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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아름다운 이별은 있을까?

by 현모양처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이별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최근 2번의 이별은 나에게 특별했다.


한 분은 3년. 한 분은 1년 8개월.

그전에 연애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전에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던 연애였다.

그러다 보니 연애 기간도 길어졌고, 만나는 기간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연애하는 동안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걸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무엇이 나를 가로막는지'

연애를 통해 많이 배웠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했다.

그래서 나는 고마운 마음이 크다.


예전에 이별했을 땐 아프기만 했다.

이별의 순간이 두려워서 서로 회피했었다.

상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상대 탓도 많이 했다.

그다지 나에게 남는 게 없었다.


이별이 아프다 보니 만남도 싫어졌었다.

만남을 하지 않으면 이별의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단, 만남의 기쁨도 겪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나는 만남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단, 아프기만 한 이별은 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를 탓하고, 원망하며 괴로워하기 싫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이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두 번의 이별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서로에 대해 감사함'으로 만남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해 주고 헤어짐을 결심했다.

그동안 서로 노력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게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


심리학 용어 중에 '최신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험한 일이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서로의 마지막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상대는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저주를 퍼붓고, 원망을 하면서 보낸다면?

그 사람을 만났던 시간 또한 부정적으로 바뀐다.


결국 나에게 좋지 않다.

내 안에 원망의 불씨를 계속 켜놓고 살아야 한다.

상대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본다면, 불씨는 더 커질 테고.

불씨는 나를 집어삼키고 괴롭게 만든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상대를 만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 순간은 상대 덕분에 행복했다.

부족했지만, 더 나아질 수 있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회피보다는 대화를 선택했다.

서로 틀림을 주장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했다.

이전과 다른 방식의 이별을 할 수 있었다.


이별 : 떠날 이, 나눌 별

서로 갈리어 떨어짐


이별은 아프다.

내 몸에 붙어있던 일부를 떼어내야 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문다.

아문 상처 사이에 새살이 돋는 것처럼

새로운 인연이 들어올 공간도 생긴다.

그래서 아프지만, 좋은 마음을 내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나는 또 이별을 경험할 거다.

이제는 이별이 두렵지만은 않다.

이별 후 벌어지는 일들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 있나?'라고 묻는다면,

나는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나에게 왔던 인연들에게 고맙다.

내 인생에 좋은 순간들을 만들어줘서.

지금의 내가 있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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