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설명서 읽어본 적이 있나요?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대학교 3학년.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침대에 누웠는데, 쿵쾅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잘 수가 없었다.
우리 집 위에는 그 누구도 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내 심장이 내는 소리였다. 내 귀에 우퍼 스피커처럼 계속 울렸다.
심장 소리 때문에 잘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심장 소리는 크게 들렸다.
병원에 갔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사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추가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덤으로.
당혹스러웠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행복하고 싶었는데. 왜 나는 불행해졌지'
26살. 이때부터 나는 나만의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 계기로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마음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걸까?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했다. 심리 상담도 받았다. 여러 종교에 관심을 가졌다.
그중에서 불교에 관심이 갔다.
경험해 보니 맹목적으로 신을 믿는 것은 나하고 맞지 않았다.
철학적, 종교적인 부분 말고 수행적 부분이 나에게 맞았다.
수행적이라는 것은 '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원리를 공부하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매일 내 마음을 살피고, 내 마음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돌이켰다.
처음에는 마음이 건강해지는지 몰랐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마음공부하고 수행하다 보니 나는 조금씩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1. 그동안 사용설명서도 안 읽고 살았구나
물건을 사면 대부분 사용설명서가 있다.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알기 쉽게 써놨다.
사용설명서는 물건을 잘 쓰도록 도와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사용설명서가 있었다.
우리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된 내용들이 있다.
나는 심리학과 뇌과학. 불교를 통해 마음 설명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래서 내 마음이 이랬구나'
전등을 킨 것처럼 머릿속이 밝아졌다.
어둠 속에서 불을 켤 수 있으면 무섭지 않듯,
마음이 왜 그런지 알게 되니 불안이 찾아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쿵쾅 거리던 심장 소리가 점점 잠잠해졌다.
2. 너도 나도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내가 그동안 했던 행동, 다른 사람이 했던 행동들이 많은 부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열심히 살았는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왜 내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하게 되니 오해가 줄었다.
오해가 줄어드니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특히 원망스러웠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생겼다.
'나도, 당신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마음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상대의 탓만 하며 원망의 불씨를 키웠을 거다.
그 불씨를 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3. 머리로 아는 것보다 몸으로 경험해 봐야 안다
사용설명서를 백날 읽어도, 내가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잘 사용할 수 없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아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른다.
아직도 마음에 대해 과학이 발견하지 못한 영역이 많다.
그래서 내가 직접 경험해 봐야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이론과 실천은 다르다.
우리는 젓가락질을 이론으로 배우지 않았다.
젓가락질을 매일 했기에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직접 몸으로 경험한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 해봐야 안다.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많은 게 이해가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모든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세상엔 수만 가지의 마음의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마음을 다 알 수 없듯, 모든 사람 마음을 다 알 순 없구나'
'다만 알려고 노력할 뿐이구나'
'다름을 존중하고, 맞춰가면서 살아야겠구나'
이게 내가 마음공부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거다.
마음공부를 한다고 해서 100%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다만 확실한 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알아도 덜 혼란스러울 거다.
사용설명서가 있으면 쉽게 사용할 수 있듯
내 마음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혼자 끙끙대지 않아도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 마음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마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가볍게 설명서 읽듯이 알아가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당신도 마음을 더 잘 쓰게 될 거라 믿는다.
당신도 마음에 대해 알게 되어,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