정 이해합니다. 이해가 돼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오래된 친구들에게는 두 번 이혼한 사실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이혼 이후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네요. 저 혼자만의 일이라면 어쩌면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있다 보니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제 이름 앞에 두 번 이혼한 여자라는 건 견딜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조차 두 번 이혼한 집의 아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지어준다는 게 너무 잔인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우리들에게 관심 갖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게 보일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오늘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저는 이혼 한번 한 사람인 척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지인들에게조차도 제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누군가 물어봤다면 사실대로 말할 준비는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언젠간 말해야지 하는 결심을 하기까지는 두 번째 이혼을 하고 나서 5년이 지나서였던 거 같습니다. 첫 번째 남편은 연락을 하고 살지 않지만 두 번째 남편은 아이를 위해서 편안하게 교류를 하고 있기에 저마다 각자의 남편들 이야기를 할 때 저도 편안하게 전남편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남편이라는 사실만 빼고요. 그런데 이혼을 했냐 전남편이냐 이렇게 물어본다면 사실대로 얘기할 마음이었지만 아무도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흐름상 먼저 사실은 이혼을 했습니다라고 뜬금없이 말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고맙게도 저의 지인들은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무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기에 제가 더더욱 위선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에게 왜 솔직하지 못한 것인지요. 어느 날 가족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그때가 타이밍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주더라구요. 속으로는 많이 놀랬을 수도 있는데 적어도 제가 그렇게 느끼게 하지 않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차마 두 번 이혼했다는 말은 입에서 나오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고 이 말을 할 기회는 지금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굳이 그 타이밍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태 몰랐는데 사실은 이혼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두 번이나...
그래서 오늘도 저는 돌싱인척 했습니다. 언제쯤 저는 이 사실을 덤덤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 타이밍을 놓치고 숨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지인들이 배신감마저 느끼면 어쩌지 하고 불안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지인 중에도 이미 알고 있지만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것처럼요. 나의 친척들처럼 그저 말을 안 하는 것처럼요. 제가 말을 안 하는 것처럼요.
저의 이러한 이야기를 브런치작가 신청할 때 써보았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통과가 되었네요. 이 기회에 이 무거운 가면을 벗고 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볼까 합니다. 이혼으로 고통받았던 순간. 이겨내 가는 과정, 여전히 괴로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제 주위에서 이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지인들, 이미 이혼을 한 지인들, 이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그 고통을 지나온 분들도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마다의 상황이 달라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이렇게 가슴 아픈 사람이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겁쟁이인 제가 이렇게 브런치를 통해 용기를 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