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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경험하며 깨달은 것

나와 다르다고 틀린 걸까?

by 현모양처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사이비를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


*이 글은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글도, 권유하는 글도 아닙니다.

종교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하신 분들은 건너뛰시길 권합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종교를 경험했다.

모태신앙으로 우리 집은 천주교였다.

그러다 보니 천주교가 익숙해서 성당을 몇 번 갔었다.

성당의 엄숙함과 차분한 분위기가 끌리지 않았다.


어느 날 마음이 힘들어서 교회를 찾았다.

처음엔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교회 사람들의 따스함이 좋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 교회도 그만 다니게 되었다.


내 경우 마음이 힘들 때 종교를 찾았다.

다니면서 내 생각했던 종교와는 달랐다.

그러다 보니 종교를 믿지 않고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종교를 가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존경하는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나를 잘 챙겨주셨고, 실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선생님은 어느 날 본인의 종교에 대해 공부해 보기를 가볍게 권유하셨다.

나는 처음엔 몰랐었다.

그 종교가 '사이비'라고 불리는 종교일 줄을.

사실을 알고 놀랬다. '선생님이 그런 종교를 믿으시다니?'

그 후로도 이어지는 선생님의 권유를 에둘러 거절하며 지냈다.

선생님 자체는 너무 좋았기에 관계는 계속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랑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선생님 차를 타고 나는 식당을 가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 종교 행사를 하는 곳에 가게 되었다.

당혹스러웠다.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래, 가서 경험이나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곳은 엄청 큰 행사장이었다.

20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 반갑고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 줬다.

남자와 여자 모두 깔끔했고, 진심에서 나오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 종교는 교주나 종교의 특정 대표가 있지 않다.

행사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본인이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

변한 과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부를 많이 하고, 굉장히 똑똑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에 가기 전까진 그 종교는 '사이비'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러다 보니 경험해 보지도 않고 거부감이 너무 컸다.

하지만 그때 경험은 '아, 내가 생각하고 아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그때 이후로 몇 번의 거절 후, 선생님의 권유로 같이 공부를 했었던 적이 있다.

그 종교를 믿는 분들의 특징은 본인들의 믿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삶을

살려고 했다. 그 점이 나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해석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사이비라고 간주했다.

이것도 내 생각과 다른 점이 있어서 나는 그곳에서 가는 것을 멈췄다.

나는 그 종교를 리스펙트 한다. 선생님과 그 종교에서 만난 분들과도 지금도 아주 잘 지낸다.


이때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1. 과연 무엇이 사이비인가?


사이비 : 비슷할 사, 말 이을 이, 아닐 비

사이비 뜻은 '진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짜가 아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보통 나와 다르면 '사이비'라고 한다.

본인들이 진짜고 정답이라고 주장할수록, 오히려 진짜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정답은 1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강할수록,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간주한다.

특히 종교와 정치에서 두드러진다.


좌파와 우파. 이들에겐 서로가 사이비다.

본인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겐 서로가 사이비다.


인간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도, 알 수도 없다.

경험하고 아는 것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다 보면 본인이 아는 세상이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본인과 다르면 모든 게 틀린 걸까?'

나는 나와 다른 것들을 얼마나 많이 틀리다고 보았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2. 종교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종교의 핵심 중 하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그런데 믿음이라는 명목으로 본인들의 욕심을 채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그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본인들이 행복하게 산다면.

그리고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려는 자체가 나쁜 걸까?'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여러 종교를 경험하면서 종교에 대한 내 입장은

'어떤 종교가 옳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믿음이 다르다'라고 생각한다.

각자 행복하면 되지, 무엇이 옳고 그르고 따지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했다.

교회에 나간다고, 절에 나간다고, 특정 신을 믿는다고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내 행복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 행복을 찾기 위해 종교가 도움을 줄 뿐이다.

종교 자체가 내 삶의 목적이자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산다면.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이나마 주변에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사랑이고, 더 행복하게 사는 길이 아닐까.

물론 그게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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