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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져 죽을 뻔한 내가 수영하면서 깨달은 것

한계를 정하면, 한 게 없다

by 현모양처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5살 때 나는 물놀이 가서 죽을 뻔했다.

물속에 점점 몸이 가라앉았고, 이번 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이름 모를 형이 나에게 슈퍼맨처럼 날아와


물속에서 내 생명을 건져주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그렇게 10년이 지나 15살 때.

친구들과 놀러 간 계곡에서 물에 휩쓸려 죽을 뻔한 적이 있다.

그때 다짐했다.

"물에 다신 들어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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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에게 물은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해병대를 가게 되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해병대는 물을 무서워하는 물고기와 같다.

수영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 몸은 수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해병대를 나왔지만 나는 물고기가 아니라 그냥 고기였다.

그렇게 나는 물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2021년.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제주도에서 생애 첫 스노클링을 경험했다.

아주 얕은 곳에서 수영 잘하는 형과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

신세계였다. 물고기와 같이 수영을 하다니.

인어공주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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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처음으로 엄청난 자유와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용기를 냈다.

"나 수영해야겠다"


부산으로 돌아오자마자 수영장 등록을 했다.

물은 제일 무서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수영을 하면서 깨달은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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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계를 정하면 한 게 없다.

나는 물속에서 죽을 고비를 2번 넘겼다.

그래서 수영장에서도 물이 많이 무서웠다.

몸에 힘이 엄청 들어갔다. 분명 사람이라면 뜬다 그랬는데 뜨질 않았다.

사람이 아니었다.

'역시 나는 안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중 내가 한계를 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 지금 수영하러 왔잖아?'

'너 쫄려고 왔냐? 아니잖아. 여기 구해줄 사람도 많아. 쫄지마"

그 누구도 나에게 수영하지 말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 말라고 말린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리고 하라고 한 사람도 나였다.

나 스스로가 "못해, 안돼" 최면을 걸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내 한계를 깨기로 했다.

물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지만 도망치지 않고 마주했다.

3개월 후, 나는 초보반에서 나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우리는 정말 어려워서 안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안된다고 한계를 짓기에 못하는 거다.


한계를 지으면, 한 게 없다.

한계를 깨면, 한 게 생긴다.


2. 핑계 댈 시간에 그냥 하자.

나는 오전반 수영을 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특히 60-70대 어머님 아버님들로.

거기서 나는 막내였다.


31살에 수영을 배우는 게 늦은 거라 생각했다.

안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사실은 달랐다.


내 옆에 있는 72살 어머니는 물속에서 나보다

훨씬 더 젊고 자유롭게 산다.

76세 아버님도 물속에서는 나이를 잊고 즐겁게 살아간다.


어른들이 멋있었다. 한 마디를 했다.

"진짜 멋지세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으세요?"


어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래? 그냥 하는 거지"


나는 31살까지 여러 가지 핑계와 변명을 대면서

행복을 느낄 순간들을 미뤄왔다.

어른들을 보면서 핑계 댈 수가 없었다.

핑계 댈 시간에 그냥 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걸 배웠다.


"핑계 대지 말고 그냥 해. 그럼 돼"



3. 칭찬의 힘

다닌 지 2주 되었을까?

수영이 내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

'수영은 역시 안되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같이 수영하는 60대 어머니가 내 등을 툭 쳤다.

내 마음을 읽은 듯, 한 마디 했다.

"자유형 잘하던데? 금방 늘겠네"


내 주변에 천사들이 갑자기 팡파레를 불어주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선 기쁨의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내가 잘한다고? 정말"

가슴속에서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놀랍게도 그 뒤로 나는 수영이 팍팍 늘기 시작했다.


수영장은 그대로였다.

선생님도. 내가 입던 수영복도.

하지만 어머니의 칭찬으로 내 마음이 달라졌다.

어머니의 칭찬 한 마디가 내 마음을 180도 바꿔버렸다.


그때 어머니가 칭찬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깨달음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거다.


그때 깨달았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좌절 속에 빠져있던 나를 구해준 어머니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그 뒤로 내가 어머니에게 말씀드린다.

"어머니 정말 잘하고 있어요. 더 잘하실 거예요. 파이팅!"


칭찬은 돈 안 드는 보약이다.

그 뒤로 나는 칭찬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말이니까.


요즘도 수영을 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내가, 자유롭게 물속에서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

무서웠던 물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하는 말이 있다.

'사람 쉽게 안 죽는다, 그러니 쉽게 포기하지 말자'


당신에게 궁금한 게 있다.

'당신은 스스로 한계 짓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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