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커지지 않는 법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나는 흥이 많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노래를 자주 불렀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욕이 들리기 시작했다.
'응? 노래에는 욕이 없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혼란스러웠다.
노래를 멈췄는데도 욕이 들렸다.
창문 밖에서 욕이 들려왔다.
창문을 열었다. 창밖에 앞집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욕을 했다.
아주머니는 극대노 한 상태였다.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 내가 물었다.
"그래 너한테 했다! XXX야." 아주머니가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 아주머니에게 갔다.
나는 범죄 도시에 나오는 위성락처럼 아주머니 앞에 섰다.
"저에게 욕하신 거 맞습니까?"
아주머니가 움찔했다.
그러더니 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어! 당신 때문에 죽을 것 같아.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
내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못 잔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내가 움찔했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컸을지. 앞집까지 들릴 줄 몰랐다.
너무 죄송했다. 바로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우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렇게 시끄러울 줄 몰랐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다.
아주머니도 당황했다. 그러고는 그동안 쌓았던 한을 나에게 풀었다.
"그동안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 인간적으로 너무 한 거 아니냐?"
아주머니의 한을 아무 말하지 않고 다 들었다.
한을 다 푸셨을 때, 나는 한 마디 했다.
"어머니 진짜 죄송합니다. 소음 때문에 그렇게 힘드실 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길래 저는 이 집이 방음이 잘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피해를 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제가 신경 쓰겠습니다.
다시는 소음 때문에 피해드리지 않겠습니다. 만약 한 번 더 피해를 드린다면 제가 이 동네를 떠나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잠시 후, 경찰분들도 왔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경찰까지 불렀을까.
경찰분은 내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내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니 경찰분들이 말했다.
"사과받으세요. 이렇게 잘못 인정하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경찰분들에게 내가 말했다.
"아주머니가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그러셨겠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경찰분들은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아주머니도 민망하셨는지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새빨간 사과 2개가 보였다.
사과 2개를 챙겨 나갔다. 앞집 아주머니 집 초인종을 눌렀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사과 드세요"
아주머니는 머쓱하셨는지
사과받은 걸로 하시겠다고 하셨다.
이번 일로 나는 사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큰 싸움이 날 뻔했지만,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사과 때문이다.
내가 만약 역으로 어주머니에게 화를 내었거나, 변명을 했다면?
일은 커졌을 거다.
내가 아주머니의 화를 끌 수 있었던 사과 방법은 이러했다.
1. 상대방의 불만을 먼저 경청했다.
2.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3. 앞으로 어떻게 불만 사항을 고칠 건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은 사과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불만을 토로하면서 감정이 해소가 되었고,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서 변명을 하거나, 화로 맞대응하는 순간
불은 커진다. 나와 상대방 모두를 태운다.
이 일은 나에게 사과의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물론 화가 나는 순간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싸움으로 번지는 순간 더 큰 불이 나를 덮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잠깐 멈춰서 어떤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될지'
사과도 많이 해봐야 한다. 연습할수록 는다.
사과의 핵심은 상대의 화난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주는 게 먼저다.
그럼 상대도 내 마음을 알아주게 된다.
사과는 자존심을 굽히는 게 아니다.
불을 끄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욕까지 해주신 아주머니 덕분에
이렇게 또 배웠다.
"아주머니, 덕분에 조용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